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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그 밤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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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새 Jul 09. 2024

대화의 주제로는 어울리지 않아서.


"난 이렇게 못 살아. 학교에서 항상 너를 생각하고, 학교 끝나면 너랑 계속 함께 있고, 집에 돌아가서도 계속 전화로 메신저로 너한테 붙잡혀 있고, 주말에도 나만의 시간이 없고, 그래, 난 나만의 시간이 너무 그리워."


"바보 같은 자식, 그게 사랑이야. 너와 내가 만나서 우리라는 하나가 되는 것!"


"넌 정말 한 번도 우울하지 않았어? 네가 없어져서 괴로운 적이 없었어?"


-김종광, 「헤어지자, 우리」중에서


무언가에 빠져들고, 나를 잃어버리는 순간.

하지만 그때만큼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던 적은 없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항상 두려움을 동반한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자신의 주체성을 상실하고, 타자에게 종속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연인지 운명인지 알 순 없지만,

분명한 건 그로 인해 일상의 모습이 달라질 거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사랑은 전혀 다른 세계를 접한다는 점에서 비일상적이고, 오직 주관적 체험이라서

진지한 대화의 주제가 되기 어렵다.

사랑을 이야기하면 왠지 모르게 허풍선이처럼 여기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태된 사람처럼 취급받는다.

사랑은 계획한 모든 것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방해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아마도 언어가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은 아닌가.

사랑을 정의하려 들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닌 무엇이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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