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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그 빛나던 정원이 서서히 빛을 잃을 때

by 잎새달 이레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잎새달 이레입니다.
그동안 다들 잘 지내셨나요.


이렇게 제 마음속 깊은 결을 꺼내 놓는 건,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승인 여부를 기다리던 시간은 묘하게도 간질거렸습니다.
작가 승인을 받던 날, 저는 마치 오래 잃어버린 열쇠를 찾아 쥔 듯, 삶 속에 작은 빛이 번져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후 써 내려간 글들이 설령 우울과 후회, 그리고 오래된 회상으로만 채워져 있더라도, 그 글을 조용히 읽어 주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 마음들이 저를 다시 살아나게 했고, 어느 날은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이 고이고 흘러내렸습니다.


제가 이곳에 글을 쓰는 까닭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제 안의 감정과 순간을 오래도록 씹어 삼키며, 글로 풀어내면 조금은 숨이 고르게 쉬어질까 해서입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위로나 손끝의 온기를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매주 화요일의 연재는 때로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그 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제 마음에 솔직해질 수 있었기에, 수많은 생각 끝에 한 조각의 기억을 꺼내 적어왔습니다.


그런 제가 오늘, 화요일이 아닌 목요일에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 브런치에 새로 생긴 유료 멤버십 때문입니다.

물론 ‘작가’라는 이름이 직업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브런치가 새로운 길을 연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독자에게는, 예전보다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워진, 보이지 않는 문턱이 생긴 듯합니다.


저에게 브런치는, 누구나 망설임 없이 들러 앉아 글을 읽고, 상상하며, 위로받을 수 있는 너른 뜰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변화는, 제가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의 설렘과는 어쩐지 멀어진 듯합니다.
그 끝에서, 앞으로 이곳에서 계속 숨을 불어넣듯 글을 이어가야 할지 오래도록 고민했습니다.

오랜 생각 끝에, 처음이자 마지막인 연재작 '조용히 살아내는 마음들'을 마무리하면, 이 자리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거두려 합니다.


집단의 흐름과 어긋날 때마다 늘 조용히 뒤돌아 나가던 저였으니, 이번에도 아마 그러할 것입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마지막 장을 향해 조심스레 글을 올리겠습니다.


전하고 싶은 마음은 길지만, 닿는 말은 언제나 짧고 아쉬울 뿐이네요.
부디, 제 글이 머무는 동안에도 그 이후에도, 당신의 하루가 잔잔히 빛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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