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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쉐르 Sep 12. 2024

당신의 안전기지는 무엇인가?

삶의 변화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쉼터

삶의 변화 속에서 흔들릴지라도 내 안에 자리한 안전기지들은 언제나 나를 지탱해주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준다


첩보 영화에서 주인공이 위기에 처했을 때 숨을 돌릴 수 있는 ‘안전가옥’이 등장하듯, 우리도 감정적으로 힘들 때 누군가에게 의지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어 한다.  폭풍우 속에서 작은 등대가 희망을 주듯 우리의 안전기지도 그러한 역할을 한다.


나의 안전기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해 왔다. 그것은 마치 계절이 바뀌듯 다양한 형태로 나를 지탱해 준다. 각기 다른 안전기지들은 나에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위안을 주었고 때로는 서로 그 역할을 교차하며 나를 돕곤 했다.


관악산 모자봉의 나만 아는 지점은 나에게 평화의 안식처가 된다. 그곳은 바람소리와 새소리 따스한 햇살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자연의 품과 같다. 발을 담그며 계곡의 물에 마음까지 씻기는 듯한 기분을 느끼지만 자주 갈 수 없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고요한 피난처다.


다음으로 쇼팽의 피아노 소리는 또 다른 안전기지다. 그 소리는 새벽의 안갯속을 걷는 듯 신비롭고 따뜻한 위로를 주지만 때로는 그 소리조차 소음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음악이 주는 평온함이 항상 지속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여전히 나에게 중요한 안식처로 남아 있다.


최근에 인지한 새로운 안전기지는 바로 아내다. 그녀는 내가 화가 날 때면 말없이 안아주고 힘들 때는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고 말해주는 평온의 오아시스와 같다. 내가 반박하며 “어떻게 괜찮아질 수 있겠어?”라고 따져도 아내는 “기회가 있을 거야”라며 나를 다독여준다. 그 순간 큰 위로를 받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와의 관계도 변화했다. 어느새 위로만 해주던 아내는 나와 비슷해졌고 이제는 하나의 안전기지를 잃은 기분이었다. 이 변화는 때로는 혼란스럽고 상실감을 주었다. 하지만 관계의 진화를 경험하며 성숙의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서로를 닮아가며 아내는 단순한 위로자가 아닌 나와 같은 고민을 나누는 동반자로 변해갔다. 이 변화는 혼란스러웠지만 이제 우리는 서로에게 더 깊은 이해와 지지를 주고받는 존재가 되었다.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나는 더 큰 안정감을 얻게 되었다.


안전기지는 계속해서 변한다. 자연과 음악 아내와 같은 안전기지들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지만 결국 나는 새로운 안전기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 내가 금세 지쳐버리기에 그것들이 영원할 수는 없다. 이 과정은 마치 사막에서의 물 한 방울처럼 소중하지만 끊임없이 찾아야 하는 과제와 같다.


그럼에도 내게 계속 울림이 있는 말이 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 들리는 희망의 목소리처럼 내 마음을 다독이는 말이다. “무엇이 두렵냐? 내가 너와 함께 있지 않느냐.” 기도와 신앙의 힘은 항상 나를 놀라게 한다. 신앙은 거친 바닷속에서 작은 배가 안전한 항구를 찾는 것처럼 내 마음의 무거움을 가볍게 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평온함을 찾게 해 준다.


예를 들어 전세계약 만료가 다가왔을 때 내가 살고 있는 시세보다 너무 높은 집값에 불안해졌었다. 나는 기댈 곳 없는 바람처럼 압박을 느꼈다. 그래서 기도했다. “저에겐 방법이 없습니다. 이곳에 계속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 된다면 저에게 맞는 좋은 곳으로 인도해 주세요.” 얼마 뒤 집주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희가 집을 팔려고 하니 다른 곳을 알아보셔야 합니다.” 가족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짐 찾는 곳에서 화가 나 아이들에게 짜증을 냈다. ‘하나님은 어디 계신 거야?’라는 생각이 들며 불평했고 결국 마음이 격해져 지하철에서 혼자 따로 타고 돌아왔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안 되면 다른 곳으로 가게 해달라고 기도해 놓고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라고 바로 부정하다니.’ 나는 다시 기도했다. “제가 너무 교만했습니다. 가족에게 상처도 주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여전히 집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예산에 맞는 집도 없었지만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다. 그리고 5일 뒤 집주인에게서 전화가 다시 왔다. “그냥 파는 건 보류예요. 그 가격에 더 사세요.” 나는 놀랐다 모든 것이 결국 해결되었음을 감사했다.     


기도와 신앙의 힘은 항상 나를 경외감에 빠뜨린다. 삶의 문제들이 내 중심에서 벗어나 하나님 관점으로 보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상황은 그대로이지만 신앙은 내 마음을 이미 해결책을 찾은 것처럼 바꿔준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신앙이 내 삶의 가장 깊은 안전기지임을 다시 깨닫는다.


살면서 때로는 내가 중심으로 돌아가 이 안전기지를 잊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고통이 찾아오면 나는 다시 진정한 안전기지로 돌아간다. 그때마다 모든 것이 신비롭게도 해결되는 것을 느낀다. 흔들리지 않는 안전기지가 항상 나와 함께 있지만 문제는 내가 그 존재를 자주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자연, 음악,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신앙. 이 모든 것들은 마치 내 삶의 방패와 같은 존재들이다. 그중 하나가 부족하거나 흔들릴 때면 다른 것이 나를 붙들어준다. 자연은 내게 고요한 평안을 주고 음악은 마음의 위안을 사랑하는 사람은 진정한 휴식을 신앙은 영원한 안정을 준다. 각각의 안전기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지만 그들이 모두 함께 있을 때 나는 더욱 단단해진다.


삶은 언제나 변하지만 내 안에 깊이 뿌리내린 안전기지들은 여전히 나를 지키고 이끌어준다. 그들과 함께라면 어떤 폭풍 속에서도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안전기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자연, 음악, 사랑하는 사람이든 당신의 마음을 지켜줄 소중한 자원을 늘 곁에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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