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며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난다. 어릴 적 동네에서 매일 같이 놀던 친구, 초등학교 책상 짝꿍, 중·고등학교 시절 함께 웃고 울던 친구들, 대학 시절 술잔을 기울이며 밤새 수다 떨던 동기들, 그리고 사회에 나와 매일 얼굴을 마주한 직장 동료들.
그렇게 소중했던 인연들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연락이 끊기고, 머릿속에서도 서서히 사라진다. 가끔 SNS에서 그들의 근황을 우연히 보게 되면, 한때 그렇게 가까웠던 사이였나 싶을 정도로 낯설게 느껴진다. 그게 보통의 인연이다.
사람들은 이런 관계의 변화를 두고 서운함을 느낀다. "의리가 없다", "정이 없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자기중심적이다" 같은 말들을 종종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인연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자체가 욕심일 수 있다. 인생은 흐르는 물과 같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 안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조각들일 뿐이다. 누군가와 한 시절을 함께 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소중한 인연이었다.
모든 인연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 말자. 내가 100을 줬는데 돌아오는 게 30일 수도 있다. 진심을 다했는데 상대는 그렇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실망하고, 마음이 다치고, 관계에 지친다. 하지만 그게 꼭 누군가가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저 그 인연이 거기까지였던 것이다. 인연에도 수명이 있다. 끝까지 함께 가는 인연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시절 인연이다.
시절 인연이란 그 시절에만 유효한 관계를 말한다. 그 시절에는 뜨겁게 웃고 울며 하루하루를 함께 보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인연이다. 억지로 붙잡을 필요 없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자연히 거리는 생긴다. 그것이 상처가 되어선 안 된다. 오히려 그 시절 함께했던 시간에 감사하면 된다.
반대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평생 인연이다. 그런 인연은 손에 꼽을 만큼 귀하다. 삶의 크고 작은 변화를 함께 겪으며 여전히 서로를 응원할 수 있다면, 그 인연은 지켜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시절 인연과 평생 인연을 구분하는 기준은 단 하나다. 시간이 말해준다. 끝까지 남는 사람이 평생 인연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것이다. 그중 대부분은 다시 만나지 않을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오늘의 인연에 너무 많은 감정을 쏟을 필요는 없다. 좋은 인연이라면 즐기고, 마음이 다치는 인연이라면 담담히 놓아주면 된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줄어든다.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 진짜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되, 무겁게 끌어안지 말자. 너무 오래 붙잡고 있으면 내가 지친다. 스쳐가는 인연은 스쳐가게 두고, 남는 인연은 소중히 품자.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덜 다치고 덜 후회하는 길이다.
인연의 90%는 시절 인연이다. 그 사실을 알면, 사람에 덜 지치고 내 삶에 더 집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