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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Byun Nov 29. 2021

그들이 사는 세상-1


사회적 관계 형성 제공 서비스.

이름하여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SNS


사회라는 집단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학교, 직장, 나아가 시민사회와 국가의 구성원으로 확대되어 나간다.

대부분의 사회적 관계 공통의 시공간에서 보고 만나며 이루어지는 게 당연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SNS가 탄생하며 사회적 관계 형성의 큰 틀을 바꿔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세대는 인터넷이 탄생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며 자랐지만, 지금의 아이들에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은 태어났을 때부터 존재하는 것이기에 그들에게 온라인 네트워크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건지도 모른다.   

청소년기의 수많은 문제들이 온라인 세상에서 만들어지며, 랜선에 얼기설기 엮여있는 그들의 관계는 안타깝게도 그다지 견고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엄마, 우리 반 A는 금수저인가 봐. 인스타 게시물이 떴는데 명품 가방 산 거 올렸더라고.”


얼마 전, 딸이 놀라움과 부러움이 한 데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그걸 누가 사줬대?”


그 브랜드는 명품 중에서도 고가에 속하는 편으로 중학생 아이가 사용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아빠가 사줬다는데?”  


엄마 가방을 가져다가 사진을 찍어 올렸다거나 아님, 명품 스타일의 제품이 아닐까 추측됐지만 아이가 직접 보여준 SNS 속 사진을 보니 정말인 듯도 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자기 것인지 가족의 것인지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 사진에 줄줄이 달린 댓글과 수십 개의 하트들. 모두 내 아이와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어느 흔한 인증샷


 “부러워?”


“응. 사실 좀 그래.”


“뭐가?”


“그걸 살 수 있는 능력이.”


“그건 본인의 능력이 아니잖아.”


“그렇지만 부러워. 어쨌든 사고 싶으면 살 수도 있다는 거잖아.”


틀린 말도 아니다. 요즘은 부자 부모에게 태어나 금수저로 사는 것도 능력인 세상이니까. 가방이 탐나는 게 아니라 능력이 부럽다 하는 걸 다행이라 해야 할까.

어린 녀석이 벌써부터 사치와 허영에 눈이 멀었냐고 윽박지를 일은 아니었다.


“명품이 나쁜 건 아니야. 비싼 건 특별해 보이니까 가지고 싶을 수도 있지. 하지만 명품을 가졌다고 사람까지 명품이 되는 건 아니야.”


나도 한때, 예쁘고 비싼 거에 애달아해 본 적 있어 깨달은 바이지만.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예쁜 한 때를 오려내서 그곳에 전시해. 너만 해도 그렇잖아? 그리고 그런 사진에 모두들 ‘좋아요’를 누르지만 그뿐이야. 그렇게 얻은 호감은 길지 않아.”  


귀감이 될 만한 이야기였겠지 내심 만족해하며 아이를 살폈는데, 여전히 침울한 표정을 보아하니 내 말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게 확실했다.


‘. . . . . .’



, 친구 플렉스 했네! 근데 이 비싼 가방 들고 다니면 엄마 가방 빌려 나온 모습이지 알아봐 줄 사람이나 있겠니? 글쎄 이 돈이면.. 엄마 같으면 여행? 아니면 안티에이징?ㅎㅎㅎㅎ"


이 정도의 맞장구였으면 더 좋았을까.    


한때, 숱하게 쏟아지던 육아서와 교육방송 강좌에 질려 버린 때가 있었다.

‘아이의 문제는 대부분 부모에게서 비롯되므로, 부모의 잘못부터 바로잡고 끊임없는 인내로 연마하며......’

지친 나를 옥죄어 오는 말들을 수긍하면서도 듣기 싫었다.


‘애 키우기 쉽지 않지? 나도 가끔 내 새끼지만 꼴 보기 싫을 때가 있더라’는 맞장구 한마디에 더 힘이 나던 때.


아이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대부분 알고 있고, 그들이 현혹되기 쉬운 것들엔 우리도 현혹된다.

SNS 세상에 살고 있는 예쁘고, 멋지고, 행복한 사람들을 바라보노라면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고 있는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보이는 모습에 현혹되지 말라고 장황한 설교를 늘어놓는 것 대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공감해 주는 방법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때론 더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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