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셨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이라 모임은 일찍 파했다. 문제는 그렇게 무리한 것도 아닌데 오늘 회사에서 내내 피곤했다는 것이다. 부쩍 힘에 부쳐서 비타민 음료로 하루를 버티다 퇴근 후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왔다. 예약해 둔 화상 영어 수업만 아니었다면 더 푹 쉬었을 텐데, 수업을 마친 뒤에야 잘 준비를 하고 글을 쓸 수 있었다. 방전된 자동차 배터리로 힘겹게 운전을 마친 것 같은 하루였다.
확실히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술 마신 다음 날 피곤한 건 당연하고, 운동으로 생긴 근육통은 잘 나아지지 않는다. 작년 겨울에는 감기가 쉽게 떨어지지 않아 고생하기도 했다. 마음만은 청춘인데, 체력이 세월을 체감하게 해준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게다가 요즘엔 심리적인 체력도 달린다. 몸이 힘드니 마음도 여유를 갖기 힘들 때가 종종 있다. 주변에서 챙겨 주는 나이가 아니라 주변을 챙겨야 하는 나이가 되다 보니 에너지가 쉽게 고갈된다.
그래서 요즘은 정신적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이 되기 위한 나름의 노하우 중 첫 번째는 내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다. 내가 진심으로 마음을 주어야 할 가족과 친구들에게만 집중하면 에너지 효율도 올라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해서 꼭 인연을 이어갈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세월이 흘러, 상황이 달라져서, 생각이 바뀌어서, 여러 가지 이유로 기존의 인연이 멀어지는 걸 느낄 때가 있다. 멀어져 가는 사람을 억지로 잡는 노력은 서로를 지치게 할 수 있다. 흘려보낼 인연은 그냥 좋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보내주자.
두 번째는 긍정적인 마음을 기르는 것이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인생이 된다는 얘기가 있다. 좋은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이 자신의 삶을 더 가치 있게 가꿀 수 있다. 가치 있는 삶은 또 다른 에너지를 만들어 준다. 그래서 요즘엔 부정적인 생각이나 말은 농담으로라도 하지 않는다. 어릴 때는 친구들과 농담처럼 주고받았던 '이번 생은 망했다.' 같은 얘기는 더 이상 안 꺼낸다. 마냥 낙관적이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긍정의 힘은 잃지 않으려고 한다. 덕분에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날이 현저히 줄었고, 괜한 걱정을 하느라 낭비했던 심리적 에너지도 아낄 수 있게 됐다.
내가 하는 말이 정답은 아니다. 그래도 이 글이 심적인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 다른 노하우를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