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이 다른 사람과는, 결국 멀어진다
하지만 대부분 기대는 무너졌다. 그 사람은 변하지 않았고, 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남은 건 맞지 않는 신념을 인정하지 못한 채 끝난 관계, 그리고 그로 인한 감정의 상처였다.
얼마 전, 미혼인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친구는 연애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이 신념이라고 말했다. 나는 의아했다. 성격이나 취향, 생활 방식 같은 게 더 중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왜 하필 신념이냐고 물었다.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성격이나 취향은 맞출 수 있어. 근데 신념은 그 사람 기준이잖아.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삶에서 뭘 중요하게 여기는지 같은 것들. 그건 잘 안 바뀌더라.”
그 말을 듣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 과거 관계들이 떠올랐다. 왜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려 애썼는데도 결국 멀어졌을까. 왜 좁혀지지 않던 거리가 있었을까. 그건 바로 신념의 차이 때문이었다. 신념은 단순한 생각이나 의견과는 다르다.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내면의 기준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또 어떤 사람은 ‘일은 무조건 성실하게 해야 한다’고 여긴다. 어떤 사람은 ‘사람은 자기가 편한 게 최고다’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취향이나 일시적인 가치관이 아니라, 행동의 근거가 되는 신념이다.
신념은 말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누가 뭐라고 해도 바뀌지 않고,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채 선택과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신념이 다른 사람과는 갈등이 반복된다. 설득이 통하지 않고, 감정이 상하고, 결국에는 ‘왜 저럴까’라는 답답함과 원망으로 이어진다.
나 역시 이제야 조금씩 깨닫는다. 겉으로 보기엔 괜찮은 사람이라도, 신념이 너무 다르면 결국 함께 가기 어렵다는 걸. 신념은 결정적인 순간, 전혀 다른 방향을 선택하게 만든다. 결혼, 일, 아이, 돈 같은 중요한 문제에서 생각이 다르면 아무리 마음이 맞아도 결국엔 부딪히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관계를 시작할 때, 조심스럽게 그 사람의 신념을 살펴보려고 한다. 모든 것을 똑같이 생각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삶을 바라보는 큰 방향은 비슷해야 한다고 느꼈다. 신념이 다른 사람을 피하는 건 차가운 일이 아니다. 나를 지키는 일이다.
상대를 고치려는 시도는 나를 지치게 만들고, 상대방도 불편하게 만든다. 신념은 바꾸는 게 아니다.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 맞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처음부터 비슷한 방향을 가진 사람과 함께 걷는 게 더 건강하고 지혜로운 선택이다.
지금 곁에 있는 누군가와 자꾸만 부딪히고, 말이 안 통한다고 느껴진다면, 신념의 차이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신념이 다른 사람과는 결국 멀어진다. 늦기 전에 그 사실을 깨닫는 게, 우리가 지켜야 할 관계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