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복잡할 때 주문처럼 외는 문장이 있다.
"이성적으로 사고하되, 따뜻함을 잃지 말자."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성에 집중하다 보면 情을 놓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렇다고 해서 냉혈한이 되는 게 꿈은 아니기에 늘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적당한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곤 한다. 이게 너무 어렵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나만의 중심을 잡는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일할 때는 그래도 괜찮다. 업무에 감정을 녹일 일은 없고, 녹여서도 안 되니까. 그런데 세상살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일이 조금 복잡해진다. 너무 이성적인 태도만을 고집하다 보면 놓칠 수 있는 즐거움이 많고, 감성에 치우치다 보면 현명하지 않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그래서 늘 조심스러운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아직 내공이 한참 모자라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건지도 모르겠다.
친구 말마따나 이게 머차가뜨라고 한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라고. 알고 보니 드라마로도 나왔던 웹툰 '미생'에 나온 대사였다. 정말이지 딱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는 그래서 머리는 차가운 맥주로 식히고 가슴은 뜨거운 치킨으로 데우면 된다고 했다. 하하. 아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내가 너무 완벽하게 중심을 잡으려 하고 있었구나. 친구가 농담 삼아 던진 말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물은 올리고 불은 내려라.
차가움은 올리고 뜨거움은 내려라.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윤태호《미생》.
인생은 언제나 중심 잡기의 연속이다. 이성과 감성, 일과 사랑, 겸손과 자신감, 만족과 갈망…. 셀 수 없는 여러 축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한다. 다만 그 속에서 너무 완벽한 균형감각을 찾을 필요는 없다. 조금 흔들거리더라도 여유를 갖고 나아가 보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눈을 감고도 줄타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