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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대 望臺

창작뮤지컬

by 이효 시인

얼마 전에 지인의 초청으로 뮤지컬 망대를 보고 왔다. 지인은 시인 이면서 시니어 모델인데,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고 했다. 몇 명의 지인들과 함께 축하도 해줄 겸 대치역에서 만나 간단한 식사를 즐기고 뮤지컬을 관람했다. 망대라는 사전적 의미는 "적이나 주의를 살피기 위해 높이 세운 곳"이다. 그럼 오늘 주인공들은 망대라는 뮤지컬을 올리면서 관객들에게 무슨 질문을 던지고 있을까? 몹시 궁금했다.

연극은 단편 소설처럼 주제별로 막이 올랐다. 배우들은 열연했다. 작품 제목은 가면, 돈, 광야, 내려놓음, 얼룩진 상처, 후반전이 시작이야, 다시 세운 망대...... 등이다.

젊었을 때는 누구나 사랑에 빠지고 원대한 꿈을 꾼다. 그러나 돈은 허망할 뿐, 친구도 가족도 돈 앞에서 아부하고, 탐욕을 들어낸다. 나 자신 스스로도 세상 물질을 초월한 사람처럼, 고고하고 순수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살 때가 많다. 그러나 이 연극을 보고 나서 스스로의 가면이 벗겨졌다. 인간은 하나 같이 똑같고,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 앞에서 무릎 고, 기다려주지 않는 사랑 앞에서 무너지고, 기다려 주지 않는 돈 앞에서 추악한 인간의 민낯을 보여준다. 인간은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상처 투성이가 되고 만다. 결국 연극에서 홀로 선 망대는 인간의 고독함과 고립을 상징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인생은 끝없이 추락할 수만 없는 법? 무너진 망대는 오뚝이 같다고 해야 할까? 상처를 감싸 안고 다시 세운 망대는 먼 곳을 바라보고 희망을 안고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손잡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가난과 여러 가지 이유로 첫사랑을 떠나보낸 주인공 남자가 홀로 되서 첫사랑과 재회를 하고 사랑에 빠지면서 후반전에는 멋진 망대를 다시 세우는 모습, 어찌 보면 스토리가 뻔하지만 그래도 관객들이 함께 박수를 쳐주고 웃고 우는 모습은 무대 넘어 자신들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젊음날 떠나보낸 사랑에 대한 아련한 동경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조금 스토리가 유치하면 어때, 인생은 현재가 가장 젊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모든 가면을 벗어던지고 너의 망대도 세워주고 나의 망대도 세우고 가슴에서 울리는 파랑새의 노랫소리를 따라서 후회 없이 가야하지 않을까? 내 시에도 "루주가 길을 나선다"라는 시가 있다. 그 시도 끝까지 내 심장의 울림을 따라 파랑새를 따라가는 꿈을 그린 작품이다. 천천히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오늘 뮤지컬은 내게 있어서 폭탄 비타민 주사를 맞고 온 낌이다.



루주가 길을 나선다 / 이 효



잊혀진 한 사람이 그리울 때

안부는 붉다

시작과 끝은 어디쯤일까

헤어질 때, 떨어진 저 침묵

루주가 진해질수록

그리움의 변명은 파랗다

인연은 호수에 배를 띄워 다가가는 것

거울 앞 침침한 시간들

부러진 루주 끝에도 심장은 뛴다

내가 먼저 길을 나서는 것은

슬픔과 후회가 거기 있기 때문

운명을 바른다




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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