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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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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Nov 20. 2024
여행의 목적
우리는 때로 너무 멀리 갔다.
그렇게 멀리 걸어간 만큼 돌아오는 길은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일행과의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뛰어야만 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이 땀에 젖은 피부를 식혀주었고, 가로등 불빛은 잔물결에 부서져 밤의 강변을 은은하게 물들였다. 그 풍경은 참 아름다웠지만, 정작 나는 느낄 여유가 없었다.
가로수 아래에 앉아 강변의 고요를 만끽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롭고 느긋했다. 그들의 여유로움이 넘쳐흐르다 못해 나른함으로 보일 정도였다. 이 풍경 속에서 나는 홀로 급하게 뛰고 있었다.
‘무언가를 놓고 떠나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곳 어딘가에 그것을 떨어뜨린 걸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리가 중요하다고 믿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 보였다. 어쩌면 그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 우리는 과하게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래도 괜찮구나.'
마음 한편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이런 생각은 오래 머물지 못하고, 다시 바쁜 발걸음 속으로 희미해졌다. 그때 한 남성이 걱정 반, 호기심 반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
그 순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 뛰고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모든 사람이 느리게 걷고, 멈추어 서서 풍경을 즐기는 이곳에서 나의 다급한 움직임은 낯선 풍경이었다.
“바빠, 시간이 없어.”
짧게 영어로 답하며 그의 표정을 살폈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태도는 성의를 담고 있었지만, 내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아마 '뛴다'는 행위를 잃어버린 듯했다. 또는, 그럴 필요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분주함으로 채워진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부지런해지려고 노력했다.
"멀리까지 걸어왔지만, 충분히 걸은 것은 아니었다.
몇 발자국만 걸어도 충분할 때가 있다."
우리는 삶에서 종종 '더 멀리'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멀리 간다고 해서 반드시 의미 있는 곳에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것, 그것이 어쩌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길 위 콘크리트 틈에서 자란 풀잎과 작은 꽃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멀리서 경계하던 강아지와 눈을 맞추며 가까이 다가가고도 싶다.
어디로 가는지, 언제쯤 그곳에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천천히 충분히 걷고 싶어졌다.
여행은 어쩌면 내 안의 여백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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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여행이야.
06
딱히
07
어울리지 않아서.(운동, 권)
08
보고 있지만 더는 모르겠다는 말.
09
서툰 사람.
10
여행의 목적
괜찮아. 여행이야.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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