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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중 받은 연락 중 가장 반가운 소식이었다.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한 것이다. 얼른 퇴근해서 물건을 뜯어보고 싶었다. 몇 달간 하지 않았던 의류 쇼핑이었기에 설레기까지 했다. 소비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어느 정도 물욕이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택배 도파민 앞에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근 몇 년 동안 연말정산을 하고 난 뒤 쇼핑을 끊는 연례행사(?)를 해 왔다. 연간 지출을 점검하며 내 소비 습관에 충격을 받고 쇼핑을 끊어 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물론 아예 끊어 버리는 건 아니고 100일 동안 옷, 신발, 가방, 장신구 안 사기 정도의 챌린지를 하곤 했다. 이 네 개 항목이 내가 쓸데없이 돈을 많이 쓰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딱 101일이 되는 날이었다. 참았던 쇼핑 욕구를 펑 터트리며 그간 절약한 게 무색할 정도로 쇼핑을 해댔다. 작년에도 101일이 되는 날 백화점에 달려가서 탐내던 반지를 하나 샀었다. 백화점과 반지라니, 이 얼마나 허영 넘치는 소비인가! 이후 연일 쇼핑을 해대더니 작년 연말정산 때도 크게 후회하고 말았다.
이번 연도는 꼭 다르게 보내리라 다짐했다. 연초에 쇼핑 끊기 100일 챌린지를 한 건 똑같았지만 이후 바로 쇼핑을 시작하지 않았다. 매년 반복되는 절약과 과소비, 후회의 패턴을 또다시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올해 초 접했던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지금 구매하세요'도 내게 큰 충격을 줬다. 단순히 돈을 절약하기 위해 쇼핑을 줄이는 게 아니라 환경을 생각해서라도 쇼핑을 끊어야겠다고 다짐하게 한 콘텐츠였다.
그래서 기억용으로 작성하던 가계부를 각성용으로 쓰기 시작했다. 주기별로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일정 금액이 넘게 소비할 것 같은 조짐이 보이면 다시 쇼핑 끊기 모드에 돌입했다. 넘치는 소비를 하고 싶을 땐 '지금 구매하세요'에서 던지는 메시지를 골똘히 생각해 보기도 했다. 덕분에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는 적당한 소비를 이어오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패션 분야 지출을 줄여 보고자 한다.
아직은 물욕의 늪에 빠져 있는지라 택배 도착 문자 하나에 신난 중생이지만, 이렇게 차근차근 노력해 가다 보면 언젠가는 정말 필요한 것만 사는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때쯤이면 내 재정도 지구 환경도 많이 나아져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