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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너무 무서웠다
보이지 않아서 무서운 게 아니라
속수무책이 되는 모든 것에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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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힘들던 순간.
살기 위해 곳곳의 말을 발췌하던 시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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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순간은 글이 되면서 퇴색을 시작한다.
기록하지 않아도 떠오르는 추억이란 건
잔뜩 넘쳐 흘러나와버린 행복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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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산 타워를 볼 때면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어. 성곽을 걸을 때도, 발 너머로 보이는 야트막한 궐담을 볼 때도 그런 얘기를 했지. 괴로워서 말고, 안도감에 우는 거. 그건 시간이 지나고 내가 변해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을 거니까. 변하지 않는 걸 옆구리에 끼고 있는 건 꽤 위안이 돼.
우리 둘 다 남산이나 성곽 가까이서 살아보고 싶댔어. 평생 마음 두고 살 곳 하나는 만들자고. 그럼 우리 인생도 조금은 단단해질지도 모른다면서.
그러고 보니 오늘 걸은 길은 모두 눈물이 가득하던 거리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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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아빠와 완벽하게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큰 욕심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동안 계속 준비된 모습으로 시작하고 싶어 글은 엉거주춤 쓰고 있었고, 그 외 삶에서도 늘 조심스러움만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카트를 끌며 시작한 대화는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그리고 그 화두의 끝은 삶에서 완벽히 준비된 때란 극히 드물다는 것이었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새로운 두려움은 다시 얼굴을 내밀 테고, 두려워서 시작하지 못한 것은 그날로 소멸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더라니까. 내 삶만 보아도 한 해 동안 지키지 못한 계획의 절반 이상은 두렵고, 걱정되어 시작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이제는 조금씩 양달 밑으로 들어가 봐야지.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일이 인생에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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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잘 써지는 공간이 생기면서부터는 외부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어쩐지 기분 좋은 출근을 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내 맘대로 이름 붙인 멋진 작업실에서 쓰고 읽기를 반복하는 것. 그 순간만큼은 잘 사로잡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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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관해 자주 생각하고 있다. 하나도 뺏기기 싫어하는 마음에서 다 줘버리고 싶은 마음이 어떻게 솟아나는지 모르겠어서 그 주위를 빙빙 돌았다.
어떤 날에는 벌 떼처럼 모여든 지하철에서 어깨만 부딪쳐도 속으로 열불을 냈다. 얼굴이 벌게져서 나오면 기둥 앞에 쪼그려 앉아 푹 시든 채소를 팔고 있는 노인이 보인다. 가진 현금이 없어서 괜히 울컥한다. 지하에서 올라오면 어김없이 끊기는 유튜브를 새로고침하며 무제한이 아닌 데이터에 승질을 낸다. 집 가는 길 저만치 앞에서 고양이의 꽁무니를 발견한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실실 웃으며 카메라 줌을 당긴다. 일상은 화내고 짜증 내고 염증을 갖고 탓하고. 그러다가도 사랑하고 살피고 연민을 느끼고 도우려는 마음으로 원을 그린다. 그런 몸을 혐오하면서도 아끼는 것조차 같은 쳇바퀴 안에 있다.
마음을 살필 땐 바다를 떠올린다. 돌아오고 다시 나가고. 그렇게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것들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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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너무 행복해서 자꾸만 가둬놓고 싶은 순간이 있다. 사실은 순간보다 내가 그 안에 갇히고 싶은 거겠지. 거기선 어떤 후회와 막연함도 차단될 수 있으니까.
좋아하는 소설 속에 나오던 거리를 걷고 취하듯 밤의 공기를 만끽하던 그 동네와 사람이 쓰릴만큼 좋아서, 자꾸만 몸 어딘가에서 겨우 참았던 눈물 같은 게 삐죽 흘러나올 것 같았다. 나는 행복해서 오늘이 좋았던 건지 힘든 마음이 닫힌 삶이 좋았던 건지를 혼동했다. 혼동이라도 좋았다.
“너무 행복하면 갑자기 시련이 오던데, 우리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를 염려하다가도 이왕 온 거 마음껏 누려나 보자고 말했던 우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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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엉망을 사랑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