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수능, 3대, 턱걸이의 유사점
사실 나는 단 한 번도 체중 감량을 고민해본 적이 없어서 당사자들의 고민에 공감하지 못한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체중 감량을 위해 유산소 운동-그 중에서도 러닝을 하고, 나는 러닝을 하는 과정이 덜 고통스럽게 해주는 마음가짐을 소개할 수 있다.
달리기를 다루기에 앞서, 수 년 전부터 국내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3대 웨이트 운동' 기록 열풍이 분다. 우선, 온몸의 힘을 균형 있게 사용해서 무거운 물체를 드는 능력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웨이트를 하는 목적 중에는 현대 남자들의 관상용도 물론 있지만, 그냥 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는 사람도 매우 많고 3대 운동은 그 초석이 된다. 다만 본인의 현재 역량으로 들기 부담스러운 무게를 들다가 부상을 입고 잠재력에 타격을 입는 경우가 많다. 가벼운 무게로 하면 주변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폐단에도 불구하고 '3대 열풍'은 국내 남자들에게 긍정적인 캐치프레이즈로 작용했다. 왜냐하면 근육을 찢어서 회복시키는 일련의 과정은 지루하기 짝이 없고, '큰 근육'에 대한 갈망 하나만 가지고는 강한 동력을 내기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상'이 아닌 무거운 물체를 드는 그 과정과 능력 향상 자체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재미를 붙이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생각한다. '3대를 더 잘치기 위해 3대를 치는' 게 '근육을 키우기 위해 3대를 치는' 막연한 목적지보다 더 강한 동력을 준다는 의미이다.
.
요컨대 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살을 빼려고 달린다고 의식할 게 아니라, 러닝 대회 준비를 위해 달리기를 한다는 마음을 갖는 게 낫다고 본다. 나는 수 년 간 살과 근육을 찌우기 위해 나름 한다고 하고 있지만(신검 178cm 58kg이었고 제일 무거웠던 시절이 신검으로부터 4년 후 181cm 68kg였다), 성인이 된 후 항상성을 깨뜨리고 평형지점을 옮기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반면에 달리기 실력은 비교적 단기적으로 향상된다. 잘 달리게 된 스스로를 통해 내적 보상을 얻고 그 뿌듯함으로 새로운 동력을 얻어서 달리는 선순환을 그리는 사람들, 특히 여자들을 나는 꽤 많이 봤다. 그분들의 체중 감량은 물론 점진적으로 달에 1kg 전후로 하는 듯 했지만, 다이어트도 마라톤만큼이나 길게 보고 하는 것이 건강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달리기는 축구/테니스/복싱 이런 것과 다르게 그 과정에는 재미를 붙일 여지가 거의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매우 힘들 것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달리기를 같이 하는 동료는 대체로 도파민 중독과 거리가 먼 안정된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
즉 호승심, 경쟁심을 유발하여 그 과정 자체를 즐기고 치열해질 수 있다면 도중에 포기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같은 논리로 턱걸이 역시도 초반 0~2개 구간이 가장 고통스럽고 그 구간만 벗어나면 개수를 정말 빠르게 늘릴 수 있다. 재미가 붙으니까 자발적으로 피로강도에 가깝게 턱걸이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시스트 풀업 머신이나 풀업밴드를 이용하면서 포기하지 않는다면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도 분명 1개 이상을 달성하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 참고로 국내 턱걸이 대회에서 최상위권을 하는 사람들은 호리호리한 체형이 아닌 근육질이었다.
수능이나 여타 입시, 수험준비 역시도 그저 마패나 라이센스를 따기 위한 관문이 아니라 '이 지능 테스트에서 내가 우위에 있다는 걸 보이고 싶다' 비슷하게 그 테스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내적 동기를 만들 수 있다면 의무감보다 더 강력한 원동력인 호승심이나 즐거움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