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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부자가 돼도 괜찮아?

'부자가 돼도 괜찮아? 불행 해질 텐데' 라는 말은 진심이었을 거다.

by 오공부

어제 퇴근하고 오랜만에 아이들과 부루마블을 했다. 이제 둥이들도 많이 커서 엄마가 서울을 산대도 화내거나 울지 않는다. (반년 전만 해도 울고불고했음) 그래서 내가 콜롬비아호 탑승 기회를 잡았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서울로 갔다. 그러고 나서 막내가 서울에 걸리자 200만 원을 냈고, 나는 "야호! 엄마 부자다~"하며 환호했다. 그랬더니 첫째가 하는 말, "엄마는 부자가 되는 게 좋아? 부자 되면 도둑들이 쳐들어와서 다 뺏어갈텐데."

순간 너무 놀랐다.

첫째로, 내 마음 깊은 곳에 새겨져 있는 생각과 너무 닮아서 놀랐고, 둘째로, 이 어린 나이에 이미 이 생각이 심어지고 굳어졌구나, 싶어서 놀랐다.

이번 주 심리상담을 갔을 때, 나는 이 생각(부자가 되면 사람들의 시기질투를 받을 거고, 인간관계도 틀어질 거야. 범죄의 대상이 될지도 몰라. 그런 이유로 부자가 되면 불행해질 거야. 부자가 되면 안 되겠다.) 이 아직도 내 안에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에 놀랐던 일이 있었다. 그렇게 많은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생각을 바꿨다고 믿었는데, 여전히 그대로였다는 걸 안 순간 얼마나 허탈했던지. 그래서 더욱 아이의 말에 놀랐던 것이다. 나는 안 그런 척하며 물었다.

"그럼 때꼬는 부자의 집에 가서 돈을 뺏어 올 거야? 그게 당연한거야?"

그랬더니 "응, 나는 부자의 집에 가서 돈을 뺏어서 그 옆에 그냥 둘 거야~" 하며 웃긴 표정을 짓고 춤을 추었다. 농담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처음 나에게 물었던 '부자가 돼도 괜찮아? 불행 해질 텐데?'라는 아이의 말은 아마 진심이었을 거다.

아이의 생각을 바꿔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올라왔지만 무슨 수로? 내 생각도 아직 그대로인데.

씁쓸했다.​​


무의식을 마주하고 바꿀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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