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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애벌레야, 너는 누구니?

호랑나비

by 이효 시인

호랑나비 애벌레




새벽 일찍 일어나서 미나리밭서 풀을 뽑았다. 서투른 농부지만 어머님께 배운 부지런함으로 열심히 밭에 잡초들을 뽑았다. 상추, 쑥갓, 미나리, 부추, 가지, 호박...... 많은 양은 아니지만 우리 가족과 이웃들이 함께 나누어 먹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어머님께서 살아생전에 농사를 지으실 때, 배추를 심고 농약을 치지 않았다. 그래서 배춧잎에 초록 벌레들이 득실거렸다. 어머님께서는 새벽마다 손가락으로 벌레들을 하나, 둘씩 잡아서 죽였다.

그 옆에서 어머니를 지켜보던 나는 "으윽" 하고 작은 명을 질렀다. 내장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때 처음 알았다. 유기농 야채를 먹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몇 년 전, 어머님께서는 세상을 떠나셨다. 그 후에 어머니의 작은 놀이터는 내 몫이 되었다. 오늘 미나리 밭에서 풀을 뽑다가 너무 무늬가 아름다운 초록 벌레를 만났다. 몸통에는 노란선이 그어져 있고 검은 점도 하나, 둘씩 찍혀 있었다.

분명 벌레를 잡아서 죽여야 하는데......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용서가 된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 벌레를 죽이는 대신 탐색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AI에게 물어보았다. 애벌레 이름을 알려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사진 속 벌레는 호랑나비과에 속하는

"호랑나비 애벌레’ (Papilio xuthus)로 보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성충이 ‘호랑나비’가 되는 유충의 후기에 해당하는 모습이에요.


<특징>


선명한 연두색 몸에 검은 띠와 주황색 반점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독이 있진 않지만, 천적을 위협하기 위해 화려한 경고색을 띱니다.


머리 부분을 자극하면 **오렌지색 ‘삼각형 냄새샘’(Osmeterium)**을 밖으로 내밀어 특유의 냄새를 풍겨 포식자를 쫓습니다.


주로 산초나무, 귤나무, 회양목과 같은 운향과 식물의 잎을 먹고 자랍니다.


다 자라면 번데기가 되어 아름다운 호랑나비로 우화 합니다.


<AI 정보>


와우^^ 호랑나비였구나.

나는 너무 기뻤다, 호랑나비 애벌레를 만나다니 마치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호랑나비 애벌레를 조용히 관찰하고 려주기로

마음먹었다. 멀리서 남자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여보 풀은 다 뽑았나요? 간식 먹읍시다"

남편은 내가 애벌레랑 농땡이 친 것을 알려나?

피식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곧 호랑나비가 노란 줄무늬를 두르고 훨훨 하늘을 날아다니는 상상을 해본다.

하늘에는 수많은 노랑나비들이 춤을 추면서 원을 그린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맑다.

내 입가에서는 어느새 환한 미소가 해바라기처럼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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