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와 유사, 그리고 통합적 관점 - 소설 <모순> 4

<모순>의 인물 분석을 중심으로 / 현대소설론 기말 보고서

by 서성

4. 모순은 결국 한통속이다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모순이 활개를 치는 두 가지 사건은 이모의 자살과 안진진의 결혼이다.


이모의 자살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는 이모가 어머니와 대립한다는 관계 공식을 부수는 사건이다. 이모는 너무도 심심한 평화 속에서 질식사한다. 본디 이모는 어머니와 똑같았다. 이모가 어머니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충분히 불행을 즐길 방법을 찾을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모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 그건 ‘첫눈이 온다는 일기 예보’, 딱 그 정도밖에 없었다. 아니, ‘이모에게도 무슨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모가 대응할 수 있는 역경과 사건은 가난하고 불쌍한 조카 안진진을 잘 챙겨주는 것, 그로 인해 벌어지는 소소한 헤프닝, 그 정도였다. 안진진과의 살가운 관계의 저변에 깔린 이모의 의도. 그것은 결국 자신의 지루한 삶에서 조카의 불행을 조금이나마 즐기기 위한, 결국 이모 자신을 위한 관계였음을 알 수 있다. 사고뭉치 진모의 형 감량이나 행방불명되었다 처참한 몰골로 돌아온 아버지에 응하는 극한 일(동시에 흥미로운 불행)은 어머니에게만 일어나는 사건이자, 기묘한 활기의 출처였다. ‘어머니는 첫눈 따위 오거나 말거나 아무래도 좋았다.’ 이모와 어머니, 결국 둘의 상성은 유사했기에 이 모순을 이기지 못한 이모는 질식한다. ‘한 몸의 두 사람이 이렇게도 살고 저렇게도 살았던 것이었다.’


대비와 유사는 모순이라는 이름으로 한통속이다. 안진진은 이 한통속의 모순을 이모의 자살을 통해 깨닫는다. 유사로부터 대비가 파생되었고, 이러한 극렬한 대비는 한쪽이 파멸하는 모순을 가져왔다. 즉,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이모는 이 불행의 필수불가결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안진진은 모순적인 선택을 한다. 서로 너무나 닮았기에 마음을 내주었던 김장우가 아닌, 자신에게 없는 것을 지닌 나영규를 선택한다. 앞서 설명되었듯이 안진진은 아버지와 혈연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와 이모부, 그리고 김장우와 나영규는 대비 관계에 놓여있다. 그래서 나영규는 안진진과 대비되며, 안진진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음이 설명되는 것이다. 이 결핍을 좇은 선택이 안진진에게는 결국 불행이 될지라도, 불행은 삶에 필요한 것이며, 불행을 원동력으로 삼은 엄마의 피와 불행이 없어 질식한 이모의 피가 동시에 안진진의 안에 흐르고 있다. 엄마를 부정하고, 이모를 사랑하면서도 완전히는 이해하지 못한 안진진에게는 결국 두 사람과의 본질적 유사성이 흐르고 있었다.


대비와 유사의 관점에서 살펴본 인물들이 결국은 이 소설의 서술자이자 주인공인 안진진에게로 흘러 돌아온다. 안진진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첫 장에서 울부짖은 생의 외침이, 삶에 대한 탐구가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온 것이다. 안진진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이모를 닮았다. 그리고 안진진은 ‘인생의 부피를 늘려 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행복과 불행을 극단적으로 지닌 이모와 어머니는 죽음과 삶으로써 이 모순을 설명했다. 창과 방패같은 대비 관계의 두 개념이 삶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결국 공생해야 한다는 모순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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