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강습을 받다 보면 자연스레 옆 레인에 시선이 간다. 그곳에서는 고급반 강습이 한창이다. 초급반과 달리 고급반은 가끔 원포인트 레슨만이 있을 뿐, 수강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쉬지 않고 레인을 오간다.
키판을 잡고 겨우 한쪽 끝에 도착한 나는 숨을 고르면서 '옆 레인 사람들이 멋있다'라고 생각한다. 뭐가 멋있냐고? 오리발과 스노클링 장비가 멋있다. 날렵하게 턴해서 잠영하는 것도 멋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멋있는 건 다름 아닌 '물에 대한 초연함'이다.
내가 말하는 초연함이란 이런 것이다. 옆 레인에서 아무리 커다란 물보라가 일어도, 그 물보라가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려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저 손바닥으로 한 번 쓱 훔치고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다. 물보라가 지나간 자리는 궁금해하지도 않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물보라를 일으킨 누군가는 그저 수영을 한 것뿐이다. 다른 이의 면전에 물을 퍼부으려는 것이 아니다. 수영장에서는 누구나 물을 맞고, 맞힐 수 있다. 어차피 모두가 물에 흠뻑 젖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제 막 수영을 시작한 나는, 내 의지가 아닌 방식으로 물이 닿는 게 낯설어서 물이 튈 때마다 신경을 쓰고 당황했다. 물을 튀기고 간 그 사람을 눈으로 좇았다. 그에 비해 옆 레인의 그들은 그쯤이야 타격 없다는 듯한 의젓함으로, 겨우 그 정도로는 나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식의 멋있음으로 빛나고 있었다.
옆 레인으로 가고 싶었다. 멋없음의 세계에서 멋있음의 세계로 넘어가고 싶었다. 흡사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꿈을 펼치고 싶은 순진한 젊은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