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원형(신선미)은 대체할 수 없다. 그게 집이라면 더욱 그렇다.
* 이번 '오늘 공간을 쓰다' 에세이는 (주)라온 건축사사무소 고영목 대표와 공동 저작으로 진행되었음을 알려드리며, 그와 함께 하는 더 멋진 '호기심의 축적'을 기대해 봅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를 아시나요? 아마 알고 계시다면 저와 비슷한 호기심을 가진 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게 편안한 공감을 일으킨 건축 선생님은 일본에서 주택을 주로 건축해 온 '나카무라 요시후미'였습니다. '르 코르뷔지에'의 실용적인 철학과 '안도 다다오'의 근성 있는 건축 스타일도 내겐 좋은 스승이기도 하지만, 범접하기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내겐 너무 멀리 있는 분으로 여겨졌지요.
'나카무라 요시후미'라는 건축가? 누구지? 아마 들어보신 분이 거의 없을 겁니다. 1972년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신지 건축 설계사무소(유명한 곳인가 보다)에서 근무했습니다. 1981년 '레밍 하우스'(이름이 왠지 귀엽다)를 설립해 독립했고, 1987년 <미타니 씨의 집>으로 제1회 요시오카 상을, 1992년 주택 시리즈로 제18회 요시다 이소야 상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정도만 설명해도 일본에선 유명한 건축가라는 것을 눈치채셨겠죠?
내 책꽂이에는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쓴 건축 관련 책이 7권 정도 꽂혀 있습니다.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이 책들을 글쓰기를 준비하면서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놀랍네요. 모든 게 새롭습니다. 건축 여행을 통해 건축가 본인에게 영감을 주었던 공간을 책으로 엮은 <내 마음의 건축(상, 하)>와 건축학도라면 책에서 수 없이 들었을 법한 동서양의 유명 건축가들(르 코르뷔지에, 루이스 칸, 필립 존슨, 알바 알토, 마리오 보타 등)의 건축물을 순례하며 써 내려간 <집을, 순례하다>는 개인적으로 걸작으로 꼽고 싶습니다. 내가 그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작가가 직접 손으로 그려낸 '공간 설명도'들입니다. 건축 CAD(Computer Aided Design)로 그려진 딱딱하고 건조한 그래픽이 아닌 것은 참 다행입니다. '핸드드로잉'은 '몰입'과 '공감' 면에서 CAD보다 강점이 많은 듯합니다.(개인적 의견임) 무엇보다 따뜻합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집을 순례하다> 중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그의 어머니를 위해 지은 집에 대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그 집들을 가까이에서 직접 눈으로 바라보고, 그 집에 손을 대보고, 그 내부 공간을 제 자신이 직접 들여다봄으로써 명작을 명작으로 자리 잡게 한 그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를 감지하고, 건물 여기저기에 배어 있는 설계자의 숨결과 숨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속에서부터 간절히 솟아났습니다.- 건축은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집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지어진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 가운데, 가지고 있는 돈에 맞춰 내 집을 마련하는 것에는 이런 이야기가 결코 담길 수가 없을 겁니다. 물론 십 수년 어렵게 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한 우리의 사연을 폄훼하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만약 내가 살 공간을 내가 디자인하고 지어 올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클 뿐입니다.
시선을 책꽂이로 옮겨봅니다. 아내의 책 읽기는 존경스러울 정도로 깊고 거침이 없습니다. 현대 미술을 전공한 아내는 '조경학'으로 박사와 박사 후과정을 마쳤습니다. 아내의 박사 후 과정은 한국연구재단(전, 학술진흥재단)의 도움으로 일본 교토대학교에서 1년 동안 진행되었고, 당시 5살 된 딸아이와 난 세 번 정도 교토를 방문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죠. 가족이 떨어져 힘든 시기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진하게 떠올리는 교토가 되었습니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내의 책장은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본의 건축 관련 책들을 적잖게 품게 되었습니다.
누가 내게 '건축'을 한마디로 표현해 보라고 한다면, 나는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풀고 싶습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내게 좋은 '공간 선생님'이 분명합니다. 그를 통해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배려하는 마음'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집을 짓기로 한 그 첫 마음'과 '그 집에 살게 될 누군가를 위한 건축주의 마음', '대지에 대한 건축가의 마음', '건축 의뢰인의 의도와 생각을 읽어내는 건축가의 마음', '어울리는 나무와 조경을 제안하고 잘 자라기를 지켜보는 마음', '계단 난간의 재질과 욕실 타일 하나하나에 대한 세심한 마음' 등 수 없이 많은 '마음'과 '또 다른 마음'이 부딪히고 얽혀서 결국 '배려하는 마음'으로 완성되는 게 건축인 듯합니다.
한 달 남짓 기다림 끝에 드디어 고영목 건축사가 공동 저작의 시작을 알려왔습니다. 공간과 건축에 대해 내게 영감을 주었던 책에 대해 써보겠다고 전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짧은 글을 보내왔습니다(설계 현상공모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더군요). 고영목 건축사가 추천하는 책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건축디자인을 직업으로 삼은 전문가, 그의 추천도서가 궁금해졌습니다. 다음은 그의 문장입니다.
추천드리고 싶은 책은 유현준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입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 책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은 3년 전쯤인 것 같습니다. 운전 중 라디오를 듣는데, 도시와 건축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이야기꾼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야기꾼의 이름은 '유현준'. 사무실에 도착해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교수이면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같은 분야의 일을 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끼리의 어떤 동질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더 깊어졌습니다.
몇 해 전부터인가 '인문학적 생각하기'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고, 실제로 여러 분야에서 인문학적 사고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건축사로서 그 어느 분야보다도 인문학적 사고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왔습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그 막연함과 바쁘다는 이유로 깊이 있게 들어가 볼 엄두를 못 내었지요.
이 책에서는 도시와 건축 속에서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를 다양한 사진과 그림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진과 그림이 많다면(같은 생각을 하는 것 맞죠~~^^), 건축을 공부해 보지 않은 사람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어렵지 않게 읽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집을 짓고 싶어 졌나요? 지금부터는 그 처음의 생각 '오리지널리티 Originality'(신선미)를 생각해야 합니다. '신선미'는 호기심 가득한 첫 마음에 가득 담겨 있습니다. 위의 책들은 제 그 호기심의 시작이었고, 그 때 가졌던 '신선미'를 바탕으로 '타인을 향한 마음'부터 단단히 하려고 합니다. 생각의 '신선미'는 결코 대체될 수 없습니다. 만약 변화가 생긴다면 더 이상 '처음 생각'이 아닌 것이죠.
오늘은 비 건축학도인 제게 '공간 스승'이 되어 주었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와 고영목 건축사의 추천도서로 꾸며 보았습니다. 아직 다음 글감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함께 하는 글쓰기여서 더 신이 나네요.
[공동저작자]
고영목(高永穆, Ko YoungMok) 건축사
현)(주)라온 건축사사무소 대표
현) 충북대학교 건축공학과 출강
전) 청주시 건축심의위원
전) 충청북도 건설기술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