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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소년 Jul 14. 2019

도야마에서 마지막 3시간

2019년 @TOYAMA


도야마 공항으로 가는 일반버스 티켓을 410엔에 끊고 갈 곳을 찾았다. 시간을 보니 오전 11시가 조금 안되었다. 3시간 정도 자투리 시간이 생기니, 시간 보내기 좋은 곳이 떠올랐다. 도야마에 도착한 지 넷째 날 처음 시도했던 트램 타보기. 트램이 있는 여행지는 어쩐지 운치가 있다. 트램 소리가 도시에 리듬을 만들고 풍경에 운치를 더한다. 역에서 여섯 정거장 떨어진 도야마 유리박물관으로 향했다.



도야마 트램은 크게 3개 노선으로 나뉘고, 낡은 전차부터 최신형 트램까지 함께 운행된다. 도야마는 이 트램 노선을 중심으로 도시를 꼬치에 꽂은 '경단'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익숙하게 오르고 내린 곳에서 1시 방향을 바라보면 주상절리를 연상케 하는 9층 정도의 건물이 보인다. 이곳이 도야마 유리 박물관이다.



한눈에 봐도 밋밋한 일본 건물과 대비되는 '도야마 유리박물관' 겸 '시립도서관이다. 마치 흑요석 같다는 생각도 했다.



"조금 밋밋한데!"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서면, 내부의 모습이 반전처럼 다가온다. 도야마에서의 마지막 3시간을 보내기에 이곳이면 충분했다. 체력도 바닥이니 더 다닐 엄두도 안 난 것도 있다.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유리박물관' 사진 앵글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필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다.



처음 도야마 유리박물관을 다녀오고 나서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은 도야마 시립도서관과 공간을 함께 나눠 쓴다. 한쪽은 유리 공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고, 다른 한쪽은 서가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크게 나무와 유리로 마감된 실내는 아름답고 조화롭다. 차가운 유리와 따뜻한 나무의 조화!



4층에 올라, 유리박물관을 등지고 시립도서관 쪽을 바라보았다.



(시립도서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공공 도서관 카페테리아 음식 값에 대한 글이 다수 있었다. 학생들이 이용하기에 너무 비싸다는 내용들이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 그럴 수 있지만, 그래도 시립 공공 도서관에 어울리지 않는 가격이라는 생각에 공감한다. 여러 모로 도시재생의 모범을 보여주는 '도야마'이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늘 있게 마련인가 보다.)



유료로 진행되는 전시장에서 유일하게 찍을 수 있도록 배려된 작품이다. 서양 미술작품 속에 등장하는 피사체 가운데 동물들만 골라 이렇게 유리로 작품을 만들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른 4층, 건물의 중앙을 향해 있어 내부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곳에 놓인 4인용 정사각형 책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래 위쪽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에서 시선을 돌리니 마치 나무 골조에 유리로 마감한 배 안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이곳에서 이번 도야마 여행을 정리하는 글을 써볼 생각이다. 긴 글이 될지, 짧은 영상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현실로 돌아가는 날 최대한 게으름을 피워볼 생각이다.



잘 보면 보인다.



아내는 기념품숍에서 작은 노트와 연필을 사서 어느 구석자리로 홀연히 사라진다. 딸아이는 아빠의 든든한 데이터로밍으로 음악을 즐기며 나른한 표정으로 책상에 반쯤 엎드려 있다.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건 아마도 여행으로 본방 사수 못한 ‘프로듀스 101’에 대한 정보를 찾아 헤매고 있기 때문일 거다.



역시 잘 보면 보인다.



어디서부터 시작해 볼까? 2년 전 나가노현 오부세 여행을 떠올려본다. 인구 1만 명이 조금 넘는 작은 시골 동네, 반나절이면 한 바퀴 휘익 둘러볼 수 있는 곳에서 5일을 보냈다.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빈둥거리며 보낸 시간이었다. 그래서 학교 운동회도 구경하고, 고향 후배 부인의 친척이 운영하는 문방구도 들렀었다. 이곳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보내면서 쓴 여행 에세이이다. 그런데 쓸 얘기가 오히려 많았다.


'도야마'에서 신칸센을 타고 1시간을 달려 들러볼까 고민했던 '오부세', 궁금하시면 아래 글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나름 첫 여행 에세이였고, 지금까지도 내게 가장 애착이 가는 글이다.



이번 도야마 여행은 어떨까? 매일 일정을 넘치지 않게 여유 있게 세웠다. 하루에 하나 정도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여행 에세이를 쓰려고 보니, 깊고 진한 생각들이 쉽게 퍼올려지지 않는다.



도야마 인근 도시, 가나자와에 있는 '21세기 미술관'에 처음 들어서면 보이는 작품이다. 금박공예의 전통도시 가나자와에 현대미술관이 들어서려고 했을 때 주민 반대가 컸다고 한다.


'켄로쿠엔 정원'을 세운 에도시대 세력가는 100만 명이 1년 먹을 쌀을 해마다 생산했다고 한다.


도야마 '환수공원' Kansui Park의 상징 같은 다리이다.


세계문화유산 '시라가와고'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찍은 사진이다. 이날 비가 많이 와서 사진의 색감이 진하고 감성적이다.


350미터 '쇼묘폭포', 물보라가 정말 시원했다. 이 많은 물과 숲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다테야마 '무로도' 주위를 산책하며 찍은 사진이다. 이날 하루 다테야마 투어를 안내해 주신 '마이리얼트립' 가이드의 사진을 찍어 보내드렸다.



가나자와 - 다테야마 알펜루트 - 시라가와고 - 도야마 시내 투어 일정 틈틈이 나는 최대한 달리면서 도야마를 느꼈다. 도야마 역 가까이 위치한 숙소(엑셀 호텔 토큐 도야마)에서 출발해 하루는 환수공원으로, 또 하루는 도야마성 방향으로, 또 다른 하루는 시내 트램 노선을 따라 매일 아침 달렸다. '좋았다'는 표현으로는 많이 아쉬울 정도로 좋았다. 더운 공기층이 만들어 내는 뭉게구름이 멋졌고, 저녁이면 3천 미터 넘는 다테야마에서 우리 동해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청량했다.



SONY RX100 mk6로 촬영한 사진들이다.

서쪽 하늘이 비춰 보이는 '환수공원' 스타벅스. 생각보다 작았지만, 그래서 좋았던 곳이다.


여행자의 '쉼'과 큰 스케일, 자리를 나눌 수 있는 나무 의자라고 생각했다.


해발 2450미터 다테야마 무로도 산책로에서 바로 본 하늘


눈 덮인 시라가와고도 좋겠지만, 난 여름이 더 좋을 것 같다.


높은 건물 옥상에 하늘을 배경 삼아 놀 수 있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그래서 사진을 찍게 만든 풍경이 생겼다.


앵글 오른쪽에는 도야마 역이 있다.


밤 새 퍼붓던 비가 그친 아침, 깜짝 무지개를 배경 삼아 '진즈' 강변을 따라 달렸다.


진즈 강에서 운하를 따라 중간에 환수공원이 자리하고, 환수공원에서 다시 운하를 따라 진즈 강으로 이어진다.


가나자와 '켄로쿠엔' 정원에 놓인 작은 다리, 건성으로 따라 걷다 보면 '뽕당'하기 쉽겠다.


건널목에 에너지가 응축되고 있다. 곧 흐를 기세!


잘 안 봐도 보인다. "안녕~"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시라가와고'에 비가 내리고,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이곳은 오아시스이다. 커피 맛은 인상적이 않다.


맞은편에서 바라본 시라가와고 전통 가옥 '커피숍'



해발 2,450미터 일본의 두 번째 영산 다테야마 중턱까지 올라, 살아 있는 화산이 토해 내는 암모니아 가스에 코도 찡긋해 본다. 여태껏 본 하늘 가운데 가장 가까운 하늘을 올려다본다. 350미터 쇼묘폭포(SHOMYO FALLS) 물보라에 흠뻑 젖어 본다. 세계유산 시라가와고에서 세상 운치 있는 커피를 마신다. 장맛비에 젖은 신록은 눈이 아프도록 진한 초록이다.



떨어지는 물줄기를 따라 아래로 시선을 이동하다 보면, 오른쪽에 보인다. ㅎㅎ



준비해 간 여행경비가 바닥을 보인다. 급전 3만 엔을 인출해 드럭스토어로 향했다. 난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그랬다. 일본 여행 필수 쇼핑 아이템을 정리하고 있다. 건강 관련 아이템이 많다! 기내용 케리어를 하나 가득 채우고서야 쇼핑을 멈출 수 있었다. 그래 봤자 2만 엔 내외이지만 덕분에 사는 즐거움은 컸으니, 이게 사는 맛인가 보다.



12시 18분,

글이 잘 안 써진다. 글도 쉬었더니 쓰기가 더 어렵다. 영상이면 좀 나으려나? 아닐 거다. 그냥 이렇게 여행을 마무리한다는 것에 만족감이 더 크겠지 싶다.






다음에 다시 오려고 안 하고 아껴둔 것들이 있다.

다테야마 중턱에서 하룻밤 별을 보며 맥주와 커피를 즐기고 싶다.

비 그친 ‘시라가와고’에서 하루 종일 산책하고 싶다.

사람 없는 시간에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을 다시 찾고 싶다.

가을이 깊어지면 구로베 협곡열차를 타고 일본의 알프스를 관통하고 싶다.

해 질 녘 환수공원으로 달려가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다.




역시, SONY RX100 mk6로 촬영한 마음이 가는 사진들이다.

'시라고와고' 세계유산 가옥, 큰 집은 내부가 5층까지 있다.


'시라가와고'에서 비 오는 날 힘들게 찾아간 소바집이다. 비도 많이 오고, 사람도 많았고, 분위기로 먹었던 소바집이다.


도야마 '유리박물관' 1층에 위치한 내부 안내도이다. 역시 정체성이 분명하다.


구름 놀이터 한 장 더!


'시라가와고' 주민이 실제 살고 있는 집 앞마당, 고산지대 꽃일까?


왼쪽 끝 두 여성분은 한국 청년이었다. 그 옆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도야마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사진을 정리하는데, 이런 포즈를... ㅎㅎ. 사진의 주인공이 되어 주셨다.


도야마 특산품이라고 한다. 연어가 아니라 송어라고 한다.


방송국에서 무슨 촬영 나오셨나 봐요~ @신칸센 가나자와 역 앞


가나자와 '오미초 시장'에서 찾은 맛집! 늦은 점심 간단히 때울까도 싶었지만, 시장을 몇 바퀴 돌아 찾아 들어간 우리가 이 날 마지막 손님이었다. 재료 다 떨어짐.


메뉴 되시겠다. 비주얼만큼 맛도 일품!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보았던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21세기 뮤지엄'에도 있었다. 이곳 하늘은 사각형!


가나자와가 금박공예가 유명하다더니, 아이스크림 너마저!




'주말작가'의 오리지널 여행 루틴. '달리며 여행지 탐사하기'.

다음은 휴가 끝나기 전에 속전속편 <RUN TOYAMA 영상>이다.


SEE U NEXT RUN~~~



- 주말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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