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우안(Kairouan)

마침내 튀니지에 왔구나

by 오행

Hotel La Kasbah Kairouan

스위스 바젤에서 2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튀니지 수도인 튀니스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땐 저녁 무렵이었는데 우리는 렌터카를 찾은 뒤 튀니스를 둘러보지 않고 곧장 Kairouan(우리나라 말로는 카이로우안 또는 캐루안, 카이르완)으로 향했다.

아마 튀니지에 한 번이라도 와 봤다면 이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둠이 내리자 옅게 남아 있는 차선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가로등도 많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가 출발하자마자 쏟아진 폭우는 운전을 더 어렵게 했다. "이게 맞아?"를 서른 번쯤 외쳤을 때 비가 그쳤고 차선이 많지 않은 도로에 무사히 진입할 수 있었다.

튀니지에는 고속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최대한 조심하며 카이로우안을 향해 달렸다. 다행히 '이때는'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보행자를 마주치지 않았다.

두 시간 반 정도를 달려 도착한 카이로우안 시내. 늦은 시각이었지만 제법 많은 사람이 가게 앞에서 밤을 즐기고 있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착한 호텔은 바람 세기가 0에 가까운 드라이기만 빼면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이국적인 외관과 인테리어 역시 튀니지에 온 걸 실감하게 했다.

Hotel La Kasbah Kairouan

한숨 푹 자고 일어나 조식을 먹었다. 건너편 테이블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있었다. 튀니지에선 동양인을 만나기 힘든데 그나마 마주치면 중국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주 가끔 일본인도 마주쳤다. 한국인을 마주치지 않았던 여행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수영장 사진에 홀려 예약한 호텔 라 카스바는 사진보다도 먼진 곳이라 만족스러웠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수영하고 싶었으나 촉박한 일정 때문에 할 수 없어서 매우 아쉬웠다.

카이로우안 대모스크

서둘러 시내를 구경하러 나왔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카이로우안 대모스크. 아침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별로 없었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았는데 튀니지 물가치고 저렴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구경할 만한 가치는 있다.

고요한 모스크 안에 현지인 두세 명이 쉬고 있었다. 동양인인 우리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살짝 미소를 지어드린 뒤 모스크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아부다비의 셰이크 자이드 대모스크의 화려한 외관과는 전혀 다른 단출한 모습이었다.

카이로우안 대모스크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섬세하게 조각된 기둥이 보였고 웅장함도 느껴졌다. 계속 보고 있으니 오히려 아부다비의 대모스크가 너무 화려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참고로 튀니지에서는 무슬림 여성이 아니라면 히잡을 안 써도 된다. 현지인 여성 중에서도 히잡을 쓰지 않은 경우를 자주 보았다. 하지만 모스크 안에서는 철저히 예의를 지켜야 하므로 스카프나 겉옷을 둘러 머리카락을 꼭꼭 감춰야 한다. 다리를 감춰야 하므로 긴 하의도 필수다.

카이로우안 골목길

모스크를 나와 시장을 구경하러 갔다. 시장으로 가는 길에 마주한 카이로우안의 골목길은 정말 이색적이었다. 하얀 벽과 조화를 이루는 알록달록한 문들이 꼭 동화책에 그려진 집들 같았다. 골목은 생각보다 깨끗했으며 고양이들이 곳곳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튼튼해 보이진 않았지만 평화롭게 잘 지내는 듯 보여 마음이 따뜻해졌다. 무함마드가 고양이를 아꼈기 때문에 무슬림들은 고양이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을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카이로우안 시장 풍경

시장에 들어서니 더욱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천막으로 가려진 시장 골목과 알록달록한 공산품들이 보였다. 어린아이들, 특히 소녀들은 내 짝꿍을 아주 유심히 바라봤다. 아마도 K-POP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상인 중 일부는 우리를 보고 니하오와 곤니치와를 외쳤다. 처음엔 이게 인종차별인가 싶었지만 나중엔 튀니지에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이 대부분이라서 그렇다는 걸 깨달았다. (진짜 인종차별은 수스에서 겪게 되는데 이 내용은 수스 편에 갈아 넣을 예정) 예쁜 가방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무지 비싼 가격을 불러서 아무것도 사지 않고 돌아왔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했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서둘러 이동해야 했다. 네 시간이 넘도록 토죄르까지 달려가야 했기 때문에 지체하지 않고 움직였다. 밤과는 다른 이유로 운전이 녹록지 않았다. 길은 잘 보였지만 사람과 차들이 뒤엉켜 있었다. 운전자인 짝꿍은 물론 보조석에 앉은 나까지 함께 레이더를 곤두 세우며 길을 빠져나가야 했다. 로터리에서는 특히나 더 조심하며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시내를 벗어나자 짝꿍과 함께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법 예민해질 만한데 침착하게 운전해 준 그에게 고마웠다.

긴장이 풀리자 주변 풍경이 눈에 더 잘 들어왔다. 척박한 땅이 자아내는 모든 풍경이 새로웠다. 렌터카의 블루투스가 말을 듣지 않는 바람에 음악도 없이 그저 창밖 풍경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차 유리창 안까지 뜨겁게 쬐는 해를 맞으며 토죄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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