사소했으나 강경했다
내가 사는 얼바인은 미국 서부, 그것도 멕시코와 가까운 남쪽이라 백인이 소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다인종이다. 그만큼 인종차별이 매우 적은 곳이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유럽이나 미국 등등 으로 여행간 지인들의 경험을 통해 혹은 직접 겪는 류의 심한 인종차별은 글쎄, 나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들어본 적은 없다. 겪어봤다 해도 사소한 언어적, 그리고 무시하는 듯한 태도 같은 경미한(?) 것들이다.
미국은 학교에서 인종차별에 대한-하지말라는-교육도 철저히 하고 이에 대해서는 아주 엄격하게 다스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얼바인에서는 그럴일이 별로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애가 인종차별 관련 교육을 받아봤단 얘기를 한적도 없어서 이 동네는 워낙 그런 분위기라-없는 분위기라- 별 신경을 쓰지 않나보다 했었다.
어느 날 아이를 픽업 하려고 하교시간 즈음 학교 문 바로앞 잔디밭에 서 있었다. 수업이 끝나는 걸 알리는 종이 치자마자 먼저 뛰어나온 백인 남자아이 서넛이서 공놀이를 하고 있었고 뒤늦게 나온 우리 아들도 잔디밭으로 달려와서 공놀이에 합류했다.
나는 잔디밭 가에 서서 공놀이가 끝날때까지 기다렸는데, 백인 남자아이가 우리애한테 Ching Chong, Ching Chong(칭총), 왜 이렇게 느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Ching Chong 은 중국인을 비하하면서 부를 때 쓰는 단어다. (남편 왈, 라떼는-남편은 동부에서 학교를 다녔다- Chingy 라고 했다며 Ching Chong 은 처음 듣는다는;)
그 단어를 듣고 나는 뜨악했는데, 우리애는 하하 웃으면서 그 백인 남자아이에게 똑같이 Ching Chong! 공을 줘 라고 한다.
나는 굳은 얼굴로 남자애한텐 그 말하면 안된다고 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그 아이의 부모를 찾아봤다. 그러나 찾지는 못했고, 공놀이가 끝나고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아이한테 들어보니 학교에서 아이들이 칭총이라고 많이 부른다고 한다. 아시안한테만 그러냐고 했더니 그건 잘 모르겠다고..
담임선생님한테 메일을 썼다. 그렇게 부른 아이도 3학년 이었고 우리 아이도 3학년일 때라, 아이들이 아마 그 단어의 함의나 뉘앙스를 모르고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그 생각을 그대로 선생님한테 전했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그 단어가 뭔지 모르는 것 같다. 아이를 혼내달라는게 아니라 그 말이 무슨 의미고 왜 쓰지 말아야 하는지 가르쳐야 할 것 같다고 부드럽게 썼는데 보통 한두시간 내 오던 답변이 그날 저녁까지 없었다.
괜히 보냈나 하는데 뒷날 답장이 왔다.
'그 아이는 담임과 심층 면담을 했고 그리고 office behavior report 를 받았으며(이 리포트는 세번인가 몇번 이상 받으면 퇴학 사유가 된다), 교감 선생님과의 면담, 그리고 부모에게도 통지되었다' 는.
그 애한테 미안하게시리.. 라고 할 정도로 신속하고 (내 생각에) 과한 학교의 조치에 감탄하고, 놀라기도 했다.
소송이 워낙 많은 국가라, 학교에서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오히려 학교가 소송을 당할 수도 있어 그렇단 얘기도 있지만 이유나 동기가 어찌되었건 이런 문제에 있어 학교의 대응은 엄격하고 철저해야 하는게 맞는 듯.
- 이후 학교 생활 후기(?)
이보다 더 한 인종차별적 욕과 물리적 폭력을 겪으면서 험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남편은 그런 사소한 걸 왜 학교에 리포트 하냐며 애 왕따 당하겠다 걱정했는데, 뒷날 하교시간에 또다시 그 아이들과 하하 호호 공놀이를 하고 달려오더라는^^;;
그 아이의 표정이 평소처럼 평온하고 밝아서, 저 조치들이 취해진게 맞는지, 아이가 워낙 구김살이 없는건지 알 수 없었으나, 다수의 애 친구들이 그 아이가 평소에 칭총을 비롯, 나쁜말을 많이 하는 아이로 지목한 걸로 보아 우선 어제 일로 리포트 당한 건지는 모르는게 확실한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