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의 인물 분석을 중심으로 / 현대소설론 기말 보고서
‘내 속에 아버지가 있었다.’
안진진의 모순은, 아버지를 닮았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향유하는 불행의 근원이자, 불가사의한 자유를 울부짖으며 가정을 탈피한, 남들이 보기에는 미친 술주정뱅이인 아버지. 소설 내내 안진진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이미 용서한 듯한 태도를 보인다. 모든 것을 수습한 것은 어머니임에도 아버지와 교감한 기억이 더 선명한 것은, 결국 안진진이 아버지와 공유하는 유사성 때문이다. 안진진은 아버지와 닮았기 때문에 아버지를 이해한다. 안진진과 아버지의 유사성은 동생 진모 또한 마찬가지로 공유한다. 진모는 아버지가 어린 시절 보인 폭력성에 당시 경기를 일으켰음에도 후에는 아버지를 따라 건달이 된다. 혈연적 본질성. 이는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안진진과 안진모 사이에도 유효한 유사성이다. 아버지가 남긴 유사성은 결코 긍정적이진 않았다. 두 사람으로 하여금 속박에 대한 두려움과 삶에 대한 허무함, 술에 대한 면역력까지 물려줬으니 말이다. 그래서 김장우에 대한 사랑을 인정한 날, 안진진은 극심한 허무함과 속박감에 시달리며 그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이는 충격적인 대목이다. 안진진이 김장우를 사랑하게 됨에도 종내에 그녀의 안에서 무언가 모순이 일어날 것임을 암시한다. 안진진과 안진모가 가진 그 자존심.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도 안정에 대한 욕망으로 그를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자존심, 그리고 자신의 무능함에 대해 자신만의 견고한 건달 세계를 구축하고 영원히 빠져나오지 않는 자존심. 너무나 닮은 이 두 자존심을 두 인물을 모순에 빠뜨린다.
안진진이 혈연 관계인 아버지와 가지는 유사성과 어머니, 이모와 가지는 유사성은 후에 발생하는 모순적 선택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이다. 우선적으로 어머니와 이모는 안진진과 안진모처럼 형제 간의 유사성을 지니고 있었다. 앞서 소설 속의 대표적인 대비 관계로 손꼽힘에도 두 사람은 태생적으로 일란성 쌍둥이였고, 생김새뿐만 아니라 행동과 생각, 성장배경조차 똑같았다. 그러니까 두 사람은 다른 것이 아니고 달라진 것이다. 안진진과 안진모의 유사성은 어머니와 이모가 유사했다는 형제 간의 유사함을 암시하는 장치이다. 그리고 어머니와 이모가 달라진 것은 유사함에서 대비성이 파생되었다는 암시이다. 이로 인해 소설의 끝에서 대비와 유사는 공존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