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유혹 – 수도원의 비밀

억압과 금지, 그리고 욕망과 저항

by 제이슨

모스크바의 맥도날드


1990년 1월31일 모스크바 푸시킨 광장.

미국의 대표적인 햄버거 체인 맥도날드가 소련에 첫 매장을 열었다. 이날 방문객은 4만 명에 육박했다. 사상 최다 기록이다. 입장 대기 줄이 큰길 한 블록을 겹겹이 감고 있었다.

그보다 앞선 1988년 4월29일에는 동유럽 최초의 맥도날드 매장이 부다페스트에 문을 열었다. 이곳도 엄청난 수의 방문객이 몰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내가 간 것은 개장 한참 후였는데도 인파가 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냥 간단히 식사한다는 생각에 들렸다가 엄청나게 긴 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것도 한 줄이 아니라 여러 줄로. 그냥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리려는 데 매장 직원이 불렀다. ‘외국인’을 위한 줄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내가 동양인이라 바로 눈에 띈 모양이다. 당연히 외국인 줄은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래서 나는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주문해서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모스크바 맥도날드 개장 풍경.jpg 모스크바 맥도날드 개장 당시 모습

생각해 보면 참 황당한 일이다. 그깟 햄버거가 뭐라고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들고, 외국인을 위한 접수대까지 따로 만들어야 하는가 말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전에 부다페스트에 갈 때마다 가던 단골 햄버거 가게가 문을 닫아버렸다는 사실이다. 시내 건물 사이 빈 공간에 차려진 조그만 가게, 마음씨 좋은 퉁퉁한 아주머니가 즉석에서 패티를 구워 만들어주던 곳이었다. 그 아주머니도 나를 기억해 줘서 이것저것 푸짐하게 주던, 정이 넘치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맥도날드 매장이 생긴 후에는 아마 장사가 안되었던 모양이다.

이것은 단순히 햄버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공산체제 하에서 오랫동안 억눌렸던 자유에 대한 이야기다. 소련과 동구권이 개혁 개방으로 문을 열고, 서구와의 교류가 시작되니까, 그동안 금지되었던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가 일시에 분출한 것이다. 그 대표주자가 맥도날드 코카콜라 나이키 아디다스 등이었던 것이다. 실제 부다페스트 아디다스 매장에는 새벽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요즘 말로 ‘오픈 런’이다.

금지하면 더 호기심이 생기고, 해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다. 금서는 더 읽어보고 싶은 법이다. 모스크바나 부다페스트 시민들에게 맥도날드 햄버거는 그토록 오래 갈구했던 자유의 소중한 ‘한 조각’이었을 것이다. 금지되었기에 더 절실했던…

“금지는 욕망을 낳고, 욕망은 결국 탐닉으로 이어진다. 맥도날드 햄버거나 금서나 다르지 않다.”

그 지독한 금서 이야기가 여기 있다.


장미의 이름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열린책들/2020(4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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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상권 표지

『장미의 이름』은 움베르토 에코의 1980년 작품이며, 열린책들의 국내 번역 초판은 1986년에 나왔다. 최근 내가 다시 읽은 것은 2020년에 나온 4판이다.

무대가 수도원이다!

수도원은 금욕의 공간이다. 금지된 것, 그것은 단지 육적(肉的)인 것만이 아니다. 지적(知的), 영적(靈的)인 금욕이 더 혹독할 것이다. 말조차도 최소한으로만 허용되는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의 침묵은 ‘위대하다’. 처절한 고독 속에서 기도와 명상으로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기에. 그러나 관점을 바꾸면 그 침묵은 ‘혹독하다’. 사유(思惟)를 철저하게 제한하므로.(제3화 ‘수녀원의 비밀’ 중 「위대한 침묵」 참조)

시대는 14세기다. 중세 유럽. 아직 교회 권력이 세속 권력을 짓누를 수 있는 시대였다. 누구도 교회가 그은 선을 넘어 금단의 땅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지적(知的)인 금단의 땅은 책 속에 있다. 사람은 죽고, 말은 공기 중에 흩어져버리지만, 책은 오래 남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영적인 금지선이었고, 그 선을 넘는 것은 영적으로는 물론 일상의 삶까지도 파멸을 의미했다.

『장미의 이름』은 어떤 책인가? 수사물인가? 추리물인가? 역사물인가? 어떤 소개문에는 “지적 추리소설”이라고 돼 있다. 의미를 확장하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미스터리한 사건이 잇따르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나는 이 책을 여러 번 읽었다. 즉 스토리를 알고, 결말도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 때마다 흥미진진하다. 모든 소개문에도 “이 책은 한번 읽고 말 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거기에는 교회 권력과 세속 권력의 충돌이 있고, 처절한 이단 논쟁이 있으며, 마녀 사냥도 있고, 치열한 신학적 논쟁도 있다. 또 당시의 생활상, 식물과 약제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곁들여서 하룻밤 풋사랑도 있다. 심지어 남색을 비롯한 수도원 내의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일탈도 묘사된다.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빈틈없이 짜여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정교하고 치밀한 필력(筆力)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일이다.

결국 금지된 욕망은 대참사를 불러일으킨다.

화자는 어린 수련수사 아드소. 그는 스승 윌리엄 수도사를 수행, 황제파와 교황파의 협상장인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 머물게 된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의문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전직 마녀 재판관으로 노련한 수사관인 윌리엄 수도사가 사건을 추적한다. 시신의 모습은 묵시록(성경의 요한계시록)에 묘사된 세상의 마지막 심판을 앞두고 이 땅에 도래하는 환란의 순서에 맞춰져 있다. 수도원은 들끓는다. 그것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다. ‘마지막 때’, 즉 지구 종말의 공포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프란치스코회의 이른바 ‘청빈 논쟁’, 교황파와 황제파의 교묘한 정치논쟁, 윌리엄 수도사와 맹인인 호르헤 수도사의 ‘웃음 논쟁’, 화형으로 결말이 나는 이단 색출과 재판, 방대한 수도원의 장서와 양피지 필사, 필사 번역 그리고 장식화를 그리는 수도사들의 열정과 참지 못하는 지적(知的) 욕구, 예수와 성인들의 신성(神性)함을 강조하지만 기실은 탐욕의 결과인 수도원장의 보석론(寶石論) 등은 실제 역사에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흥미진진한 읽을거리다.

미켈레 수도사라는 사람의 화형 장면도 인상적이다. 이것은 스토리의 본류는 아니고, 아드소의 회상으로 삽화처럼 그려진, 에피소드다. 여기서 나는 자신이 “그리스도를 위해서”, 또는 “진리를 위해서” 죽는다고 외치며 당당하게 화형대로 끌려가는 미켈레 수도사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드소는 이 장면을 보면서 자신의 믿음에 대하여 회의를 품는다. 어쩌면 이것이, 스쳐 지나가는 삽화 같지만, 작가가 힘주어 강조하고자 하는 주제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또 한 가지, “몸이 타기 전에 먼저 고열에 숨이 끊어지고 가슴에 가득 찬 열기로 심장이 터져 버리는 게 순서였다”는 묘사에서 화형이란 것이 몸이 불타 죽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일찌감치 질식사하는 것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결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이다. 바로 희극을 논하는 책이다. 윌리엄과 호르헤 두 수도사의 ‘웃음 논쟁’이 사실은 사건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왜 ‘웃음’일까? 웃음이 모든 경건함과 신성함을 희화화(戱畵化)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금서가 되어 철저하게 감춰진다. 그렇다면 진실과 지식은 과연 누구의 소유물인가? 권력은 직접적인 통제를 통해 지식을 은폐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을 억압한다. 그러나 바로 그 ‘금지’가 오히려 더 많은 욕망과 탐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인간 심리의 아이러니다. 그것은 마침내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비극으로 끝난다.

결국 시신 발견에서 유추해 낸 묵시록적인 메시지는 실제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 즉 사건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비극적인 결말은 결국 묵시록의 예언이 성취되었음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장미의 이름』은 ‘권력 대 지식’, ‘신앙 대 웃음’, ‘통제 대 해방’의 이야기다. 여기서 말하는 이단의 혐의는 단순한 종교적 이단이 아닌, ‘사유의 자유’에 대한 탄압인 것이다. ‘웃음’은 권위의 종말을 예고한다. 그래서 중세의 권력은 ‘웃음’을 두려워했다.

“무엇을 금지하는가를 보면, 그 시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다.”

장미의이름_산미켈레수도원_sacra-san-michele.jpg 작가가 작품의 무대로 참고했다고 밝힌,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수사(Susa) 계곡의 '산 미켈레(San Michele) 수도원'. 10세기말 건립된 장엄한 건축물로 유명하다.


수도원 없는 수도원 이야기


『수도원의 비망록』/주제 사라마구/해냄/2018

주제 사라마구 『수도원의 비망록』 표지

또 다른 ‘수도원’은 없을까? ‘수도원’은 이제 나의 독서에서는 말하자면 ‘흥행 보증수표’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이 책이다.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1982년 작품이다. 다른 출판사에서 1998년 번역본을 낸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해냄에서 초판을 펴낸 것은 2008년으로 되어있다. 내가 최근에 읽은 것은 2018년 초판 6쇄다.

이 책에 얽힌 사연이 또 하나 있다. 내가 유튜브를 통해 이 책을 소개하면서 침이 마르도록 추천을 했다. 얼마 후 어떤 분이 내게 전화로 무슨 책이 이러냐고 항의를 해 왔다. 내가 추천하는 것을 보고 사서 읽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분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신 분이었다. 독서 취향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낀 일이었다.

이럴 때 흔히 쓰는 표현이 있지 않은가. “호, 불호가 갈린다.” 왜 그럴까? 첫째는 주제 사라마구 서술의 특징을 꼽을 수 있다. 이 긴 장편소설에 마침표와 쉼표 외에는 부호가 아무것도 없다. 물음표는 간간이 나오지만, 따옴표가 없어서 대화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부분도 있다. 익숙해지지 않으면 읽기가 꽤 난해하다.

두 번째는 스토리가 뜬구름 잡는 듯하다. 기승전결이 분명치 않고, 극적인 반전도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중요한 것 같은 스토리는 한 문장, 또는 한 구절로 끝내 버리고, 주변의 묘사는 세세하다. 결말이 극적이지도 않다.

또 한 가지, 『장미의 이름』 같은 수도원의 내밀한 어떤 비밀을 기대했다면 이 책은 실망 그 자체다. 수도원은 사실상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냥 수도원을 짓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전쟁에서 한쪽 손을 잃어버린 ‘외팔이’ 발타자르 마테우스. 우선 인물 설정부터 심상치 않다. 전쟁에서 불구가 된 퇴역 군인이지만, 국가가 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스스로 알아서 먹고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별명 ‘세트 소이스’, ‘일곱 개의 태양’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등장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주제 사라마구는 그 특유의 냉소적 유머를 통해 독자의 인내를 시험한다. 첫 장에서는 포르투갈 왕인 주앙 5세와 오스트리아 출신 마리아 아나 조제파 왕비의 ‘합궁’ 장면을 묘사한다. 이미 한 수도사로부터 마프라에 수도원을 지으면 후사를 얻을 수 있다는 ‘예언’을 들은 터다. 그다음에는 교회와 기적을 풍자하고, 이어 극심한 빈부격차를 신랄하게 고발한다. 그리고 나서야 주인공이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것이다.

여주인공 블리문다의 등장은 더 ‘극적’이다. 이단으로 심판받은 어머니가 앙골라로 유배를 떠나는 것을 지켜보는 장면이다. 그녀는 어머니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같이 있던 바르톨로메우 로렌수 신부에게 저기 우리 엄마가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돌아서서 발타자르에게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그 후 집으로 돌아가서 세 사람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로렌수 신부는 남은 두 사람을 축복하고 떠난다. 발타자르와 블리문다는 첫날밤을 지낸다. 그렇게 둘은 부부가 된 것이다. 거두절미. 블리문다의 별명은 ‘세트 루아스’, ‘일곱 개의 달’이다. 그녀는 영혼을 들여다보고, 의지(意志)를 모을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소설은 마프라 수도원 건설을 중심으로 발타자르와 블리문다의 변함없는 아름다운 사랑, 바르톨로메우 로렌수 신부의 ‘하늘을 나는 기계’, ‘파사롤라’ 제작 등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는 발타자르 부부의 도움을 받아 ‘파사롤라’를 만들어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다. 그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것은 블리문다가 수집한 사람들의 ‘의지(意志)’다. 로렌수 신부는 사라지고, ‘파사롤라’는 깊은 산 숲 속에 방치된다.

‘파사롤라’는 종교적 권위와 세속적 권력에 맞서 인간의 자유로운 의지와 꿈을 실현하려는 열망을 상징한다. 로렌수 신부와 발타자르-블리문다 부부는 당시로서는 불가능한 그 꿈을 실현하는 선구자들이다. 그러나 그 꿈은 이뤄졌으되, 현실에서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마리아 아나 왕비는 독실한 신자로 경건하게 기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마프라 수도원 건설이라는 ‘종교적’으로 위대한 역사는 착취당하는 수많은 백성의 희생을 타고 굴러간다. 권력과 종교의 위선을 더할 나위 없는 냉소로 그려내는 것이다. 예컨대 큰 구조물을 옮기는 과정에서 사람이 깔려 죽는다. 이런 부분의 묘사는 더없이 간결하다. 깔려 죽었다는 말 외에는 전혀 부연 설명도 없이 지나간다. 비분강개도 없다. 냉정하게 한 줄로 사실만 전달하고 끝이다. 그럼으로써 가장 지독한 냉소를 퍼붓는 것이다. 그 속에서도 블리문다는 한 손이 없는 발타자르가 어디를 가든지 기다리고, 함께 하면서 한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수도원의 비망록』은 권력과 종교, 역사와 개인, 사랑과 꿈 등 다양한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모든 것이 두 개의 층위에서 각각 다르게 발현되면서 교회와 세속 권력의 힘, 그리고 역사의 가차 없는 수레바퀴에 깔려 짓이겨지면서도 아름다운 사랑과 꿈을 피워내는 힘없는 사람들을 부각한다.

주제 사라마구는 실존 괴짜 발명가 바르톨로메우 로렌수 신부의 비행선 개발과 마프라 수도원 건설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서사를 창조해 낸 것이다. 실제 마프라 수도원은 당초 수도사 수십 명의 조촐한 규모로 계획되었으나 왕의 과시욕과 식민지였던 브라질에서 들어오는 금 덕분에 점점 규모가 커졌다고 한다. 1717년에 시작된 건설공사는 수십 년 동안 포르투갈 전역에서 수많은 인력을 강제 징집해서 진행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그 결과 궁전과 대성당에 도서관까지 포함하는 거대한 복합 시설인 ‘마프라 국립 왕궁’이 만들어졌다. 사라마구는 역사를 비틀었지만, 그렇게 비틀어져 나온 작품은 실제보다 사실을 더 잘 반영하는 ‘역사 기록’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소설의 무대가 된 마프라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수도 북서쪽으로 28km 정도 떨어진 서부 연안의 소도시다. 소규모 수도원 건립을 계획했다가 거창한 규모가 된 ‘국립 마프라 왕궁’은 왕실 성당, 대규모 도서관, 사냥터, 아름다운 정원, 수도원 등을 포함한 일종의 복합시설로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마프라의 인구는 1801년 4,200명 정도였다고 하며, 2024년 현재 추정치는 91,000여 명으로 나온다. 현재는 포르투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주제 사라마구의 역사 비틀기는 그의 또 다른 장편소설 『리스본 쟁탈전』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수도원의 비망록_국립 마프라 왕궁.jfif 포르투갈의 「국립 마프라 왕궁」.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주앙 5세의 최대 건설 치적 중 하나로 꼽히며, 과거 포르투갈 제국의 힘과 위상을 과시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모스크바 푸시킨광장의 햄버거 가게 맥도날드에서 이탈리아 알프스 산록의 고요한 수도원을 거쳐 포르투갈 마프라의 거대한 석공 현장까지… 나는 거대한 억압과 금지, 그리고 거기에 저항하는, 그래서 분출하는 욕망을 목격했다. 긴 줄을 서서 햄버거를 기다리던 사람들, 금서를 탐하다 목숨을 잃는 수도사들, 하늘을 날고자 했던 신부의 ‘파사롤라’까지. 이 모든 장면은 하나의 진실을 가리킨다. 모스크바와 두 수도원이 억압과 금지에서 다르지 않은 것은 공산당 정권의 이데올로기나 중세 가톨릭의 신학이 도그마적 성격에서 똑 같이 폭압적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영적, 지적 자유는 질식한다. 그리고 조그만 틈새라도 벌어지면, 분출하고, 마침내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이것이 중세의 이야기였고, 또 지난 세기의 일이었을 뿐이라고? 아니다! 그것은 고대로부터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고, 21세기 대명천지에서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도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는 고귀하고 선량하지만 억압에는 무기력한 것처럼 보이는 인격체를 짓밟으면서 굴러가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외피를 두른 나라조차 예외가 아니며, 전체주의와 원리주의 아래선 더욱 참혹하다. 그리고 그 모든 억압은 오늘날 ‘위대함’이라는 허울을 쓰고 점점 널리 퍼져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극심한 억압에 직면한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들이 살아가는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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