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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김살

by 오행

구김살 없는 사람이 좋다.


표준어국어대사전에서는 구김살을 표정이나 성격에 서려 있는 그늘지고 뒤틀린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생각이 꼬이지 않고 심술이 없는 사람을 구김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는 말이 반듯하고, 그에 따른 행동도 올바른 사람들.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에 집중하며 상대방을 진심으로 축하할 줄 아는 사람들. 글을 쓰면서도 그런 사람들을 떠올리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마음속이 따뜻하고 환한 빛으로 채워지는 기분이다.


구김살 없는 사람들은 반짝거려서 대부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지만, 구김살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차라리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구김살은 순수해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뒤틀린 마음을 깊이 숨겨둔 사람들은 오래 겪어봐야만 진짜 모습이 나타난다. 꾹꾹 눌러둔 심술이 어느 순간 새어 나올 때가 있는데, 그제야 아차차 한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보고 있었구나.


어릴 때는 이런 사람들을 알아볼 줄 몰랐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보는 눈이라는 게 생겨버렸다. 사람의 진심을 구분하는 연륜이 생긴 것이다. 그때부터 나와 가깝다고 생각했던 몇몇 지인들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가끔 이해되지 않은 행동을 할 때가 있었는데, 나에게 또는 세상에 심술을 부리고 있었던 거다.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모난 마음을 숨긴 지인들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는 진심을 털어놓기가 꺼려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뭐라고 이 사람들을 피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뭐라고.

오히려 겉으로라도 상냥해 보이려는 노력을 고마워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힘겹게 본심을 숨기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을 그들을 미워할 수만은 없었다. 곁에 있을 때 조금 버거운 순간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영영 안 볼 정도로 피해를 주는 건 아니니까. 게다가 한때는 나에게 힘을 주기도 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때부터 그 사람들에게 다시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폐쇄하려던 대로에 조그만 통로를 만들어 두었다.


구김살 없는 사람이 좋다.

그리고, 구김살 있는 마음을 헤아린다.

사람 마음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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