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을 떠올리다 생각난 도시락 추억
'급식'은 모릅니다.
저는 '도시락' 세대입니다.
교실 한가운데 안전망이 둘러진 채
벌겋게 달궈져 열기를 내뿜는 '난로'가 있습니다.
도시에선 '조개탄'이라는 걸 태운다고 나중에 들었지만,
시골학교였던 당시 '삼양국민학교'에선 나무를 땠습니다.
난로 가까이에 앉은 친구는 얼굴이 발그레 달아올랐고,
교실 가장자리 창가에 앉은 친구는 쉬는 시간마다
온기를 찾아 난로 곁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손수건으로 '도시락'을 꽁꽁 싸매고,
수저를 그 사이에 쿡 찔러 넣어,
가방에 반찬 국물이 흐르지 않게 넣어주셨습니다.
가끔씩 계란이 밥 위에 올려지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버지가 거하게 취하신 채 월급봉투를 가져오시던 날 이후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계란 반찬은 제 식탁 위 '특식'입니다.
멸치볶음
꼴뚜기 볶음
메뚜기볶음
핑크색 소시지
계란
볶은 김치
지금도 제 미각을 설레게 하는 반찬들입니다.
국물이 있고 냄새가 심한 김치는
작은 유리병에 따로 넣어 주셨습니다.
간혹 뚜껑이 열려 난리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런 날은 가방 전체가 도시락 가방이 되는 날입니다.
주번(아마도 난로에 불을 피우던 일도 했던 것 같습니다)은
조금 일찍 나와, 교실 창문을 활짝 열어 재치고,
난로에 불을 피웁니다.
매캐한 연기가 교실을 빠져나갈 즈음 창문을 닫고,
살짝 찌그러지고 검게 그을린 자국이 있는
내 얼굴 두 배만한 주전자에 물을 가득 담아 난로 위에 올립니다.
친구들을 맞이할 준비를 끝낸 '주번'은
책상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정정합니다.
'멍~~'
그냥 멍때린 것 같네요
아침햇살이 성애 낀 교실창을 통해 들어오고
밤사이 가라앉은 먼지가
따뜻해진 공기를 따라 교실 안을 대류 합니다.
꽁꽁 언 손은 아랑곳하지 않고
잔뜩 풀린 입으로 재잘거리며
아이들이 하나 둘 교실 안으로 들어섭니다.
홀로 조용히 적막함과 막 시작된 온기를 즐기던 '주번'은
일순간 현실의 아이로 돌아옵니다.
1교시가 끝나갈 때쯤이면
주전자는 펄펄 수증기를 내뿜으며
달려 나갈 기세로 끓어오릅니다.
적당한 수분이 교실 구석구석을 찾아들고,
이제 모든 것이 완벽해지는 순간입니다.
한겨울 도시락은 금세 식은 밥이 됩니다.
2교시가 지나면,
뜨거운 물을 가득 담은 주전자는 한편으로 내려지고
난로 위로 도시락 탑이 쌓입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몇 번의 검은 누룽지 도시락을 통해 경험했습니다.
제일 아래에 놓인 도시락은
뜨겁다 못해 딱딱하게 굳어버린 누룽지 같은 밥을
뜯어먹어야 했습니다.
2번째, 3번째가 제일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 위는 살짝의 온기만 입혀지기만 했습니다.
골고루 따뜻한 밥을 먹을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았습니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방법이었죠.
'난로 당번'인 주번이
나름의 규칙으로 도시락 탑의 순서를 바꿔주는 겁니다.
타이밍도 중요했겠죠?
도시락통의 색깔이나 모양 같은 특징을 잘 기억해 두어야 했을 겁니다.
한 번 헷갈리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그날 누군가는
'땡땡 언 밥' 혹은 '검은 누룽지 밥'을 먹어야 할 겁니다.
학교급식 한 끼당 비용은
지역별로 학교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3,000원에서 4,000원 사이입니다.
언뜻 생각해 봐도,
이 돈으로 얼마나 맛있고 질 좋은 음식을
아이들에게 내놓을 수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급식'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급식이라고는 '군대 급식'이 전부였던 저는
어린 시절 도시락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난로 위 도시락'처럼,
'세상에 필요한 온기'는 이상적으로 한 번에 골고루 전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좋은 불'을 짚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 위에 층층이 올려진 '그늘진 사회'에
'우선순위'를 바꿔가며 골고루 온기를 전해야 합니다.
급하게 마무리 하는 기분이 드네요.
월요일 아침, 방학을 끝내고 첫등교하는 아이를 내려주고,
가까운 커피숍을 찾아들어 '아침글쓰기'를 한 지 2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이런 몰입의 시간이 정말 달콤하네요.
오늘 글쓰기는 여기까지...
오늘부터, '빅 픽쳐' Big Picture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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