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즈(Douz)

티모시 샬라메는 없었지만

by 오행

엘제리드호의 버려진 버스

토죄르 다음 목적지는 Douz(두즈 또는 도우즈)였다. 두즈는 사하라 사막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곽준빈의 기사식당2에서 곽튜브가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토죄르에서 두즈로 가는 길에는 면적이 7,000제곱키로미터나 되는 엘제리드(El Djerid)호가 펼쳐져 있다. 우리는 먼저 차로 30분 정도 가서 엘제리드호의 버려진 버스(Chott el Djerid’s Abandoned Bus)에 들렀다. 건기였기 때문에 호수가 말라 있어서 승용차로 버려진 버스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토죄르에서 두즈 가는 길

이 버스가 왜 이곳에 버려졌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알려진 바가 없다. 버려진 버스와 척박한 주변이 어우러져 마치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보는 것 같았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서 정말 다른 세상이나 행성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우기에 엘제리드호에 방문하면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처럼 하늘이 수면에 반사되는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땐 엘제리드호를 가로지르는 길 양옆으로는 하얀 소금만 남이 있었다. 더 안쪽으로 가면 물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길에서 보이는 건 그저 소금 세상이었다.

Sun Palm Douz

두즈로 가는 길엔 제법 구름이 껴 있었다. 그러나 햇살은 여전히 강했다. 다시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 두즈에서 머물 호텔에 도착했다. 튀니지에서의 세 번째 호텔에 오니 이국적인 외관을 봐도 큰 감흥이 없었다. 익숙해지는 순간 흥미를 잃는 내가 참 간사했다.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두즈에 온 목적인 사하라 사막 탐방을 하기 위해선 체력 보충이 필요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레토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운 뒤 호텔을 나섰다.

거대한 열쇠 조형물인 사하라의 열쇠(The Key of Sahara)로 걸어갔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덥지 않았다. 다만 모래바람이 몰아치기 때문에 마스크와 선글라스는 필수였다. 조형물은 사진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에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그렇지만 내가 진짜 사하라 사막에 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새로웠다. 이 척박한 곳에 마을이 조성되어 있는 게 신기했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을 보고 있으니 경이롭기도 했다.

사하라의 열쇠를 지나 사막 입구에 들어갔다. 곱디고운 모래 둔덕에 올라가니 끝도 없는 사막이 눈에 들어왔다.

두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낙타들

둔덕을 내려와 다시 시내 쪽으로 걸어갔다. 길가를 걸어가는데 낙타들이 엄청 많이 보였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다 낙타뿐이었다. 강아지처럼 옆으로 누워서 네 발을 쭉 뻗은 채 낮잠을 즐기는 낙타도 있었다. 낙타가 귀여워 보이긴 처음이었다.

두즈에서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쉽고 빠르게 해 볼 수 있는 체험은 낙타 타기와 ATV 라이딩이다. 사하라를 더 진득하게 즐기는 여행자들은 몇 박 며칠 동안 옮겨 다니며 사막의 낮과 밤을 즐긴다고 한다. 나와 짝꿍은 아끼고 아낀 휴가를 낸 가엾은 직장인이었기에 몇 날 며칠을 사막에서 보낼 순 없었다.

사하라 사막

우리의 선택지였던 낙타와 ATV 중 뭐가 더 재밌을지 고민하며 발걸음을 이어갔다. 조금 걸어가다 보니 멀리서 ATV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게 보였다. 가격이나 문의해 보자는 생각으로 책임자로 보이는 분께 다가갔다.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미국 달러로 꽤 큰 금액을 불렀다. 인터넷으로 알아봤던 가격보다도 훨씬 비쌌다. 짝꿍과 나는 어느 정도 흥정을 해 보다 우리가 원하는 가격까지 내려주지 않자 돌아섰다. 다른 선택지였던 낙타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막에서 마신 콜라

돌아서서 몇 발짝 걸어가자 그분이 우리를 불러 세웠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가격에 ATV 한 대를 빌릴 수 있었다. 금방 버스에서 내린 단체관광객과 함께 출발하면 된다고 했다. 우리는 엉겁결에 ATV에 올라타고 간단한 조작법을 들은 뒤 출발했다.

모래바람이 엄청났다. 맨얼굴로 운전하는 짝꿍이 괴로워 보였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잠시 멈췄을 때 내 선글라스를 짝꿍에게 바로 씌워줬다. 입과 코는 셔츠로 잘 막아 뒀다. 아무런 준비 없이 우리를 출발시켰던 그분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흥정에 대한 가벼운 복수? 허허.

중간에 나도 운전대를 잡고 ATV를 몰아 봤다. 생각보다 빨랐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스릴이 환호성을 자아냈다. 짝꿍과 서로 운전대를 바꿀 때마다 선글라스를 바꿔 꼈는데 이것도 나름 재미였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갑자기 우리 손에 콜라를 쥐여 주고 순식간에 병뚜껑을 따 버리는 상인이 나타났다. 거절할 새도 없이 내 손에 들려 있는 뚜껑이 따진 콜라. 가격이 비싼 건 아니었기에 그냥 마시기로 했다. 사막 한가운데서 콜라를 들이켜니 낭만도 있었다. 배불렀지만 남은 콜라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 꿀꺽꿀꺽 다 마셨다. 빈 병은 아까 그 상인분이 다시 수거해 가서 다행이었다.

Sun Palm Douz

ATV에서 내려 사막을 더 자세히 감상했다. 영화 '듄'이 떠올랐다. 주연배우인 티모시 샬라메는 없었지만 이때만큼은 나도 아라키스 행성*에 있는 것 같았다. 참고로 듄의 실제 촬영지는 요르단이다. 영화에서는 샌드웜**을 피하기 위해 특이한 걸음걸이로 사막을 건너는데, 나도 장난스럽게 그 방식으로 언덕을 오르내렸다.

약 40분간의 ATV 라이딩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왔다. 온몸이 모래투성이였다. 신발엔 고운 모래들이 잔뜩 들어와 있었다. 입자가 고와서 그런지 아무리 털어도 완전히 털리지는 않았다. 결국 남은 여행 내내 이 고운 모래와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호텔에 도착해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묵었던 선팜두즈(Sun Palm Douz)는 저녁 식사까지 제공해 줬다. 그날은 마침 단체 관광객들이 방문했던 터라 식당이 꽤 북적북적했다. 식당에서는 와인도 판매하고 있었다. 워낙 술이 귀한 곳이라 바로 주문했다. 사막과 함께한 두즈에서의 하루가 튀니지식 요리와 와인과 함께 마무리됐다.


* 아라키스 행성 : 영화 듄 시리즈의 주된 배경. 척박한 사막으로 이루어진 행성이다.

** 샌드웜 : 영화 듄 시리즈에 나오는 거대 모래 괴물. 진동을 감지해 먹잇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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