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겨울

by 오분레터

아이가 태어나고 맞이한 두 번째 겨울이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아내의 두 번째 우울증도, 마치 녹아내리는 눈처럼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었다. 따뜻하다는 남쪽 땅, 거제도의 겨울바람은 내 고향 강원도 춘천의 그것만큼이나 매서웠다.



피부를 에는 칼날 같은 바람이 그렇게 차가웠던 건지, 아니면 불안과 두려움으로 얼어붙은 내 마음이 더욱 서늘했던 건지,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아마도 그 시절, 세상 모든 것이 얼음장처럼 차갑게만 느껴졌으리라.



그러던 어느 날, 마치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봄날의 선물처럼,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은 아내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 시작했다. 꽁꽁 얼어 있던 호수가 봄을 맞아 서서히 얼음을 풀어내듯, 아내의 굳어 있던 몸과 마음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이 먼저 깨어났는지, 마음이 먼저 녹아내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자연처럼, 아내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아내는 마치 오래된 죄인처럼 아이에게 끊임없이 미안함을 표현했다. 충분한 모유를 먹이지 못한 것,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한 것. 후에 아내는 조심스레 고백했다. 세상 무엇보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고. 그러나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고, 가슴에선 모유가 충분하게 흐르지 않았다고.



그 미안한 마음이 깊은 협곡이 되어 아내의 마음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렇게 우울이라는 먹구름이 그녀의 하늘을 어둡게 뒤덮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우리는 그 시절을 보상이라도 하듯 아이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신혼여행 이후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은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걷던 오사카의 거리에서, 아내의 얼굴에는 더 이상 우울의 그림자가 없었다.



낯선 거리를 거닐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작은 행복의 가치를 다시금 깨달았다. 일본의 하늘은 우리의 마음처럼 한없이 맑았고, 공기마저 따스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시간의 수레바퀴는 다시 겨울을 향해 돌아갔다. 두 번의 우울증이 겨울과 함께 찾아왔기에, 우리는 마치 폭풍을 기다리는 뱃사람처럼 긴장된 마음으로 계절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아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겨울은 우리에게 두려움의 다른 이름이었고, 한때는 증오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해 겨울, 우울이라는 손님은 우리 집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처음으로 우리는 희망이라는 따스한 햇살을 보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새로운 생명의 소식을 들었다. 두 번의 우울증으로 굳게 닫아 두었던 둘째의 문을 우리는 조심스레 열기로 했다. 그리고 2월의 어느 날, 작은 기적처럼 새 생명이 우리를 찾아왔다.



그 순간, 우리는 이 행복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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