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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링고

by 오행

듀오링고라는 어학 공부 어플을 2년 넘게 쓰고 있다. 매일매일 문제를 풀고 통과해야만 기록되는 Day Streak을 무려 768일째 이어오는 중이다. 이 말만 언뜻 보면 엄청나게 꾸준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함정이 하나 있다. 바로 한 개 언어만 지속해서 배운 게 아니라는 점이다. 처음엔 영어 공부를, 그다음엔 스페인어 공부를, 또 그다음엔 아랍어 공부를, 최근엔 프랑스어 공부를 하고 있다. 심지어 중간에 듀오링고 어플 말고 책으로 독일어를 잠깐 배우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6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냥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건드려 보는 사람일 뿐 영어를 제외하고는 듀오링고에서 최고 레벨까지 찍은 언어가 없다. 그렇다고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는 것도 아니다. 대학교 때도 잠깐 배웠던 스페인어는 여행 가서 "이게 얼마예요?" 하는 정도밖에 할 줄 모르고, 튀니지에 간다고 배웠던 아랍어는 읽는 법만 배우다 어려워서 포기했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프랑스어는 말해 뭐 하나. 처참한 실력이다. 책까지 샀던 독일어는 16개의 정관사를 배우다 때려치웠다.


뭐 하나를 붙잡고 끝장을 내 본 적이 잘 없다. 시험이나 취업, 학교 과제나 회사 업무 같이 '해야만 하는' 일은 열심히 하지만, 아니 할 수밖에 없지만, 단순한 호기심을 가지고 시작한 취미나 어학 공부 같은 건 영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경향이 있다. 뚜렷한 목표를 바탕으로 꾸준히 노력했다면 적어도 3개 국어쯤은 거뜬히 했어야 하는 학구열을 가지고 있는데, 목적과 끈기가 없으니 실력이 영 늘지 않는다. 어쩌면 재능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취미로 시작한 일을 전문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사람들이 멋져 보인다. 한 분야의 Specialist가 되기 위해서는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서 그들의 인내가 참 탐스럽다. 그래서 이번 화의 주제가 Specialist가 되자는 다짐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사실 나는 Generalist에 가까운 내가 좋다. 한 번 사는 인생 그냥 이것저것 해 보면서 행복하면 그만 아닌가? 그 과정에서 나를 더 알아가는 재미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계속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는 중이다. 이런 생각 때문에 늘 제자리인지도 모르겠지만, 뭐든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 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일단은,

듀오링고 Day Streak을 이어가는 소소한 행복 속에서 살아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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