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심리 해부학 391 ~ 400
391.
필연의 불확실성과 변동성 속에서 초기 진입점에서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끝자락에서는 희망을 극복해야 하는 ‘공포’와 ‘의심’ 시장의 끝없는 조롱과 끊임없이 지껄이는 좌뇌에 반응하는 후회를 극복하는 방법은 반복과 복기로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 나쁜 습관을 버리고 원칙을 세우고 지킴을 반복하는 길뿐이다. 대다수가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는 그 정도 노력으로는 인간의 본성을 극복할 수 없고, 노력이 부족하므로 여전히 흐릿하기에 지킬 방법이 없는 것이다. 원칙이 선명해지기 전에는 원칙은 없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오늘 힘들었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어차피 내일도 힘들 테니까요.” 극복해야 한다. 극복하지 않으면 이런 삶이 이어질 뿐이다.
392.
누구나 실행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가장 확실한 투자법은, 바닥이 아닌 바닥권에 사고 천장이 아닌 천장권에서 파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므로 활황이 시작되는 신호 역시 반복되기 마련이며 나는 그것을 시세의 습성이라 부른다. 바닥권이라는 판단이 서면 과감하게 사고, 천장권이라는 판단이 서면 과감하게 판다. 횡보장이라는 판단이 서면 투자를 유보해야 한다. 작은 등락에 사고팔면 들인 공에 비해 이익이 적을 뿐만 아니라 시세의 전체적인 흐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횡보장에서 이익을 내려 하는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보면 대부분 적자를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횡보장에서 조금 이익을 남기더라도 자칫 큰 손실을 낸다면 이익을 몽땅 날리게 된다. 따라서 횡보장에서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가 기회가 찾아오면 단단하게 각오하고 과감하게 매매에 나서야 한다.
횡보장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않는 법이다. 어느 시점까지 지속되다가 상승세나 하락세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따라서 횡보장에서는 시장의 작은 움직임에 이랬다저랬다 하면 사고팔지 말고 ‘쉬는 것 또한 투자’라는 생각을 실천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고수의 투자는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눈앞의 가격 변동에 경거망동하는 것은 초보자의 전형이다. 진짜 고수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가격의 소폭 등락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시세의 큰 흐름만 주시한다. 바닥에 가까울 때 사고, 천장에 가까울 때 판다는 생각만 한다. 그 밖의 시간은 투자를 멈추고 절호의 타점이 올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린다. 주식이라면 몇 년에 한두 번 정도를 기다리는 데 엄청난 끈기가 필요하다. <거래의 신 – 혼마 무네히사>
393.
하수들은 주식을 싸게 사는 데 민감하고, 고수는 비싸게 파는 데 관심을 둔다. 주식이 하락할 때 고수는 예상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손절한다. 비싸게 파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으므로 오르지 못하는 주식은 고수에게 흥미가 없다. 반면 하수에게 이는 손절할 이유가 아니라 주식을 더 늘려야 할 이유일 뿐이다. ‘싼’ 것이 기준이 되면 위험한 것은 손절을 제때 못할게 만들 뿐만 아니라 더 나쁜 물타기까지 이어지면서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이 가래로도 막지 못할 사태로 번지는 것이다. 내가 이기는 방법을 단 1%라도 더 확보하고 있다면, 승부는 시간의 문제일 뿐 대수의 법칙에 따라 결국 내 쪽으로 기울게 되어 있다. 열 번 진입해서 예닐곱 번은 손절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승률은 떨어지지만, 성공하는 세 번의 베팅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면 최종적으로 계좌는 불어나게 된다.
거래도 일종의 도박이라고 한다면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은 기회가 왔을 때 몰아 때리는 힘과 내 흐름이 아닐 때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다. 내 카드가 확실한 카드일 때 판을 최대한 키우는 능력, 그리고 카드가 좋지 않을 때 기다릴 줄 아는 인내력이다. 자잘한 수익을 쌓으려고 하지 말고, 자잘한 손실은 몸에 익혀야 한다. 잦은 헛손질 끝에 찾아오는 큰 추세를 끝까지 쫓아가서 모조리 취해야 한다. 게임의 법칙을 파악했으면 그다음은 대수의 법칙에 맡겨야 한다. 아무리 예외가 발생해도 길게 보면 결국 게임은 그 속성 자체에 회귀한다. 자신이 멈춰야 하는 상황을 정해놓고 시작했다면 투자고, 자신이 멈춰야 하는 상황을 전혀 모른 채 시작했다면 투기다.
얄궂은 시장은 내가 설정한 선을 살짝 건드린 뒤 다시 돌아설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분명한 것은 그 선은 어쩐 경우에도 내가 지켜야 하는 선이고, 얄궂은 운명은 받아들이면 그만이라는 점이다. 무수히 많은 투자자가 이 시장에서 망가지는 이유는 자신이 질 수도 있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억울할지도 모르는 그 마지노선이 언젠가는 나 자신을 결정적인 위험에서 지켜줄 것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베팅 방향을 잘못 선택하는 건 용서받을 수 있어도 자금 배분에 실패하는 건 용서받지 못할 실수다. 베팅이 틀려도 자금 관리가 적절하면 웬만해서는 치명적인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 승부를 걸 때는 먼저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만한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돈을 이기는 법 – 성필규>
394.
사랑을 한다는 게 천국을 약간 맛보는 것이라면, 투자자가 된다는 건 지옥을 약간 맛볼 수도 있음을 많은 투자자가 모르기에 간과하고, 실패를 거듭하면서는 알면서도 애써 외면한다. 시장에서의 가능성은 반드시 일어날 수 있음을 전제해야 하고,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그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시장에서의 성공은 거듭되는 실수를 슬기롭게 다루어가는 숱한 실패의 토대 위에서만이 바로 설 수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고, 군중이 모이면 얻을 게 없다. 얻을 건 적고 위험은 크기에 누구나 알 수 있는 중간 진입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나빴다 좋았다 할 뿐, 주변 환경은 끊임없이 바뀌는 법, 지금을 즐기거나 견디면 그뿐. 인생도 마찬가지다.
395.
남녀가 몸의 섞임은 눈에 보이는 가식과 치장이란 옷을 벗었기에 그나마 진실에 가깝고 믿을만한 것이 된다. 남자에게 여자의 몸, 여자에게 남자의 몸 그 공통 분모는 자본주의 계급 공식 바로 돈과 비슷하다. 불행보다는 행복에 가까이 있으려면, 뒤에서 칼을 맞지 않고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말이나 기법보다는 몸과 돈을 믿어야 한다. 말은 언제든지 포장할 수 있지만, 치통 앞에 모든 게 무의미해지듯 몸은 그나마 진실에 가깝다. 몸이 건강해야 그다음이 의미를 가지듯 시장에게 칼을 맞고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내 수중의 돈(자본금)만을 믿고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잃지 않아야 한다. 자본주의에서는 돈을 잃지 않아야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몸도 건강의 확률이 높아진다. 몸과 돈은 그나마 진실에 가깝다. 투자에 있어 말은 허상에 불과하고, 한순간의 달콤한 수익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396.
손실은 마음속 거울을 흐려놓아 사물을 냉정하게 보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게 하기에 무슨 일을 한들 순조롭게 풀리지 않게 되고, 순조롭게 풀리지 않으니 점점 초조해지고, 초조해지면 초조해질수록 점점 꼬이게 되는 법이다. 손실 상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언제든지 개미지옥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끊임없이 자신을 완전히 비워야만 비로소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의 진정한 모습이 보이게 된다. 인간으로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살아 있는 동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투자자에게 실패를 모르는 것만큼이나 무서운 것도 없기에 쓰디쓴 고배를 마시면서 많은 것을 잃어가는 귀중한 체험은 없다. 투자자는 두 번 다시 재기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우울하고 살아갈 의욕조차 없을 정도의 비싼 수업료를 지급하게 된다.
혼마 무네히사가 스님과 나누는 대화다. “바람에 꽃잎이 떨어지는 것입니까. 아니면 꽃잎이 스스로 떨어지는 것입니까.” “바람이 아니라 자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 아니겠는가?”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깃발을 바라보는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깃발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바람이 깃발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바람이 아무리 강하게 불어와도 깃발이 없으면 바람은 깃발을 움직일 수 없다. 바람이 부는 것과 깃발이 존재하는 것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으면 깃발이 움직일 수 없다. 그런데 아무리 바람이 불어와 깃발이 날려도 누군가 이를 보지 않으면 바람이 깃발을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깃발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즉 깃발과 바람, 사람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비로소 깃발은 움직이는 것이다. 시세도 마찬가지다. 시세를 움직이는 것은 가격도 아니고, 재료도 아니고 투자자의 마음도 아니다. 세 가지가 삼위일체여야 한 시세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시세와 한 몸이 되어야 시세의 실체가 보인다.
397.
확률의 세계로만 존재하는 시장에서 어렵고 애매한 자리라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찾기보다는 그나마 쉬운 장점을 극대화하는 ‘기다림’ ‘보냄’만 잘해도 확률은 높아지고 매매는 쉬워진다. 이게 개미의 특권이 ‘융통성’이고, 이것만 잘하게 되면 걸을 때 자연스럽게 팔이 흔들리는 것처럼 ‘대응’ ‘챙김’이란 개미의 또 다른 특권인 ‘효용성’ 즉 ‘치고빠지기’는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요만큼을 양보해야, 저만큼을 먹을 수 있다. ‘요’는 작은 손실이고, ‘저’는 큰 이익이다. 항상 절의 규칙에 따라 주고받으면서 누적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쉽게 먹을 수도, 마음고생할 수도 있고, 이익일 수도 있고, 손실일 수도 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시장 마음이라는 게 투자의 본질이고, 등락하는 파동에 따라 원칙을 다듬었고, 세워진 원칙대로 반복한다면 나쁜 습관은 반드시 가고, 성공은 반드시 온다.
398.
투자자가 범하기 쉬운 세 가지 실수는 첫째는 자신이 미래에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될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 사람이 자신의 위험 감수 의지를 과대평가하고 있다. 공포는 아주 강한 감정이며 종종 의사결정에서 논리보다 더 큰 역할을 한다. 둘째는 시장에서 변동성이 얼마나 일반적인 것인지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장이 때때로 하락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라고밖에는 답할 수 없다. 어느 날은 다른 날보다 더 추운 이치와도 같다. 감정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면, 막대한 규모의 고도한 분석, 불안 그리고 잘못된 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 셋째는 주식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로 모든 것을 잘 예측할 수 없음에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척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399.
야구에서도 훌륭한 타자는 자기 공을 기다리면서 아닌 공을 보낼 줄 아는 타자이고. 공을 세워 놓고 때릴 수 있도록 자신만의 스윙을 만들어낸 타자다. 이처럼 투자자도 감정에 치우쳐 잃지 않음으로써 항상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야 한다. 투자자도 잃지 않은 상태에서 유리한 방향 즉 데이터에 의한 자신이 원하는 공에만 배트를 휘둘러야 한다. 이기든, 지든 행운과 우연의 몫이다. 야구에서 힘껏 도루하고, 커버-플레이를 하는 건 승리를 맞이하기 위한 최선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야구는 투수 놀음’ 이걸 깨쳐야, 수익보다는 잃지 않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쳐야 투자자의 기본 자질이 비로소 갖추어졌다 하겠다. ‘파울 홈런 이후에 좋은 타구 안 나온다.’ 한방의 기억이 남아 있거나 원칙을 어긴 수익은 독이 된다.
400.
추는 한 방향에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지금의 상승세가 계속되리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추가 쉬지 않고 방향을 바꾸며 흔들리듯, 시장도 등락을 반복합니다. 지속해서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 흔들림을 견뎌내야 합니다. 분산 투자하세요. 그것이 시장과 자산의 등락을 이겨내는 좋은 방법입니다. <피터 번스타인>
투자자는 창작하는 화가가 아니라 버티면서 한 박자 늦게 흐름대로 따라가는 고독한 여행가여야 한다. 투자자는 창작하면서 생각으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직업이 아니다. 기다림은 시간을 의미하고, 대응은 공간에 의미하기에 투자자는 시장이 그려가는 흐름을 따라가는 자신을 벗 삼는 고독한 직업이다. 투자의 알파는 시간을 이해하는 것이고, 오메가는 공간을 찾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