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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생 Dec 14. 2021

매일 밤 9시 30분이 되면

고민이 시작된다


 나는 그렇게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12월 한 달 동안 31개의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모든 주제를 다 정해두진 못했다. 그냥 막연히 12월은 31일 까지니까 31개의 글로 31살을 마무리하면 나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내게 글을 쓰는 건 늘 하고 싶었고, 하고 싶고, 앞으로도 하고 싶을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빈도가 지금처럼 매일 하나씩이 될지 얼마 만에 하나가 될지는 모른다.


 사실 정말 써보고 싶은 글은 소설이다. 이렇게 나의 생각과 삶을 담은 글도 좋지만 내가 설정한 세계에 내가 만든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글을 쓰고 싶다. 아직 장르도 정하지 못했고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한 마음이라 상상만 하다 사라지지만 언젠가는 꼭 단편이라도 써보고 싶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옷을 좋아하는데 옷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면 더 이상 옷을 좋아하지 않게 될까. 인테리어나 집 구조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그런 분야에 직업을 가지면 더 이상 집 꾸미기를 좋아하지 않게 될까. 그래서 글을 쓰는 게 직업이 되면 글을 읽거나 쓰는 게 싫어질까.


 어떤 일이나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면 그런 걱정을 사서 한다. 싫어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기를 바래서 도전하지 않는 것. 정말 좋아하면 앞뒤 재거나 생각하지 않고 덤벼들 텐데 아무래도 모든 걸 다 쏟아부을 만큼 좋아하는 건 아닌가 보다.


 하루를 보내는 중에 갑자기 오늘은 이 주제로 써야겠다! 싶은 게 떠오르지 않으면 저녁 먹고 조금 쉬다가 9시 30분쯤 글을 쓰기 시작한다. 시간제한이 있으면 아무래도 써야 한다 라는 생각에 뭐라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어쩌다 한 번 세운 계획이 틀어지는 건 싫다. 12월 1일부터 31일까지 내 브런치에는 각 날짜에 한 개의 글이 올라가야 한다. 이게 내 계획이다.


 시차가 두 시간 느린 베트남이라 9시 30분에 쓰기 시작하지만 사실 한국은 11시 30분이다. 왜 아직도 시험 30분 남겨두고 벼락치기하는 것 같은 버릇을 못 고치는지 모르겠다. 10대 땐 10분 전, 20대 때는 20분 전, 30대 때는 30분 전부터 벼락치기라고 치면 60대가 되어야 1시간 전에 시작하게 되려나.


 어쨌든 하루에 30분 정도 나를 돌아보고 내게 쓰고 싶은 글이 있는지 물어보는 시간이 생겨서 좋다. 이런 좋아하는 마음을 이번에는 싫어하게 될까 봐 미리 걱정하지 말고 조금 더 콸콸 부어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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