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던 건 숨죽여 우는 것 밖에 없었다.
부모님의 이혼
부모님은 이혼하시기 전까지 내 앞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셨다.
언성을 높이며 서로에게 갖은 욕설과 모진 말들을 내뱉으셨고, 심한 날엔 폭행까지 오갔었다.
집안 살림은 남아나질 않았으며, 감정이 고조되었을 땐 칼까지 들어 서로를 겨냥하기도 했다.
누구 하나 죽어 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나는 부모님의 싸움이 끝날 때까지 한쪽 구석에서 몸을 웅크린 채 벌벌 떨며 울 수밖에 없었다.
경찰아저씨가 얼른 오시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며 두 귀를 손으로 막았다.
내가 할 수 있던 건 숨죽여 우는 것 밖에 없었다.
부모님은 무서움에 떨며 울고 있는 아이의 대한 걱정보다
자신들의 감정이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부모가 자식에게 상처를 주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부모님은 내 나이 11살에 이혼하셨다.
이혼 후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나의 양육을 부탁하시며
지방출장을 가셨다.
어린 딸에겐 어머니가 더 필요하겠다는 아버지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버지를 증오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똑 닮은 나도 증오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더 이상 엮이기 싫으시다며 나를 두고 집을 나가셨다.
11살, 지금의 내가 생각해도 너무 어린 나이에 나는 혼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