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오아시스
카이로우안을 떠나 Tozeur로 향했다. 토죄르 또는 토주르라고 부르는 이곳은 튀니지의 유명한 관광지인 셰비카 오아시스를 가기 위해 방문하는 도시다. 토죄르로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은 척박하고 광활한 땅과 멀리 보이는 석산(石山)이 대부분이었다.
정오를 넘어가자 아침부터 뜨거웠던 햇살이 더 강해졌다. 차 안에서 에어컨을 아무리 틀어도 시원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도로에 피어오른 아지랑이가 구불구불 선을 만들어 냈다.
우리는 토죄르 숙소에 체크인하기 전에 먼저 관광지를 돌기로 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알제리와 튀니지 국경 근처에 있는 미데스 협곡(Mides Canyon)이었다. 국경 근처는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약간 긴장한 상태로 뷰포인트를 찾아갔다.
거의 다 도착했을 무렵에도 길가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걱정하던 찰나에 작은 기념품 가게를 발견했다. 다만 가게 안에선 TV나 라디오로 추정되는 소리만 들릴 뿐 사람은 없었다. 뷰포인트에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해가 너무 강한 시간이라서 또는 단체 관광객이 떠난 뒤라서 호객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늘을 찾아 주차한 뒤 곧장 협곡 쪽으로 걸어갔다. 미데스 협곡을 마주하자 우와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나름 여러 협곡을 구경해 왔지만 미데스 협곡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협곡 틈에서 자란 야자수가 만들어내는 경치가 새로웠다. 거친 돌이 만들어낸 굽이진 돌길은 마치 영화 속에서 묘사하는 화성을 보는 듯했다.
협곡 아래로도 내려갈 수 있었지만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없었다. 날이 너무 뜨거워서 포기하고 도망치듯 차에 타서 에어컨을 가장 강하게 틀었다.
차로 20분 정도를 이동해 다음 목적지인 타막자 폭포(Tamaghza Waterfall)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작은 폭포였지만 폭포 주변 경관이 근사했다. 다만 얕게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쓰레기도 종종 보였다. 쓰레기가 없었다면 더 멋진 곳이었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협곡을 따라 걸어가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고 했지만 햇살이 따가워서 가지 않기로 했다.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든 가 보려고 했을 텐데 이젠 내 몸이 우선이 됐다.
우리가 튀니지에 머무른 기간은 2024년 9월 12일부터 18일까지였다. 이 기간 내내 뜨거운 태양이 작열했다. 다행히 습도는 높지 않아서 견딜 만했지만 한낮이 되면 햇살이 너무 강해서 쉽게 야외활동을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여행 내내 가벼운 트래킹조차 하지 못했다. 한편으론 머나먼 튀니지까지 가서 조금 대충 보고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타막자 폭포를 뒤로 하고 셰비카 오아시스(Chebika Oasis)로 향했다. 차창 밖을 보니 또다시 석산이 펼쳐졌다. 자세히 보니 아주 절경이었다. 흡사 미국의 애리조나주를 여행하는 기분도 들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남부 튀니지가 훨씬 더 척박하다는 것.
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PHOTOS'라고 써진 팻말을 발견했다. 주차하는 곳도 마련되어 있어 잠시 정차했다. 차에서 내려 보니 협곡과 어우러진 오아시스가 장관을 펼치고 있었다. 모래와 돌만 가득한 땅에 자리한 풍요로운 오아시스가 웅장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곳은 타막자 오아시스(Tamagzha Oasis) 일대였다. 튀니지 여행 중 만났던 절경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기도 하다.
오후 3시가 넘어서 셰비카 오아시스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오아시스에 도달하기까지 호객꾼도 마주쳤지만 집요하지는 않았다. 튀니지 상인들은 한두 번 제안했을 때 거절 의사를 밝히면 그 이후로는 강요하는 일이 없다. 여행 중 단 한 번도 호객꾼 때문에 감정이 상한 적이 없었다.
우리가 남부 튀니지에 온 이유 중 하나였던 셰비카 오아시스는 생각만큼 멋졌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관광객도 많이 있었다. 쓰는 말소리를 들어 보니 러시아 또는 그 인근 국가에서 온 사람들인 듯했다. 이럴 땐 동아시아인의 국적을 정확히 구별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된다.
오아시스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물줄기를 보고 있으니 몸은 더웠지만 마음은 시원해졌다. 한 모금 마셔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위장이 약한 편이라 꾹 참았다. 실제로 사막을 배회하다 이 오아시스를 만난 거라면 벌컥벌컥 마셨을 테지만 난 생수를 가지고 다니는 관광객일 뿐이었다.
한참을 구경하다 다시 또 차로 돌아갔다. 차 문을 열 때 느껴지는 열기에 으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자리가 너무 뜨거워서 의자에 바로 앉을 수도 없었다. 혹시라도 튀니지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꼭 차량용 햇빛 가리개를 준비하시길.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치고 마을 인근에 있는 토죄르 공원(Tozeur Park)으로 향했다. 걸어갈 수도 있었지만 편하게 차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보는 석양이 멋지다고 해서 해질녘에 찾아갔는데 시간대를 잘 맞춘 덕분에 해 지는 모습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마을 뒷동산에서 매일 똑같이 지는 해를 보는 거였는데도 감회가 새로웠다. 장소와 풍경이 달라지니 낙조가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런 게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토죄르 공원에는 낙타를 태워주는 상인도 있었다. 나와 짝꿍에게도 낙타 타기를 제안했지만 미소를 지으며 거절하니 역시나 다시 권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이렇게 해서 장사가 되겠나 싶을 정도로 쉽게 호객을 포기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오히려 더 마음이 쓰였다. 그렇지만 억지로 타고 싶지는 않았다. 공원을 어느 정도 구경하고 돌아오니 다른 관광객이 낙타를 타고 있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저녁을 먹기 위해 토죄르 시내로 방향을 틀었다. 식사 전에 해야 할 중요 임무(?)가 하나 있었는데 있었는데 바로 토죄르 까르푸에서 튀니지산 와인을 사는 것이었다.
튀니지 사람들은 무슬림이 대부분이라 음주를 부도덕하게 여긴다. 그러나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므로 대형 마트에 가면 술을 구할 수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까르푸에 들어가자마자 주류 코너를 찾았다. 인터넷에서 한쪽 구석으로 가야 와인을 살 수 있다는 정보를 얻고 갔던 터라 가게 안을 구석구석 살폈다. 몇 번을 돌아도 도저히 찾을 수 없자 결국 직원에게 물어봤다. 처음부터 물어보지 않았던 이유는 왠지 이슬람 국가에서 술을 찾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였는데, 그냥 처음부터 물어봐도 됐을 것 같다. 직원분이 굉장히 친절하게 지금은 주류 판매 시간이 아니라고 알려줬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튀니지에서는 정해진 시간에만 주류를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멋쩍게 웃으며 가게를 나왔고 저녁을 먹으러 근처 식당에 갔다. 호텔 밖에서 먹는 첫 현지 음식이었다. 우리가 시킨 요리는 다진 고기가 들어간 바게트와 오짜(Ojja)였다. 튀니지 고추가 들어간 음식은 정말 맵기 때문에 오짜를 주문할 때는 덜 맵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바게트는 딱딱한 고기 찐빵 맛이었고, 오짜는 매콤한 토달볶 같았다. 덜 맵게 해달라고 했음에도 매운맛이 꽤 강했지만 빵과 함께 찍어 먹으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까르푸에 들러 전날엔 구경할 수 없었던 주류 판매 코너에 갔다. 가게 뒤편에 아주 비밀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게다가 구매한 주류는 무조건 검은 봉지에 담아 가야 했다.
우리는 튀니지에서 가장 유명한 마공 와인을 샀다. 마공은 프랑스에 수출할 만큼 맛이 좋은 와인이다. 글을 쓰다 궁금해서 챗GPT에 물어보니 여전히 프랑스로 수출 중이라고 한다.
소원이었던 튀니지 와인을 구매한 뒤 기쁜 마음으로 차에 탔다. 복잡한 시내를 지나 두즈로 향하는 한적한 도로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