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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생 Dec 02. 2021

2021년 연봉은 1300만원 입니다만

구직 중인 외노자의 삶

 직업을 가지는 것, 일을 하는 것을 떠나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했던 2021년이다. 여전히 이 부분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매는 중이지만, 그 생각은 잠시 중단하고 지금은 2개월짜리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첫날, 하루 경험하고 탈출하고 싶었지만 좁은 한인 사회에 영향력 있는 분의 회사이기도 하고 지인 관계가 깊게 얽힌 곳이라 하루 만에 도망치지 못하고 아직 버텨내는 중이다.

 

 지난 2020년 나를 삼켰던 번아웃 증후군, 아무런 의욕 없이 보냈던 날들은 2020년 12월 31일 부로 마무리 짓고 2021년 1월부터는 여기저기 지원하며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전에 두 곳의 면접을 앞두고 소란스러운 마음을 담은 글을 발행한 것이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두 곳 모두 안되었다. 합격이라고 했다가 번복하고 재공고를 올리는 것이 이 동네 특성인가 싶게 몇몇 곳은 이상한 절차로 마음을 상하게 하기도 했고. 경력이 크게 필요한 직무가 아니었고 언어가 필요조건인데 그 정도 조건은 갖추고 있어서 기대를 걸었던 어떤 곳은 약 1개월가량을 결정을 미루다가 재공고를 내겠다고 하여 어이가 없기도 했다. 그래서 한동안 내가 50대쯤 되면 젊은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어떻게 좋은 어른이 될지는 그때 가서 생각해보는 걸로..).


 아무튼 상반기 내내 서류를 합격하고 면접을 보고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서류 합격하는 것쯤은 기쁘지도 않을 때쯤 됐을 때, 지인이 소개한 채용공고에 지원해서 합격소식을 듣고 6월 중순부터는 출근을 시작했다. 행운이 있으면 불행도 오는 건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베트남이 수준 높은 방역조치로 모든 이동을 제한했다. 출근을 하려면 통행증이 있어야 했고, 이마저도 사무실에 출근하는 인원은 50%로 제한해서 격일로 재택근무를 했다.


 이 회사는 대표를 포함한 일부 한국인 직원은 모두 미국에 있고 베트남 현지에는 한국인 직원이 한 명도 없는 회사였다. 고로 베트남 사무실에서는 나 혼자 한국인이었다. 해당 업계에 대한 경력은 없었던 터라 걱정이 컸는데 처음에 대표가 일을 잘 알려줄 테니 잘 따라오라고 했던 것과 달리 '업무'라고 느껴질 만한 일은 알려주지를 않았다. 하루하루 주어진 업무 외에 어떤 부분을 더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답답한 마음이 쌓이기를 두 달이 지나고, 9월 초 어느 날 갑자기 이메일로 그만뒀으면 한다는 연락이 왔다. 이유는 한국과의 사업을 계획하고 그 일을 컨트롤할 한국 직원이 필요하여 채용하였으나 베트남의 봉쇄조치로 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커 해당 사업을 언제 시작할지를 모르게 되어 비용 부담이 크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기 전이라 그나마 화가 덜 났는데, 만약 점심 도시락을 준비한 후라면 화가 났을 것 같다. 어쨌든 그날부로 사무실에 있던 짐을 챙겨 돌아왔고, 다시 나의 구직활동이 시작되었다.


 밑져야 본전이지 뭐 하고 지원했던 외국계 기업의 영어면접은 시원하게 망쳤지만 합격해도 도시를 옮겨야 해서 고민이 되던 자리였다. 합격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반, 하노이를 떠나기 싫은 마음 반 저울질하던 내 마음은 불합격으로 정리가 되었다. 다시 이런저런 일자리를 찾기도 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도 하다가  지금의 아르바이트 자리가 생겨 다니고 있는 셈이다.


 20대 때 카페 아르바이트를 오래 했던 터라 구직 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계속 든 생각은 한국에 가서 스타벅스 파트너라도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었다.(사실 그것도 합격해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런저런 여러 일들이 있었고 결국 2021년의 마지막 달이 되는 동안 한국이고 하노이고 내 자리라고 할만한 사회적 위치는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이제는 불합격 소식이 들려도 좌절하거나 너무 슬퍼하지 않는 단단함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물론, 나의 부족함도 있겠지만 내가 가진 장점을 제대로 보지 못한 회사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회사의 기준에 맞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살아온 모든 삶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 앞으로 더 단단해져야지. 계속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나아가야지. 그래서 2021년 제 연봉은 짧은 일자리 두 번으로 1300만원 입니다만, 마이너스는 아니니까 라고 위안 삼아 본다. 오늘도 잘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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