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의 인물 분석을 중심으로 / 현대소설론 기말 보고서
인물을 중심으로 모순의 테마를 드러나는 이 소설 속의 대비는 운명적이다.
대비 관계에 놓인 주요 인물 첫 번째는 어머니와 이모이다. 서술자가 안진진임에도 그 시선 속에서 어머니와 이모는 상당수의 비중을 차지한다. 만우절 날 동시에 태어나, 만우절 날 같이 결혼한 두 쌍둥이는 모순적인 운명을 지녔다. 본디 서로가 너무나 닮고, 어디를 가든 함께하던 사이였다. 하지만 이모가 선볼 상대를 먼저 어머니에게 양보하며, 결혼 이후 두 사람의 삶은 급격하게 변화한다. 외양조차 닮았던 두 사람은 어느새 한쪽만이 세월이 부여한 고생으로 인해 한결 언니다워져 버렸다. 안진진은 어렸을 적 이모와 어머니를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모의 딸 주리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언제나 평화롭고 유쾌한 이모만이 주리의 어머니였다. 이는 안진진이 어머니의 불행을 받아들이지 못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정신과 육체, 풍요와 빈곤’, 이 모순으로 이어지는 대조의 테마를 위해 이모와 어머니의 분화는 필연적인 소설적 장치이다. 저 앞의 네 가지 대조를 이모와 어머니는 모두 지니고 있다. 이모는 ‘몹시 심심’할 정도의 평화와 풍요, 행복 속에서 항상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고, 어머니는 가난한 삶에게 허락된 ‘절박한 포즈’만이 남은, 불행을 원동력 삼아 살아가는 억척스러운 인물이다, 아니 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이모부, 또다시 이어지는 김장우와 나영규로의 대비 관계. 아버지는 불가사의한 자유를 울부짖으면 집을 떠났고, 가정에 불행을 초래한 인물이다. 그에 반해 이모부는 심심하고 안정적인 사람인, ‘모든 일에 예외가 없’는 아버지와는 정반대의 사람이다. 어머니와 이모의 삶, 그리고 두 사람의 성질까지 완전히 바꿔버린 요인. 어머니와 이모가 동질의 테마를 가지고 있었다면 둘을 변화시켜 대조로 이끈 궁극적인 원인은 두 남자였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이 초래한 삶의 변화를 생생히 목도한 안진진의 앞에 김장우와 나영규라는 선택지가 놓인다. 어머니와 이모와의 혈연적 관계가 안진진에게 되물림한 필연적 선택의 기로인 김장우와 나영규는 각각 아버지와 이모부의 판박이이다. 안진진은 나영규에게서는 현실을, 김장우에게서는 낭만을 느낀다. 두 사람의 대비는 특히나 안진진이 두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데이트를 하며 극대화된다. 나영규는 드라이브를 하다 잠시 쉬기 위해 들르는 커피점조차 미리 조사해두는 사람으로, 행복을 계산하는 사람이고, 김장우는 우유부단한 성격을 숨기지 못하는 감성적이고 그때그때 대소사를 결정하는 사람이다. 완전히 대조적인 두 인물을 골라야 하는 운명의 안진진에게, 남자로 인해 갈라진 두 운명을 이미 목격한 독자는 그 선택이 안진진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임을 쉽게 예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안진진은 어떤 인물일까? 안진진의 선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안진진이 어떤 인물인지도 당연히 알아야 한다. 안진진을 이해하기 위한 장치로는 안진진과 정반대의 인물 주리, 이모의 딸이 있다. ‘주리에게는 처음부터 절망 따위 없었’다. 안진진과 주리는 어머니와 이모가 물려준 가정환경에 따라 빈곤과 부, 불행과 행복의 테마를 나눠가진다. 그러나 이 둘은 이상하게도 각자의 어머니를 닮지는 않았다. 안진진은 어머니의 불행을 연민하며 그에 동참하기보다는 관조하고, 주리는 이모의 자식이면서도 가족보다 출세를 택한다. 그리고 둘은 동시에 서로의 불행을 연민한다. 도저히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리를 두고 안진진은 생각한다. ‘세상의 숨겨진 진실들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몹시 불행한 일이다.’
이 소설의 모든 인물은 모순적이지만, 그중에서도 서술자이자 초점자인 안진진의 내밀한 내면 속에서 그녀가 가진 모순은 갈수록 심화된다. 대조의 측면에서, 안진진은 어머니와 대조되는, 냉소적이고 불행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성격을 지녔다. 하지만 이러한 성격이 어머니를 배척하고 이모에 대한 애정만 쌓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안진진은 이모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성격이 안진진으로 하여금 이모와 어머니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 분석을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게 한다. 안진진은 어머니가 불행의 과장법을 원동력으로 삼아 삶에 불가사의한 활력을 얻고, 이모가 지루한 행복을 과장하여 불행한 삶을 포장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삶을 자신의 운명을 선택할 근거로 삼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토록 신중한 안진진의 삶에도 모순이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