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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없는 아이

by 한보물



"집란 무엇인가요?"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 마음과 몸의 안식처"라고 답한다.
그런 의미로 나에겐 집이 없었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시절

어머니는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집에서 하우스를 운영하셨다.

하교 후 집에 가면 사람들은 한 손엔 담배, 다른 한 손엔 화투패를 들고 어린아이가 집에 와도 아무렇지 않은 듯 도박에 열중하 있었다.

나에게 어렸을 적 집이란 독한 담배냄새가 진동을 하고,

사람들의 욕이 난무하는 그런 곳이었다.


나는 반겨주는 이 하나 없이 책가방만 두고 나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밤까지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어머니는 그렇게 나를 밖으로 내몰았다.

처음엔 이런 상황에 자유롭게 놀 수 있어 신이 날 때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따분하고 늘 외로웠다.
친구들이 항상 놀이터에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같이 놀던 친구들 마저 일찍이 어머니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혼자 남겨진 나는 외로움을 처음 배웠었다.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할 땐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지 막막하기만 했고, 깜깜해진 밤이 어린 나에겐 너무나 무섭기만 했다.
나는 밤이 깊어질 때까지 그렇게 홀로 밖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내가 친구들은 부럽다고 했다.
자세한 속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은 밖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내가 좋아 보였던 것 같다.

밖에 있으면 좋은 건가?
내 상황이 부러울 수도 있는 건가?

이런 스스로의 물음에 의아함을 가지다가도
지금 내 상황을 누구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았었다.

"나는 너희가 부러워.."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 이후로 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몰랐었다.
지금의 내 상황과 내가 느끼는 우울한 감정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어린 나이였다.

처음으로 친구집에 놀러 갔을 때를 기억한다.
집은 담배냄새 없이 향기로웠으며 깔끔했고 조용했.

친구네 어머님이 웃으면서 반겨주셨을 땐 처음 느껴본 상황에 이상한 기분마저 들었다.

나는 친구가 너무 부러웠다.

집이 이렇게 향기로울 수 있구나
집이 이렇게 깨끗할 수 있구나
집이 이렇게 조용할 수 있구나
집에 오면 누군가 반겨주기도 하는 거구나

우리 집도 이랬으면 우리 어머니도 그랬으면.. 하고
어린 마음에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내가 너무 부러워했던 탓인가 간절하게 바랬던 탓인가
정말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집은 담배냄새가 나지 않게 되었고,
사람 한 명 없는 고요한 집이 되었다.

부모님의 이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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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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