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서야 나를 담당했던 간호사들이 너무나도 인간적이었다는 것을 안다.
첫째를 출산할 때 조산원에서 진통을 하다가 응급으로 대학병원에 갔다. 자연주의 출산에 실패했다는 좌절감, 아기에 대한 걱정, 이 모두를 덮을 만큼 어마어마한 통증에 휩싸인 채 병원에 도착했다.
차가운 침대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내게 간호사들은 건조하고 차갑게 '몸을 펴라', '가만히 있어라'라고 지시했다. 배려와 공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표정과 몸짓으로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했다. 당시 나는 그들의 비인간적(?)인 태도에 화가 났지만 처치에 따르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나는 전신마취가 됐고 정신을 차렸을 땐 수술이 끝나 있었다. 그렇게 나의 첫 출산은 실패와 분노의 기억으로 남았다.
지금에서야 나를 담당했던 간호사들이 너무나도 인간적이었다는 것을 안다. 심야의 응급환자, 근무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생체리듬상 맑고 개운할 수 없는 컨디션, 매번 통증에 몸부림치는 산모들을 마주하며 어쩔 수 없이 무뎌지는 마음, 그저 일을 하는 것일 뿐 친절과 격려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생각을 이제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첫 출산에 대한 기억이 조금은 달라졌다. 여전히 아프긴 해도, 그날 간호사들의 태도에 대한 나의 해석을 바꾸니 조금은 나은 기억이 되었다.
우리는 흔히 과거는 바꿀 수 없다고 하지만, 과거에 대한 해석과 의미부여에 따라 충분히 바꿀 수 있다. 기왕이면 좋은 쪽으로 바꿔나가는 편이 과거를 슬기롭게 활용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