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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차림

by 오행

얼마 전 루퍼트 스파이라 著 《알아차림에 대한 알아차림》이라는 책을 완독했다.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고 싶어서 읽기 시작한 책인데, 책을 읽고 난 뒤 머릿속은 물음표가 가득해졌다. 책은 기대했던 내용과 전혀 달랐다.


내가 기대했던 알아차림에 대한 알아차림은 '자신의 마음에 집중해서 상황마다 느끼는 감정을 명확하게 끄집어내는(=알아차림)' 방법을 '깨닫는 것(=알아차리는 것)'이었다. 내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깨닫고 곱씹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상이나 일기 같은 방법을 통해 감정 깨닫기 연습을 하고 싶었다. 책에서 이 방법을 친절히 설명해 줄 줄 알았다. '자,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시며 내면의 소리에 집중합니다' 같은 문구와 함께 말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책에서는 알아차림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말한다. 게다가 분명 쉬운 단어로 써진 문장인데 글을 이해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읽다 보면 게슈탈트 붕괴가 올 정도로 '알아차림'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데, 이게 한글로 번역된 글이 맞나 싶었다. 현자가 아닌 나에게는 다소 어려운 내용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 리뷰를 먼저 읽어 봤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통해 깨달은 게 있다면 대상적 경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마음가짐이라면 지금 당장 모든 일을 그만두고 자연인이 돼도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바로 얼마 전 택배 하나로 행복해하던 글을 썼던 나는 여전히 속세에 얽매여 출근하고, 일하고, 벌고, 소비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이 이게 맞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건 확실하게 느꼈다.


결론적으로, 작가와 독자 모두의 목적과는 다르게 끝난 책 읽기였지만 꽤 큰 깨달음을 얻어 뿌듯했다. 이번 독서는 인생의 방향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으로 만족하며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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