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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포도 Sep 19. 2024

출간은 벌써 이 년 전, 인세는 아직 마이너스

벌써 이 년

살면서 꽤 짜릿한 제안을 받은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이 년 전 책 출간을 제안받은 적이 그중 하나이다. 출간 제안한 출판사 편집자는 보험판매사원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친절함으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구체적인 출간 과정에 대한 안내와 내가 받을 인세에 대한 설명도 매우 믿음직스러웠다. 무엇보다도 나는 돈을 하나도 내지 않아도 되며, 모든 출간 과정에 대한 비용은 출판사의 투자금이라고 한 점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편집자는 "출간 비용은 출판사에서 모두 부담한다."라는 말을 쓰지 않고, "출판사에서 모두 투자한다."라는 말을 했다. 어감의 차이에 충격을 받았었다. 당시에도 그랬었고, 지금 떠올려보아도 아주 예의 있는 단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과 글을 생업으로 삼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어휘 선택도 매우 세련되었다고 생각했었다.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아버지나 어머니의 직업이 출판사 직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가정에서 매일 마주치는 가족이 말과 글을 매우 신경 써서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게 이년 전에 행복하게 출간을 했다. 지금까지 800부 정도 팔았는데, 아직 선인세를 다 못 까고 있다. 분기별로 정산을 받는데, 인세가 마이너스로 표시된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내 돈이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매우 기분 좋은 순간에 무척이나 집중해서 공을 들인 책이 팔리지 않는 것에 마음이 상한다. 아무도 상처 주지 않았고 아무도 나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나 혼자 마음 아파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삼 분기 정산 메일이 올 때가 되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메일 앱이 아닌 카카오톡 앱을 열었다. 각종 경사 및 영업 홍보를 위해 오랜만에 연락해 온 지인들이 꽤 많았다. 나는 그들의 행복한 일에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매력적인 상품에 대해서는 가입을 고려해 보겠다고 했다. 그러면 상대는 "요즘에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라는 예의 있는 대화 예절을 보이기 마련이다. 예전엔 가식적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요즘에는 매우 예의 있게 느껴진다. 그럼 나는 강력한 염원을 담은 메시지를 보낸다. 


책을 냈는데, 그거 홍보하고 있어. 아래 주소로 가서 책 한 권 사볼래?


[교보문고] 선의 언어 : 선물하기 (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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