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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사랑 초보의 실천법

'내일의 나'를 위해 퇴근 전 컵을 씻어두는 건 어떨지 생각하다가

by 오공부

마음이 힘들어 죽을 것 같을 때 나를 살려준 건 몇 권의 책이었다. 책을 읽으니 비로소 숨이 쉬어지는 경험, 긴장이 탁 풀리며 안심이 되는 경험을 하면서 책을 따라 살고 싶었다. 책에서 말하는 게 진실이라면, 그 진실을 내가 경험할 때까지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들의 마지막장이 가까워올 때쯤 진짜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듯이 나에게 공통적으로 알려주었던 건 다름 아닌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평범한 말이었다. 나는 그 말에 막연히 수긍하면서도 도대체 그걸 어떻게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나에게 자기사랑은 머릿속에는 있지만 경험될 수 없는 무엇이었다.


나는 그런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품은 채 인생의 많은 경험을 하고, 책도 읽고, 명상도 틈틈이 했다. 생각을 글로 적어보기도 하고 홀로 걸으며 혼잣말도 많이 했다. 내가 나에게 묻고 시간이 지나면 답이 내 안에서 자연히 떠오르는, 그 말을 나에게 다시 들려주는 시간들을 보냈다. 그래도 여전히 나를 사랑스러운 존재로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대신 나는 나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했다. 타인을 사랑하기는 어려워도 친절하기는 비교적 수월하듯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는 친절한 것이 훨씬 쉬우니까.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에게 친절할 것.'

사랑보다는 훨씬 실현 가능해 보이는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목표를 너무 자주 잊어버렸다. 나는 나의 감정을 쉽게 무시하고, 감정으로부터 도망치려고 유튜브를 보거나 음식을 먹었다. 늘 돈 걱정을 하면서도 뭐 살 게 없는지 인터넷 쇼핑몰을 두리번거렸다. 나름의 고민을 해서 물건을 고르고 결제를 할 때, 나는 그게 나를 위한 친절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사실을 자주 잊기도 했지만, 자주 오해도 한 것 같다. 스스로에게 친절하려면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살뜰히 살펴야 하는데 그게 귀찮아서, 또는 두려워서 그러지 못했다. 여전히 그 일은 나에게 어렵다. 그래서 나는 '내일의 나에게 친절을 베풀기'로 목표를 수정했다. 당장 스스로에게 친절한 게 1순위지만, 그럴 수 없다면 내일의 나에게 이로운 일을 작은 거라도 해 보기.



예를 들면,

내일 수영 갈 짐 미리 챙겨두기, 입이 심심할 때 먹을 수 있는 건강한 간식 가방에 넣어두기, 오늘 설거지 내일로 미루지 않기 등등.



'내일의 나'를 위해 퇴근 전 컵을 씻어두는 건 어떨지 생각하다가 여기까지 쓰게 됐다.


예쁜 자연 찍어서 모아두고 힘들 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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