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마타(Matmata)

땅속에 들어간 사람들

by 오행

두즈에서 마트마타 가는 길

이날은 튀니지 여행 중 가장 많은 마을과 도시를 방문했던 날이다. 두즈에서 출발해 마트마타와 엘젬을 둘러본 뒤 수스까지 가는 일정이었다. 누군가가 왜 그렇게 무리한 일정을 짰냐고 물어본다면 이전 글에서 설명했듯이, 시간이 많지 않아서, 라고 해 두겠다.

아침 일찍부터 두즈를 떠나 마트마타(Matmata)로 향했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돼서 엄청난 모래바람을 만났다. 안개 때문이 아니라 모래바람 때문에 앞이 안 보인 건 처음이었다. 아 여기가 사막은 사막이구나 싶었다. 도로 위로 바람을 타고 올라온 모래 알갱이들이 움직이는 뱀처럼 흩날린다. 도로 한복판에 작은 사구가 쌓인 곳도 있었다. 일부 구간을 지나자 바람은 잠잠해졌고 다시 튀니지의 삭막하지만 근사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마트마타는 가베스주에 있는 지하마을로 천 년 동안 숨겨져 있다가 1967년 이 지역에 홍수가 발생하면서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마을 사람이 구조 요청을 위해 외부에 마을의 존재를 알리면서 발견됐다고.

호텔 시디 이드리스와 마트마타 전경

우리는 스타워즈 촬영지였던 마트마타의 호텔 시디 이드리스(Hotel Sidi Idriss)를 목적지로 설정하고 이동했다. 두즈에서 약 1시간 10분 정도를 달려가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터에 주차한 뒤 곧장 호텔로 향했다. 호텔 내부로 들어간 건 아니고 지상에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지하에 자리한 호텔을 구경했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지상에서는 호텔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트마타가 오랫동안 외부에 발견되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호텔 구경을 빠르게 마치고 마을을 산책했다. 지하 곳곳에 집이 있었다. 거주하는 사람의 흔적이 있는 곳도 있었고 관리가 안 된 곳도 있었다. 마트마타 사람들은 여름철 뜨거운 햇빛과 겨울철 강한 바람을 피하고자 지하에 집을 지었다고 한다. 뜨거운 해와 강한 바람을 동시에 느끼며 마을을 돌고 있으니, 그들의 심정이 이해됐다.

마트마타 전망대에서

40분 정도의 짧은 구경을 마치고 다시 차에 올라 전망대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가는 길에 당나귀가 보였다. 덥지도 않은지 해를 받으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튀니지에서는 당나귀를 자주 봤는데 마주칠 때마다 곰돌이 푸의 이요르 캐릭터가 떠올라서 귀여웠다.

전망대에 올라 황톳빛 산을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목이 말랐다. 메마른 대지 틈에 듬성듬성 보이는 야자수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돌과 흙으로만 이루어진 산세를 보고 있으니 스타워즈를 이 마을에서 촬영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영화 마션(The Martian)이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마트마타 전망대

전망대에서 내려오자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분이 마을 안내를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미 다 구경을 마쳐서 같이 갈 수 없다고 거절하니 밝은 웃음을 지으며 잘 가라고 하셨다. (작은 마을에서도 영어가 통하는 게 신기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빛나는 그분의 인자한 표정을 보며 주변 환경을 탓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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