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나를 버렸지만 나에겐 어쩔 수 없는 부모였다.
방치된 아이
혼자 잠들던 그 밤이 이따금씩 떠오른다.
쓸쓸하고 고요했던 집 안
그 적막함 속에서 나는 며칠을 새벽 내내 울다 지쳐 잠들었다.
처음으로 알람시계 소리에 맞춰 기상하는 법을 배웠다.
스스로 일어나 씻고 학교에 가야 했다.
알람을 못 들어 학교에 못 가는 날도 많았지만
급식시간이라도 맞춰 가려 노력했다.
그 시기에 급식은 나에게 유일한 밥이었다.
그러기를 며칠이 지났을까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아 의아함을 느끼셨던 아버지가 집에 오셨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하시곤 집 앞 슈퍼 아주머니에게 외상을 부탁하셨다.
한두 달에 한 번씩 오는 날이면 외상값을 지불하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아버지는 나에게 잘 지내고 있으라는 말을 남기시곤 다시 지방에 내려가셨다.
아버지는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린아이는 부모 없는 티가 나기 시작했다.
'꼬질꼬질한 옷과 점점 야위어 가는 모습'
나는 부모가 있었지만 부모 없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어느 날 하교 후 집에 오니 작은어머니와 할머니가 내 짐을 싸고 있으셨다.
할머니는 한탄하시며 내 손을 잡고 눈물만 흘리셨다.
작은어머니는 내가 안쓰럽다는 듯 꼭 안아주셨다.
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잠시 당황스러웠지만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었는지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엉엉 울어버렸다.
작은어머니는 나를 대신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우리 집에 오신 거라고 했다.
자기와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끝내 그 제안을 거절했다.
작은어머니를 따라 지방으로 내려가면 어머니도 아버지도 영영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부모는 나를 버렸지만 나에겐 어쩔 수 없는 부모였다.
작은어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내게 살림하는 법을 알려주시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셨다.
나는 혼자서도 밥을 챙겨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나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내 마음이 점점 병들고 있는지 몰랐다.
소아우울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