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잘나간다고 우쭐대다가

by 오분레터

지금 남들보다 한 걸음 늦었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어디서 출발했는지가 아니라, 어디에 도착하느냐가 중요한 법이다.


처남과 나는 한 살 차이다. 내가 한 살 위다. 결혼 무렵, 우리는 나란히 조선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처남은 STX중공업, 나는 대우조선해양에 다녔다. 당시만 해도 STX는 잘나가던 회사였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도 높았다. “STX 붙었다”는 말이 자랑처럼 들리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회사는 급속히 흔들렸고, 결국 처남은 직장을 떠나야 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위기는 있었지만, 회사 자체가 무너지진 않았다. 그 덕에 나는 직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때는 내가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다.


처남은 퇴직 후 곧바로 농사에 뛰어들었다. 빚을 내어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파프리카 농사를 시작했다. 정해진 월급이 없는 삶, 휴일도 보장되지 않는 일상이었지만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농장 규모는 점점 커졌고, 지금은 2,000평 가까운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겨울에도 땀을 흘려가며 일한다. 두 내외는 삶을 갈아 넣듯 땅을 일구었다.


변화는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찾아왔다. 낡은 차는 외제차로 바뀌었고, 얼굴에는 조금씩 여유가 피어났다. 진심을 다해 일하면 삶은 반드시 보상해준다는 걸 그는 몸소 증명해 보였다. 나는 솔직히 놀랐다. 퇴직 당시, 그의 앞날을 걱정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내 앞날이 걱정될 지경이다.


나는 아직도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며,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언제 회사를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처남은 자신만의 일을 정년 없이 하고 있다. 직장 밖의 삶을 스스로 설계했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요즘은 그가 부럽다고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인생은 속단할 수 없는 이야기다. 앞으로 내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그의 삶이 어떤 전환을 맞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나는 오늘도 그 진심 하나에 기대어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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