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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움

'이게 내 일상이고, 나는 이걸 잃고 싶지 않다.'

by 오공부

지난주에 베트남 냐짱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작년에 한 다낭 여행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던 터라(꽉 찬 3일) 이번엔 더 길게 잡았다. (꽉 찬 5일)



길면 긴 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장단이 있었는데, 이것저것 다 하고 싶은데 일정이 짧으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해서 아쉽다. 반면에 일정이 길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은데 그만큼 체력 소모가 심하다. 휴양에 포커싱 한 여행이었는데도 왜 그랬나 생각해 보면, 일상이었다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 없는 의식주에 대한 고민이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현지식을 거부하는 아이들을 고려한 삼시세끼 메뉴 선정부터 아무리 자고 늘어져 있어도 내 집 같지 않은 잠자리. 이국 날씨에 맞는 옷차림 고민에 구글 지도상 5분 거리를 (오토바이를 피해 뙤약볕을) 더듬거리며 걷는 일 등. 매일의 단순하지만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에 부하가 걸렸다.



여행자의 할 일이라곤 밥 먹고, 수영하고, 마사지받고, 쇼핑하는 것뿐인데도 그러한 이유로 꽤 고단했다.

그런 와중에 고단한 한량의 눈에 비친 베트남 현지인들, 그러니까 묵묵히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는데 여행이 끝나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바로 부러움이었다.



의식주의 불안정함 없이 익숙한 일을 하고, 익숙한 거리를 걷고, 익숙한 음식을 먹고, 익숙한 집으로 돌아가는, 특별하진 않아도 안정적인 그들의 일상이 부러웠다. 비일상을 누리기 위해 타국으로 떠나 왔건만 나는 그들의 일상을 부러워했고, 두고 온 나의 일상을 그리워했다.



원래 여행의 목적이 '집이 최고'라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라고 했던가. 여행 마지막 날, 나는 집에 돌아갈 생각에 내심 기뻤다.



다시 돌아온 나의 일상은 놀랍도록 변함없었다. 평온하고 행복했다가도 때때로 못 견딜 것 같고 우울했다. 그래도 끝내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게 내 일상이고, 나는 이걸 잃고 싶지 않다.' (라고 쓰면서 지난주의 베트남을 그리워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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