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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새 Oct 30. 2024

서툰 사람.

프라하 성 야경


땅거미가 질 때면 왠지 모르게 우울해진다. 

주변도 전보다 고요해지고, 공기마저 살짝 무거워져 나를 내리누르는 느낌이다.

그 시간이 되면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시선의 변화가 마음에 변덕을 일으키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한없이 주저앉으려는 마음을.


프라하 성 주변이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곳은 고요와는 거리가 멀었다. 뭔지 모를 설렘과 들뜸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짙은 회색이 풍경의 바탕을 모두 칠하고 나면, 황금빛이 프라하 성과 블타바 강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며 촬영에 열중했다. 소중한 사람을 그 풍경 속에 넣어보기도 하고, 때론 옆 사람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함께 그 풍경을 눈에 담기도 했다. 

이곳의 밤은 화려해서, 외롭지 않았다.


연재를 한다고 해놓고 연중 가장 큰 행사를 맡는 바람에 한 달 이상 글을 쓰지 못했다.

계획서와 예산집행, 각종 업체의 견적서가 컴퓨터 바탕화면을 빼곡히 채울 무렵, 

더 이상 책을 읽는다는 게, 글을 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잊혔다.

다행히 지난주 금요일 맡은 프로젝트가 끝나고, 지금은 조금씩 글을 읽고 있지만 잘 읽히지 않는다.

맡았으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나날이었다. 

직장인이 모두 그렇겠지만, 해야 하는 일임에도 마치 시계 속의 태엽처럼 '내가 아닌 나'가 되어버리는 일은 어쩔 수 없다.  

나에게 글쓰기가 일에 밀린 순간이었다. 

글을 안 써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이 더 서늘해졌다.


그들은 내가 준비한 무대 위에서 모두 열심이었다. 

서툰 몸짓과 표정은 이상하게 더욱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이유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어떤 종류의 설렘 때문이었다. 

서투르다는 말은 무엇인가에 익숙하지 못하고, 뭔가가 모자라다는 뜻이다. 

서투름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드러날 때 그는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사람이 되었다.

어색한 제스처와 실수는 오히려 그가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잘하고 싶은 마음은 그 어떤 완벽함보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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