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문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하진 않아도 SNS를 통해 종종 소통하던 지인이었기에 축복하는 마음과 함께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짧은 시간 안에 감사의 인사가 돌아왔다. 축하가 간편해진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
문득, 이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너무 편하게만 마음을 표현해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때는 친구들과 서로를 축하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생일이면 함께 파티를 열고, 결혼을 앞두면 같이 식사하고, 출산을 하면 아기를 보러 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과 생활 패턴이 달라지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더 바빠지면서 경사가 생기더라도 카톡으로만 간단하게 축하 메시지와 선물 교환권을 전하는 일도 잦아졌다.
카톡 선물이 곧 마음의 표현이라는 배금주의적 사고방식도 한몫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에서 효율성을 중시하다 보니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이런 태도를 보였다.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SNS로 연락하는 지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축하를 전해 온 거다. 조금 더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많았는데 너무 편리한 방법만 추구해 왔다.
돌이켜 보면 친구들과 주고받은 선물보다는 그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 같이 먹었던 음식, 그날의 날씨나 풍경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이런 걸 보면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시간을 내어 추억을 남기는 게 더 소중한 일이라는 걸 깨달아서 다행스럽다.
이번 여름엔 미뤄왔던 약속이 있다면 제대로 잡아 봐야겠다.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고, 추억을 남기는 선물 같은 계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