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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다고 하늘에 간절히 빌었습니다.

소아우울증

by 한보물



우울이라는 뜻도 제대로 모를 나이에
나는 우울증을 겪었다.

그 시기에 나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상태였다.

너무 숨이 막혔다.
혼자 있는 밤이면 미친듯한 우울감에 쉴 새 없이 울었다.
울고 또 울 아무리 울어도 내 마음은 조금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슬픈 일도 없는데 나는 왜 울지?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는데 왜 눈물이 나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내가 정말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심하게 아프기라고 하는 날엔
서러운 감정을 억누르며 아픔을 참아내려 애써야 했다.
"나는 아프면 안 되는 아이야.. 얼른 나아야 해.."
나는 아파도 혼자 참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내겐 나를 걱정해 줄 사람이 없었다.
내겐 나를 병원에 데려가줄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아픈 날이면
집 나간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다.

너무 아파 일찍이 잠에 든 날이었다.
집 나간 어머니가 갑자기 집에 오셨다.

어머니를 볼 수 있음에 좋았던 것도 잠시

어머니의 화난 표정과 말투에
나는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어머니는 내게 라면을 끓여주시곤 먹으라고 했다.
는 아픈 와중에도 어머니에게 혼이 날까

맛있게 먹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얼마나 먹었을까

먹는 모습을 보시던 어머니는
기껏 끓여줬는데 왜 그렇게 쳐 먹냐고 소리치시곤
내게 먹고 있던 라면을 엎으셨다.

어머니의 무자비한 폭언과 폭행이 시작되었다.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면 안 될 자식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내가 불행의 씨앗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내가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고 했다.

어머니는 나를 사정없이 때리고 쓰러진 나를 밟고 또 밟았다.


나는 갑자기 일어난 어머니의 폭언과 폭행 속에서
태어났음에 죄송하다고 빌고 또 빌어야 했다.

"나는 태어나면 안 될 자식인데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나는 엄마의 불행이라 죄송합니다.."

그렇게 얼마나 맞았을까..?

나를 때리시곤 기분이 나아지셨는지
어머니는 울고 있는 나를 외면하고 그대로 다시 집을 나가셨다.


그 이후로 어머니는 안 좋은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을 때 집에 와 나를 때리셨다.


그때의 나는 어머니의 폭언과 폭행이 잘못된 건지 몰랐었다.

그냥 내가 다 잘못한 것만 같았다.

부모님의 이혼도 어머니의 행동도 그냥 내가 존재해서 일어난 불행이라고 생각했다.


"불행한 아이, 태어나선 안 됐을 아이"


부모의 사랑만 받기도 모자란 나이에

나는 내 존재를 어머니에게서 부정당했고,

나 자신 스스로에게도 부정당했다.


"너 같은 게 왜 태어나서 내 발목을 잡아.."

"차라리 같이 죽자 죽어.."


어머니가 내 목을 조르고 칼까지 꺼내 나를 죽이려고 했을 땐

차라리 이렇게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매일 밤, 하늘에 간절히 빌었다.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어요.."

"그냥 나를 죽여주세요.."라고


11살, 나는 진심으로 죽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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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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