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사랑방
몇 달 지나 보니, 유투버 광고에 휩쓸린 것 같고 차기모델 출시 루머도 있어 아쉬운 면 있지만 A7C는 볼수록 예쁘고 쓰기 좋다. 성찰하건대 선택을 합리화하는 심리도 있다. 이 스펙이 내 실력에 비해 한참은 충분하니 애착하고 잘 써보겠다 맘먹곤 했는데 이젠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완전히 서툰 상태로 번들렌즈를 쓴 이유로 사진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데 그동안 익힌 만큼 지식으로 설정과 조작방법을 바꾸니 번들렌즈도 밝은 곳에서는 근사하다. 35mm 풀프레임 단렌즈를 쓰니 기대한 그림 나와 더 좋다.
카메라가 좋은 점은 무엇보다 셔터 찰칵거리는 소리와 손맛이 좋다. 다음으로 내가 쓰는 폰카, 아이폰 XS와 달리 색보정 없이 크기와 각도만 조정하면 되기 때문에 무척 편하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색감은 이 정도로 흡족하다. 박물관은 생초보가 실내사진 연습하기 좋은 것 같다. 조명이 워낙 좋고 피사체 세팅이 훌륭해 뭔가 교과서 다독하는 느낌 같다.
취업원서 넣고 1차 광탈해도 놀러 온다는 영상자료원에 오래전 1차 광탈하고 이제야 찾았다. '자전거 탄 소년'을 보기 위해 한번은 더 와야 하는 영상자료원은 디지털미디어 시티 2번 출구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타고 누리꿈스퀘어에서 내리면 된다. 올 때는 길을 몰라 지하철 역까지 걸어갔다. 여러 방송사가 들어선 이곳은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공터 규모가 크다.
사진 찍는 데 정신 팔려 전시물 이름과 의미도 모르고 마구 사진 남겼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많이 움직여야 하는 것 같다. 아버지는 배운 적 없어도 젊었을 때부터 사진을 잘 찍으시는데, 나와 카메라 렌즈와 피사체 사이 각도나 거리가 달랐다. 이 무한대 조건을 잘 잡아야 근사해진다. AI이슈 중 사진에 관해, 아무리 보정 훌륭하다 해도 원본이 훌륭해야 하므로 노련한 사진사만큼 3차원 공간 좋은 지점에 렌즈를 띄울 기계가 나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내가 피사체 사이 어디 즈음에 있는지 중요한데 카메라 모니터로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운동선수처럼 많이 찍어서 각도와 거리를 몸으로 익혀야 할 것 같다. 정중앙에서 찍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사진 찍을 때 측량하듯 찍는 게 아니라 모든 선을 충족하게 정렬할 수 없어 그때그때 느낌 따라 기준을 달리 해 보정했다. 바깥쪽 혹은 주시점 기준으로 맞췄는데 아마 여기에도 기술과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고전한국영화를 유투브로 제공하고 있다.
근데, 윤초시네 손녀딸은 내 상상 속 카르멘과 너무 다르다. 소년도 완전 도시남이다.
이유 모르는데 35mm로 발광하는 포스터를 찍으니 하얗게 나온다. 번들렌즈로 찍으면 무난하게 찍힌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조리개값 차이 같다. 35mm F1.8과 번들렌즈 F4. 35mm도 조리개를 닫았다면 잘 찍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