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와 유사, 그리고 통합적 관점 - 소설 <모순> 5

<모순>의 인물 분석을 중심으로 / 현대소설론 기말 보고서

by 서성

5. 우리의 삶이 모순이라는 위로


이 소설은 모순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삶의 문학으로서 설명했다. 대비되는 것은 공생해야 함을, 우리 삶은 짧지만 불행이라는 굴곡으로 길어지는 것임을 말이다.


단지 고등학생에게 시험범위로 다가왔던 소설 <모순>을 처음 읽었을 적엔 대비와 유사, 그리고 두 개념의 통합적 관점을 겸비하지 못했다. 즉, 모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이모의 자살을 지켜보고도 이모부와 닮은 사람인 나영규를 선택한 안진진의 선택이 그냥 ‘모순적이다’라는 찜찜한 감상을 남겼다. 그때 내게 ‘모순적이다’라는 것은 그저 ‘이상하다, 이해할 수 없다’는 뜻 그 이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깨달은 사실은 안진진 자체가 아버지, 그리고 김장우를 닮은 사람이었기에 자신과 반대되는 나영규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 소설이 지닌 메시지(모순적이다)는 생각보다 구체적이다.


모순은 서론에서 설명했듯이 창과 방패, 대비되는 관계에 대한 개념이다. 작가가 설명하려 한 말들,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정신과 육체, 풍요와 빈곤’, 이들은 모두 대비된다. 이 대비되는 것들이 삶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공생이 필요함을 양귀자 작가는 <모순>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마무리에서 여태 독자인 우리를 이끌어온 안진진은 정반대 존재의 수용을 통해 몸소 모순을 설명한다.


물론 이 소설은 가부장제의 차원에서 너무 많은 것이 설명되었다는 한계를 분명 가지고 있다. 본디 유사했던 어머니와 이모가 대비되는 원인은 모두 아버지와 이모부와의 결혼으로 설명된다. 아버지와 이모부의 영향으로 분화되는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이를 생생하게 목격하였음에도 결혼이라는 선택을 되풀이해 가부장제를 계승하는 안진진의 모습은 다소 아쉬운 감정을 유발한다. 이는 작가 또한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안진진은 계속해서 자신의 선택을 제발, 제발 비난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스물다섯 살의 여성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결혼 말고 더 있음을 자신도 알고 있다고,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것은 이쪽이라는 말을 소설에서 거듭 발화한다. 이 거듭되는 진실한 어투의 변명에서 느껴지는 충격은 결혼이 너무나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불행이라는 점이다. 결혼은 지금까지도 개인이 행하는 가장 큰 선택이자 한계로의 자발적 충돌이다. 무작정 비판적으로 보기에 결혼은 개인이 행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음을, 안진진은 피력한다. 결혼은 한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이전에 아직까지 수많은 보통의 사람이 행하는 보통의 선택이다. 그래서 결국 안진진의 결혼이 그녀가 자발적으로 스스로에게 가하는 변화인지에 대해서는 독자에 따라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소설의 주제 그리고 한계 다음으로 이제 이야기하고 싶은 궁극적 질문은, 왜 이 소설이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가이다. 안진진의 삶을 통해 모순을 이해하는 과정이 담긴 이 소설의 목적은 ‘위로’라고 한다. 양귀자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고백했다. 왜 이 소설은 우리에게 위로가 될까?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삶 또한 모순이기 때문이다. 양귀자 작가는 가장 보통의 사람의 보통의 삶을 소설로 구현하여 모순을 설명했다. 모순은 우리에게도 적용되며, 삶이 인간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쉽게 불행을 탓한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나면 불행이 없는 삶이 가능한지에 대한 생각이 든다. 불행과의 공존은 필연적이다. 불행이 있기에 행복이 있어서, 둘 사이를 오가는 굴곡 속에서 삶은 길고 깊어진다. 양귀자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새삼스러운 강조’를 한다. 인간은 각자 스스로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 낸다.’ 우리가 해석한 삶이 우리의 가능성을 한계지을지, 더 넓힐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다만 이때 삶의 해석에 타인이 조금의 가능성을 더 열어줄 수 있다면, 그 존재가 바로 ‘작가’이다. ‘…작가란 주어진 인생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현실을 소설 위에다 세우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는 사람이 아닐까…’ 소설 <모순>을 읽은 뒤, 우리는 우리 안에서 하루하루 불행을 이겨내며 지칠 줄 모르던 어머니의 ‘불가사의한 활력’과 질식할 만큼 심심한 행복 속에서 이모가 잠식된 지리멸렬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위로,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삶에 대한 또 하나의 해석을 겸비하도록 돕기에 우리는 오늘의 불행을 차근차근 견디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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