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요정은 지루하고 따분해요. 오직 한색인 하얀색으로만 숲 속을 칠하거든요. 게다가 까칠하기까지 합니다. 한번은 나무와 토끼가 “다양한 색으로 알록달록 예쁘게 꾸며도 보세요.”하는 건의에 “착한 내겐 하얀색이 어울려요!” 하고 앙칼진 답에 나무와 토끼는 모골이 서늘해졌어요. 그때부터 숲 속 가족은 겨울요정을 싫어했고, 빨리 떠났으면 한답니다.
겨울 요정이 나뭇가지를 또다시 눈으로 칠합니다.
“이젠 조심하세요!”
요정의 말에 나무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얀색이 지겨운 나무가 가지를 살짝 흔들어 떨어뜨렸는데. 돋보기 눈을 가진 요정에게 들켰거든요.
“잠을 자다가 실수로 가지가 흔들러 떨어졌어요.”
나무의 변명에 요정은 의심스러웠지만, 증거가 없어 지나쳤습니다. 이렇듯 잠을 자는 시간 빼고는 감시를 합.니다.
나무는 요정이 낮잠을 자는 틈에 또다시 가지를 흔들어 하얀색을 떨어뜨립니다.
“넌 좋겠다.”
흙들이 나무를 보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말을 계속합니다.
“우린 움직일 수 없어 떨어뜨릴 수도 없어.”
“떨어뜨리면 뭘 해. 또다시 하얗게 되는데.”
나무는 고개를 떨어뜨립니다.
“그래도 움직일 수 있는 토끼와 나무가 부러운걸.”
“그렇지 않아.”
어느 틈에 나타난 토끼가 말합니다.
나무와 흙은 흠칫 놀랍습니다.
“하얀색으로 덮여서 먹이도 찾을 수 없고, 또 차가워 밖에도 자주 나갈 수 없는 걸.”
토끼는 불만을 토하고 흙들과 나무는 한숨을 쉽니다.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
나무의 말에 흙들과 토끼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언제 올지 모르잖아.”
토끼의 푸념에 흙들과 나무는 한숨을 쉽니다.
흙들은 자신의 품속에서 잠자는 씨앗들이 가장 부럽다고 생각합니다.
“또, 떨어뜨렸네.”
요정이 나무에게 신경질을 부립니다.
나무는 찔끔대고 토끼는 황급히 집으로 갔으며 흙들은 무서워 떱니다.
“한 번만 더 이러면 베어버리겠어요! 다른 나무는 좋아라고 하는데 당신은 왜 이래요!”
다른 나무도 싫지만, 무서워 가만히 있는 것뿐입니다. 이렇듯 모든 걸 자기 생각대로 입니다.
요정은 나무를 협박하고선 하얀색으로 칠합니다.
“음, 좋아.”
겨울 요정은 만족한 웃음을 짓지만, 나무는 울상이 됩니다.
‘어서 빨리 봄이 와서 하얀색을 씻어내고, 울긋불긋 꽃을 그려주었으면 좋겠어.’
나무는 봄을 기다립니다.
해가 숲 속을 깨우며 한 바퀴 도는데 여행자 바람의 ‘헉헉’하는 숨찬 소리가 방해합니다. 해가 자신을 아니꼽게 보는 것도 모르는지 들뜬 목소리로 외칩니다.
“봄이 와요! 봄이 와요! 사랑의 봄이 와요!”
“뭐, 봄이 온다고?”
흙 속에서 곤히 잠을 자던 씨앗들이 흥분해 빠끔히 고개를 내밀지만, 숲의 가족은 시큰둥합니다. 한참 후에나 갑자기 온다는 것을 알 거든요.
씨앗들은 어른들로부터 봄의 위대함과 크신 사랑을 매일 들어 ‘누굴까.’ 한껏 기대하고 있던 터라 바로 고개를 내민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씨앗 하나하나 예쁘게 만들어 준다는 말에 봄을 더욱 기다렸습니다.
“아이, 추워! 이 거짓말쟁이 바람.”
갑작스러운 찬 기운에 씨앗들이 바람을 야단하느라 바쁩니다.
“아니야, 조금 있으면 온단 말이야!”
당황한 바람이 서둘러 말합니다.
“그럼, 왔을 때 말하지. 미리 말해 실망하게 하니?”
“그건 봄 맞을 준비 하라고 말한 거야.”
우직한 해바라기 대장 씨앗이 곰곰이 생각합니다.
“바람이 맞아. 지저분한 모습으로 봄을 맞을 순 없지. 언제 올지 모를 그분을 맞으려 항상 긴장하며 준비하자.”
대장의 말에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킵니다.
“치! 대장이면 다야,”
몇몇 씨앗이 투덜댑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몸집 큰 대장에게 대들다간 혼날 게 뻔한 것을요.
“바람아, 봄이 언제 올지 귀띔이라도 해주지 않으련?”
대장이 넌지시 물었습니다.
“봄님 마음이니, 내가 어찌 알겠어.”
바람의 말에 대장은 실망합니다.
바람은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걸로 생각하거든요.
대장의 삐침에 바람도 답답합니다. 사실은 바람이 가장 알고 싶답니다. 씨앗들에게 항상 불평을 듣는 게 이젠 화가 나지만, 봄님의 온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들뜸에 불만은 잊어버립니다.
씨앗들은 자신을 어떻게 예쁘게 만들어 줄까. 설레며 몸단장을 합니다.
“장미의 씨앗인 나를 가장 예쁘게 해줄 거야.”
어른으로부터 가장 예쁜 장미의 씨앗이란 소리만 들었거든요.
듣는 다른 씨앗의 입이 샐그러집니다.
‘봄님이 가장 못나게 해 주었으면 좋겠어.’
씨앗들은 대놓고 말은 못하고 속으로 말합니다.
어른이 되면 대장의 아내가 될 것이기 때문이고 대대로 있던 것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축복받은 씨앗은 있나 봅니다.
‘두 번째로 예쁜 꽃은 나일 걸.’
다들 그렇게 믿지만, 정하는 건 봄과 대장의 마음이거든요. 봄과 대장은 외모를 따지지 않고 마음을 본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믿지 말라며 뽑는 기준은 ‘예쁨’ 순위라고 어른들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씨앗들도 장미가 예쁜 걸 인정합니다. 간혹 키 작은 장미씨앗이 태어나서 봄과 대장의 외면을 받을 때도 있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없다는 말도 했습니다.
“칵! 너는 우리가 끝나면 씻어.”
잡초 씨앗을 본 방울꽃 씨앗이 징그러워 몸을 떱니다.
잡초 씨앗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나갑니다.
“봄에 저주받은 씨앗이야.”
어른에게서 들은 터라 잡초 씨앗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잡초는 왜 저주받았어요?” 하며 묻는 씨앗들에 어른들은 “잡초는 꽃을 자라는 것을 방해해서 사람들이 보이면 뽑아버리지.” 하고 잡초를 멀리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어허, 그 무슨 버릇없는 말이야!”
뒤늦게 온 할미꽃 씨앗이 따끔하게 혼냅니다.
“너도 같이 씻어라.”
할미꽃 씨앗은 지팡이로 씨앗들의 머리를 칩니다. 장미 씨앗도 가만있습니다. 가장 어른의 씨앗으로 대장도 깍듯이 대해야 한다고 어른들이 말했거든요. 어쩔 수 없이 같이 씻지만, 다들 찡그리며 곁에 가지 않으려 합니다.
“쯧쯧쯧!”
할미꽃 씨앗은 한심하게 봅니다.
“엄마는 어찌하여 잘못된 버릇을 고치지 않으셨을까.”
할미씨앗은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곧 알겠지요. 뿌리 깊은 편견이라 쉽게 뽑을 수 없다는 것을요. 할미꽃 씨앗의 엄마는 철학자로 어려서부터 선과 악이 무엇인지 들어서 다른 이를 저주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압니다.
잡초 씨앗은 봄이 자신에게 저주를 내린 이유를 생각하지만, 머리만 지끈거릴 뿐입니다,
“봄이 저주를 내릴 리 없어.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할미꽃 씨앗이 등을 어루만지며 위로하지만, 이해할 수 없습니다.
“봄이 오면 여쭈어 보도록 하자.”
할미꽃 씨앗이 말하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봄입니다. 그날을 기다리기 지루한 잡초는 흙별에 물어보고 책도 읽고 성직자 지렁이에게 물어도 보았지만, 그 누구도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무작정 봄을 기다려야만 하나.’
잡초 씨앗이 한숨을 쉽니다.
“우리에겐 한없이 길지만 봄은 아주 짧은 시간이야.”
“봄을 본 적 있으세요?”
눈이 없는데도 본 것처럼 말하는 지렁이에게 물었습니다.
“그 분은 형체가 없어. 냄새와 촉감으로 존재를 알리지.”
지렁이가 위로하지만, 잡초의 귀엔 들어오지 않습니다.
친구 씨앗들은 봄의 사랑을 받을 기쁨으로 들떠 합니다. 장미 씨앗은 대장의 아내가 될 것이고, 나머지 씨앗들도 자라서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겠지요.
“난 예쁜 아가씨가 입맞춤해 주면 좋겠어.”
남자 초롱꽃 씨앗이 말합니다.
“난 잘생긴 남자의 입맞춤을 받고 싶어.”
여자 민들레 씨앗이 말합니다.
“민들레의 소원은 어려워.”
무뚝뚝한 호박 씨앗이 말합니다.
“왜?”
민들레 씨앗은 따지듯 묻습니다.
“남자는 감수성이 없어서야.”
호박 씨앗의 말이 맞지만, 민들레 씨앗은 마음이 상합니다.
“넌 평생 사랑 못 받을 거야. 울퉁불퉁할 거니까.”
“치!”
호박 씨앗의 입이 쌜그러집니다.
하지만 호박꽃도 예쁜걸요. 잡초 씨앗은 호박 씨앗의 투정도 부럽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씨앗들의 부러움을 가장 많이 받는 건 장미 씨앗입니다. 대장, 봄,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으니까요. 씨앗들은 시기와 질투를 하지만, 동시에 장미 씨앗 주변을 맴돌기도 합니다.
잡초 씨앗은 늘 혼자입니다.
“같이 놀아주지.”
할미 씨앗은 혼자인 잡초 씨앗을 가여워합니다.
잡초 씨앗의 친구는 성직자 지렁이와 할미 씨앗뿐입니다. 못난 외모에도 아랑곳없이 아껴주고 사랑해 주지만, 친구들과 놀고 싶은 잡초 씨앗입니다.
“너에겐 좋은 향기가 나.”
지렁이가 잡초 씨앗에 말합니다.
“모르겠는데요.”
“난 눈이 없는 대신 후각이 발달을 했어. 좋은 향기가 난다는 건 착하단 거야. 그래서 네가 좋아.”
옆에서 말을 듣는 할미 씨앗이 빙그레 웃습니다.
“밤이에요, 모두 잠자리에 들어요,”
일개미 하비의 알림에 다들 집으로 갔지만, 잡초 씨앗은 멍하니 놀이터에 있습니다.
“집에 안 갈 거니?”
“할머니 먼저 가세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눈을 한 잡초 씨앗을 두고 할미 씨앗과 지렁이는 긴 한숨을 쉬며 집으로 갔습니다.
“빨리 떨쳐내야 하는데.”
할미 씨앗의 힘없는 말에 지렁이는 시무룩해졌습니다.
“잡초야, 왜 멍하니 있니?”
하비의 물음에 고개만 살짝 끄덕입니다,
한숨을 연신 쉬는 잡초 씨앗을 보는 하비는 ‘또 야.’하는 표정입니다. 처지를 한탄하는 잡초 씨앗을 여러 해 봤거든요. 하비는 잡초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모르고 운명에 순응하며 쓸쓸히 지겠지. 생각했습니다.
“어서 집으로 가거라.”
하비는 찬 이슬을 맞아 감기라도 걸리지나 않을까. 염려해서 말합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봄은 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겨울요정의 강해진 심통으로 숲 속 식구들이 곤혹을 치릅니다. 일주일 단위로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합니다. 씨앗들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입니다. 어른들은 자신의 하얀 작품을 봄이 멋대로 바꾸는 게 아까워 심통을 부린다고 하고 심통이 강해질수록 봄이 가까이 왔다는 신호라 합니다.
몇몇 씨앗이 의심합니다.
“봄은 반드시 와.”
바람이 단호하게 말합니다.
어른은 여유롭고, 슬며시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겨울요정이 무섭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지 않는 봄을 포기하고 널브러져 있는 씨앗들입니다. 늦게 일어나고 몸단장도 하지 않고 욕설과 주먹질하기도 합니다. 가장 곤혹스러운 건 경찰 개미로 그중에 하비도 있습니다. 하루도 조용히 지나는 날이 없습니다.
“봄이 왔을 때 아름다운 꽃으로 만들어 주지 않아도 괜찮으냐?”
질책하는 어른의 말 따윈 쉽게 무시합니다.
“어차피 흙 속의 씨앗으로 살다가 죽을 텐데.”
모든 것을 포기한 말만 합니다.
하지만 봄은 자신을 기다리지 못하고 일탈했던 씨앗도 아름다운 꽃으로 만듭니다. 성직자 지렁이는 불합리하다 생각합니다. 기다리고 인내를 한 씨앗과 기다리지 못해 일탈을 한 씨앗 모두 아름다운 꽃이 된다니 참고 인내한 씨앗이 알면 화가 나겠지요. 그러나 사실을 말할 수 없습니다.
십 년 전 꿈을 꾸었습니다.
“하비야! 하비야!”
“누구세요?”
“난 봄이란다.”
“아! 봄님이 어찌 작은 나를 불렀습니까?”
“너에게 사명을 주겠다. 넌 나를 기다리다 지쳐 일탈한 씨앗들로부터 흙 속의 질서를 지키거라. 언젠가 내 사랑을 깨닫게 될 가장 낮은 씨앗이 나타나면 너의 사명도 끝난다.”
“제가 어찌!”
하비가 외쳤지만, 봄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같은 꿈을 지렁이도 꾸었고 그의 사명은 가장 낮은 씨앗이 좌절하지 않도록 용기를 불어넣는 것으로 그 역시 봄의 사랑을 깨닫는 씨앗이 나타나면 끝난 다고 합니다. 만약 어길 시 합당한 벌을 받게 된다고 했습니다. 하비와 지렁이는 무거운 사명을 주신 봄이 원망스럽고 그 씨앗이 빨리 나타나길 기다립니다. 숲의 식구들은 하비와 지렁이의 나이가 많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봄이 해마다 망각이라는 향기를 뿌리가든요. 지렁이와 하비는 늘 있는 식구입니다. 하비와 지렁이는 많은 죽음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웃으며 떠나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늘 후회와 고통으로 떠났습니다.
‘죽음은 고통인가. 어찌하면 웃으면서 떠날까.’
지렁이와 하비는 언제나 생각합니다.
“이 녀석들 어서 일어나!”
대장이 해가 떠올랐는데도 일어나지 않는 씨앗들을 야단칩니다.
“오지도 않을 봄 기다리느니 잠이나 실컷 잘래요.”
봉숭아, 찔레, 개나리 씨앗이 대들듯 말합니다.
“이 녀석들 맞아 봐야 일어날래?”
대장이 단단히 화가 났고, 씨앗들은 조용해집니다.
“그만두지 못해?”
할미 씨앗이 큰소리칩니다,
“왜 이리 인내심이 없어. 땡자땡자 놀고 말썽만 부리다 갑자기 봄이라도 와 너희에게 화 가 나 아름답게 만들어 주지 않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땐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없어!”
할미 씨앗의 몸이 붉어졌습니다.
“치! 자신도 어리면서 훈계는.”
어린 씨앗들의 입이 함지박만하게 나옵니다.
그 모습이 할미 씨앗의 입에서 한숨 나오게 합니다. 할미 씨앗은 묵묵히 봄 맞을 준비를 하는 잡초 씨앗을 대견해서 사랑스럽게 보지만, 하비와 지렁이는 안타깝게 봅니다. 성실히 봄을 준비해 보았자 예쁜 꽃이 되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잡초의 생각은 다릅니다. 봄에 자신을 어찌하여 미워하는지. 예쁜 꽃으로 만들어 달라, 따지려고 봄을 기다린다는 것을 알면 단번에 그분을 화나게 하지 말라며 말릴 걸 알기에 숨죽이는 것이랍니다. 씨앗들은 어쩔 수 없이 몸단장을 합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이제 물려가지 못할까?”
“조금만 더 있자. 응?”
겨울 요정이 눈물로 애원합니다.
“이건 법칙이야. 어서 떠나!”
“나보다 더 차가운 것!”
겨울 요정의 황당함에 봄은 혀를 찹니다.
“어디 잘 먹고 잘살아라!”
겨울 요정은 저주를 뱉고 떠나지만, 매년 있는 일이라 봄은 아무렇지 않습니다.
“기상! 아침이야. 어서 일어나!”
하비가 외치자 꽃씨들이 부산스레 일어납니다.
“오늘도 오지 않겠지.”
꽃씨들은 하품하며 재잘거립니다.
“흙이 축축해.”
개나리꽃 씨가 이상하단 표정으로 말합니다.
게다가 따뜻하기까지 합니다. 처음 겪는 포근함에 살살 졸리지만, 억지로 몸을 일으켜 몸단장을 합니다.
“엄마 품 같다.”
할미 씨앗이 나른하게 말합니다.
‘봄이 왔다!’
하비와 지렁이는 직감하고 공손히 고개를 숙이지만, 침묵합니다. 봄의 명령이기 때문이지요.
“얘들아, 땅위로 나오렴!”
부드럽고 따스한 목소리가 땅 속으로 들려왔습니다.
“무슨 소리지?”
꽃씨들은 서로를 번갈아 봅니다.
“땅 위에서 부르는 것 같은데?”
“혹시 봄이 아닐까?”
꽃씨들은 흥분하며 저마다 말합니다.
“어서 올라가 보자!”
땅 위 세상은 울긋불긋 아름답고 따스했습니다, 상큼한 바람과 경쾌한 강물 소리가 꽃씨들의 몸을 둘러싸였으며 구름과 나무 새 모두 희망의 푸른빛을 받은 숲 속 가족의 함박웃음 소리가 세상에 처음 나온 꽃씨들을 반겨주고 축하합니다. 처음 보는 모습에 꽃씨들은 어리둥절하고 잡초도 마찬가지입니다.
“반가워요.”
봄이 먼저 인사합니다.
“봄님 인기요?”
할미꽃이 묻습니다.
“그래요.”
꽃씨들은 흥분했습니다.
“꽃씨 여러분,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밝게 하세요!”
봄이 인자하게 웃습니다.
“저희는…….”
잍탈을 한 몇 꽃씨들이 주저합니다.
“잘못을 알았으니 됐어요.”
“봄님은 어디 계시나요? 모습을 보여 주세요.”
할미꽃이 말합니다.
“난 세상 모든 것이어서 형체가 없어요. 공기고 구름이고 나무고 꽃씨죠.”
모르겠단 꽃씨들의 표정에 봄은 빙긋 웃습니다.
“봄님!”
잡초의 애잔한 소리가 봄을 잠시 멈추게 합니다.
“무슨 일이니?”
잡초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저도 아름답게 만들어 주세요. 부탁입니다.”
“너도 아름답단다.”
“아닙니다. 아름답다면 꽃씨들이 왜 저를 피하겠습니까? 저를 미워하시어 저주를 내린 게 아닙니까?”
봄은 크게 실망해 슬픈 목소리로 말합니다.
“난 모든 이를 사랑한단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당신은 저를 미워하는 게 분명합니다.”
잡초 씨앗의 분노섞인 말에 봄도 화가 났습니다. 주위가 더워집니다.
“그만두렴!”
할미 씨앗이 잡초를 말리지만, 그만둘 기세가 아닙니다.
“내가 왜 네 뜻대로 해주어야 하지? 너에게도 아름다움을 주었고 찾는 건 너의 몫이야. 내가 세상을 아름답고 포근하게 만들 때 어떤 도움을 주었지? 참으로 건방지군요. 당신에게 벌을 내려야 하겠군요!”
“노여움 푸시고 용서하소서!”
할미 씨앗이 부탁하지만 소용없습니다.
‘잡초는 큰일 났다.’
꽃씨들은 잔뜩 얼었습니다.
“바람님! 잡초를 황량한 벌판에 떨어뜨리세요.”
“알겠습니다.”
바람은 내키지 않았으나, 봄의 명령을 따라야 합니다.
잡초는 멍한 정신으로 바람의 이끌림을 받으며 여행을 합니다. 세차게 때리는 비도 잡초를 깨우지 못했습니다.
쒸익~ 쒸익
잡초를 먹으러 달려드는 철새 무리를 피하러 바람이 애먹습니다.
“잡초야! 정신 차려!! 새의 먹이가 되려고 하니?”
“흐응! 아무렴 어때요.”
모든 걸 체념한 잡초의 대답이 바람의 가슴을 때렸습니다.
“미안해, 봄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어.”
잡초는 멍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봅니다. 밭인 것 같았으나, 돌들만 가득 있고 땅도 딱딱한 온기 없는 곳이었습니다. 강렬한 햇빛만이 자신을 반겨주는 그 자리에서 햇빛의 열기를 받아 말라 죽으리라 마음먹고 입이 타는 갈증도 피하지 않습니다. 점점 기운이 빠지고 잡초는 정신을 잃어버렸습니다.
“여긴 저승인가?”
주변이 깜깜한 탓에 자신은 죽은 거로 생각했고 미소를 지었지만, 그것도 잠시 별들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자신을 측은히 바라보는 것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저승도 별이 있나?”
“저승이라니? 주위를 봐!”
별의 말에 놀라며 주위를 보니 큰 바위 밑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잡초는 별에게 물었습니다.
“너야말로 왜 그랬니? 우리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냉정한 해 같으니! 씨앗이 죽어도 상관없단 거야?”
별들이 걱정과 흥분을 하며 말합니다.
잡초는 눈물을 흘립니다.
“절 왜 살리셨어요?”
울분에 찬 잡초 씨앗의 말에 별들은 당황했습니다.
“어머머! 죽어가는 생명 살리는 건 당연한 건데.”
“살려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네, 기가 막혀서.”
별들은 화가 났습니다.
“왜 그러느냐?”
할아버지 바위가 묵직하게 묻습니다.
잡초 씨앗의 슬픈 목소리로 사정을 말하고 눈물이 떨어진 곳이 푸르러지며 고요해집니다. 하지만 이곳과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기도 하답니다.
“우리랑 같이 살자꾸나. 이곳도 적응하면 제법 살만한 곳이야.”
바위가 잡초를 측은히 바라봅니다.
잡초 씨앗은 해가 있는 낮에는 할아버지 바위 그늘에 잠을 자고 별이 뜨는 밤에만 넓고 황량한 밭에서 아기 돌들과 즐겁게 지냅니다. 별이 있어 어두운 밤에도 문제없습니다. 잡초씨 앗은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그토록 소망하던 친구들과 놀이를 했으니까요. 잡초 씨앗은 편견 없는 친구들이 좋습니다.
오늘은 일 년에 한번 있는 소중한 비가 오는 날입니다. 비록 양은 적지만. 식구들에겐 소중하답니다.
“오늘은 비 님이 오시는 날이란다.”
할아버지 목소리가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잡초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예전에 있던 곳에선 흔한 것이었거든요. 너무 많이 흙에 스며들어 놀지 못해 귀찮기까지 했답니다. 비가 한 방울씩 내리기 시작합니다. 밭의 식구들은 잔치를 벌입니다. 노래도 하고 춤을 추며 어린 바위들의 재롱을 할아버지 바위는 흐뭇하게 봅니다.
“잡초야, 넌 즐겁지 않니?”
"……."
할아버지는 말합니다.
“너에겐 비는 흔한 것일 테지만 이곳은 아주 소중하단다. 너도 알게 된단다.”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잡초 씨앗은 이 같은 행복 계속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곧 끝이 날 거라는 걸 아직은 모른답니다.
오늘은 축구를 합니다. 그렇지만 단단한 바위 친구를 따라가기가 힘겹습니다.
“헉헉”
잡초의 숨소리가 거칠어집니다.
“괜찮니?”
단짝 매끈이가 잡초를 걱정합니다. 친구들 중 몸매가 유달리 매끈해서입니다.
“헉헉! 난 좀 쉴게.”
잡초는 외진 곳에서 친구들을 보며 숨을 고르지만, 이내 침울해집니다. 아무리 잘 해주어도 돌과 잡초는 다르니까요. 잡초는 저도 모르게 상상합니다.
“잡초야! 이쪽이야.”
“응. 개나리야.”
“뻥!”
개나리가 잡초가 건네준 공을 이리저리 피하여 골인을 합니다.
“와~.”
잡초와 팀의 친구들은 환호합니다.
“잡초야, 잘했어!”
개나리가 잡초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개나리가 축구를 가장 잘했거든요.
잡초 씨앗이 현실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피식 김빠지는 미소를 짓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기 꿈이기 때문입니다.
“뻥!”
공이 밭 너머로 갔습니다.
“내가 가져올게.”
중간에 빠진 게 미안한 잡초 씨앗이 말하지만, 너무 멀어 이내 숨이 차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갑니다. 친구로 받아준 아기 바위들에게 보답이라고 하고 싶어서입니다. 별빛이 온화하게 잡초 씨앗을 바라봅니다. 친구들이 잡초 씨앗을 염려합니다.
“에이. 내가 갈걸.”
매끈이가 후회의 말을 하지만, 가지 않는 게 잡초 씨앗을 돕는다는 것을 모를 테지요.
‘나도 필요한 삶이 되겠어.’
공을 주우러 가는 잡초 씨앗이 입술을 굳게 다뭅니다.
공은 허름한 초가집 댓돌 옆에 있습니다.
“개 아저씨. 공을 가져갈게요.”
잡초 씨앗이 말하지만 귀찮단 듯 아무 말도 없습니다. 흡사 유령이라도 나올 듯이 으스스했습니다. 공을 들고 나오려는데 집주인 부부가 들어와 마당의 허름한 평상에 앉습니다.
잡초 씨앗은 오도 가도 못하고 댓돌 뒤로 숨었습니다.
“휴~”
아저씨의 긴 한숨이 들려옵니다.
“여보. 우리도 이제 떠나요.”
"듣기 싫어!”
아저씨가 짜증을 냅니다.
“그렇지만, 여긴 희망이 없잖아요. 우리 딸을 생각해서 도시로 갑시다.”
아주머니가 간절히 애원합니다.
개 아저씨는 귀찮단 듯 잠만 잡니다.
“밥이나 줘!”
아저씨가 말을 툭 던집니다.
“이젠 쌀도 떨어져 가요.”
그렇지만 아저씨는 무시한 채 방에서 곤히 자는 딸을 봅니다.
“우리 딸 참말로 예쁘기도 하지.”
부부가 방에 들고서야 집을 나와 친구들에게 갑니다.
“왜 이리 늦었어?”
“미안해.”
잡초 씨앗은 밤에 본 부부가 생각나서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왜 그러니?”
할아버지 바위가 온화하게 묻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친구들과의 놀이에도 멍하니 있습니다. 바위 친구들의 재미난 얘기에도 침묵만 합니다.
아마 잡초 씨앗은 강한 호기심도 있나 봅니다.
“잡초야! 잡초야!”
매끈이의 연거푸 부름에 화들짝 놀랍습니다.
“왜 그러니?”
잡초 씨앗이 묻습니다.
“너야말로 왜 그러니?”
“나 잠시 쉴게.”
잡초 씨앗은 바위 할아버지에게 가서 잠을 청합니다. 낮에 일어나 궁금증을 알기 위해서지요. 해가 떠오르니 잡초 씨앗이 무거운 눈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볼을 빵빵하게 부풀립니다. 먼 거리와 해의 강렬한 심술에 맞서기 위해서 마음을 단단히 하는 의식이지요.
“어딜 가려고 하니?”
바위 할아버지가 묻습니다.
“밭 너머 초가집에요.”
잡초 씨앗의 말에 바위 할아버지의 눈이 커집니다.
“그 먼 데까지 무슨 일로? 게다가 해의 심술까지 받으면서.”
“알고 싶은 게 있어서요. 걱정하지 마세요.”
잡초 씨앗은 씽긋 웃습니다.
그리고 바위 할아버지에게서 멀어집니다.
바위 할아버지는 잡고 싶지만, 워낙 잡초 씨앗의 의지가 강하고 자신의 움직임이 느려 잡을 수 없었습니다. 해의 심술은 정말 짓궂었습니다. 잡초 씨앗에만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헉! 헉!”
잡초 씨앗의 숨찬 소리가 밭에 조용히 스며듭니다.
그러나 친구 바위는 아랑곳없이 단잠만 잡니다. 그만큼 밤에 격렬하게 몸을 움직였단 말이지요. 잡초 씨앗은 바위의 체력이 부러웠답니다. 해의 방해와 체력의 열세에 고단함에도 궁금증을 알려고 고난의 길을 가는 의지에 고개를 숙입니다.
겨우 초가집에 도착한 잡초 씨앗의 몸은 땀으로 가득합니다.
“쳇!”
포기시키지 못한 해가 눈을 흘기며 아쉬워합니다.
일을 나갔는지 부부는 없고 개 아저씨만 멍한 눈으로 하늘을 봅니다.
잡초 씨앗은 마당에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그리고 개 아저씨에 묻습니다.
“아저씨! 궁금한 게 있어요.”
개 아저씨는 오랜만의 손님에 반가운 미소를 보입니다.
“뭐든 물어봐.”
“어젯밤 주인 부부가 왜 한숨 쉬며 이야기를 했는지 알고 싶어요?”
개 아저씨는 잡초 씨앗이 이상하다는 듯 너털웃음을 보입니다.
“신기한 아이구나. 그건 네가 상관 할 일이 아니야.”
하지만, 끝까지 묻는 잡초 씨앗에 항복한 개 아저씨는 한숨을 쉬며 말합니다.
“그건, 척박한 환경 때문이고 주범은 말썽꾼 해야. 무슨 심술인지 어느날 부터 일 년 내내 퍼붓기만 하는 강렬한 열기에 누군들 살 수 있겠어. 뭐든 적당해야지. 그래서 마을 사람 모두 떠나 남은 사람은 내 주인 부부만이야. 내 주인이 워낙 마을 사랑이 강해서 아직 남은 게지. 그러나 곧 떠나겠지.”
“부부가 떠나면 아저씨도 떠나나요?”
“그렇게 되겠지. 부부가 날 끔찍이 좋아하거든. 그리고 나도 이곳이 싫단다.”
그러고선 늘어진 하품을 합니다.
잡초 씨앗은 얄미운 해를 빤히 보고 해는 잡초 씨앗을 노려봅니다.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해를 보는 잡초 씨앗입니다.
‘난 사랑받고 싶어도 받지 못했는데.“
잡초 씨앗은 의도적으로 미운 행동을 하는 해를 도저히 이해 가지 않는다는 듯 해를 봅니다.
‘너 따위가 웬 상관.’
하찮은 땅의 생명이 주제넘게 참견하는 게 아니꼬운 해입니다.
바위 할아버지에 가는 잡초씨앗이 미운 해는 보다 평소보다 배로 심술로 퍼붓습니다.
“헉. 헉.”
잡초씨앗이 고통스러워합니다.
‘쓰러져라, 쓰러져라’ 하고 해는 마음으로 심술을 부립니다.
“이제 정신이 드니?”
바위 할아버지가 말합니다.
“하~”
잡초 씨앗이 긴 한숨을 쉽니다.
“너란 얘는 주변 친구들에게 걱정만 시키는구나.”
바위 할아버지의 너털웃음에 잡초 씨앗이 부끄러워 합니다.
‘해가 기뻐했겠지.’
잡초 씨앗이 쓴 웃음을 보이며 해에게 진 자신을 야단칩니다.
그런 잡초 씨앗을 걱정스레 보는 바위 할아버지입니다.
“너란 얘는…….”
잡초 씨앗은 놀이에도 흥미 없습니다, 축구도 친구들의 재미난 이야기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 되어 갔습니다. 잡초 씨앗의 관심은 한가지입니다. 어찌하면 집주인 부부의 근심을 덜어주고 예전처럼 사람들로 활기찬 마을이 될까? 다른 이들은 관심도 가지지 않는 문제일 수 있지만,
잡초 씨앗은 바위 할아버지에게 고민을 말합니다.
“넌 참 이상하구나. 너랑 상관없는 일이다.”
바위 할아버지는 손을 흔들며 말립니다.
고민에 여위어가는 잡초 씨앗을 더는 볼 수 없는 할아버지가 말합니다.
“별 할아버지에게 고민을 말해보렴. 해결해 주실 거야.”
“정말이에요?”
잡초 씨앗이 반가워합니다.
“그러나 만나기 힘들어. 도통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바위 할아버지는 고개를 흔듭니다.
잡초 씨앗의 눈이 반짝입니다.
잡초 씨앗은 어른 별들에 부탁합니다.
“별님 할아버지 별을 만나게 해 주세요.”
잡초 씨앗의 부탁에 별들은 황당해합니다.
“그분은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야.”
“별님 부탁이에요.”
“안 돼!”
별들은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잡초 씨앗의 계속된 애원을 이해할 수 없단 듯 친구들과 바위 할아버지는 봅니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행복하게 사는 주변인들은 잡초 씨앗의 행동이 그저 철없어 보입니다. 겨우 찾은 행복을 또 버리려고 하는지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지금도 행복한데 넌 왜 고난을 자처하니?”
단짝 매끈이가 그만두라는 말투입니다.
“나도 모르겠어. 이런 나도 힘들어.”
“하~”
매끈이가 모르겠단 듯 한숨을 쉽니다.
“바위 할아버지. 친구들아, 우리도 별님에게 별 할아버지를 만나게 해 달라 부탁해요”
잡초 씨앗이 안쓰러운 매끈이가 건의합니다.
“그러자꾸나. 모두 힘 모으면 들어 주실 거야.”
바위 할아버지가 말에 모두 동의합니다.
“별님! 잡초 씨앗의 부탁을 들어주세요.”
별님은 많은 이들의 외침에 당혹해 합니다.
“바위 할아버지까지. 도대체 왜 이러시나요?”
별님은 미간을 찌푸린 채 바위 할아버지를 봅니다.
“잡초 씨앗이 너무 안쓰러워서, 말씀이라도 드려보세요.”
“이건 감정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별님은 차갑게 말하지만, 바위 할아버지와 친구들은 굽히지 않습니다. 잡초 씨앗은 자신을 돕는 바위 할아버지와 친구들이 고마워 눈물 흘립니다.
“왜 저런데.”
해는 쓸모없이 고생하는 저들이 그저 한심스럽습니다.
“알았어요. 말씀드려 보겠어요. 하지만 만나 줄지는 몰라요.”
며칠을 계속되는 외침에 별님은 손을 들었습니다.
잡초 씨앗의 가슴이 고동칩니다.
“별 할아버지.”
별님은 할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입니다.
“오랜만이구나. 무슨 일로 왔느냐?”
별님은 그간의 사정을 말합니다.
“정말 특이한 아이로구나. 한번 만나볼까?”
별 할아버지는 주위를 둘러봅니다.
"날 만나보려는 이가 누구니?"
"접니다."
잡초 씨앗은 공손히 대답하고 별 할아버지를 봅니다. 다른 젊은 별보다 빛이 많이 희미합니다. 별 할아버지는 잡초 씨앗을 보며 말합니다.
"집 주인의 근심을 덜어주려고 하는구나. 그렇지?"
별 할아버지의 인자하게 묻는 말에 잡초 씨앗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
별 할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쉬고 말을 계속합니다.
"그건 엄청난 고통과 무한의 희생이 필요하단다."
별 할아버지의 대답에 잡초 씨앗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별 할아버지는 바위 할아버지를 보며 말합니다.
"바위 할아버지는 알고 그만두라고 했겠지."
바위 할아버지의 표정이 굳어집니다.
"별 할아버지에게 대답을 들으렴."
별 할아버지는 잡초 씨앗의 결심이 대견하지만, 한편으로는 슬프게 바라보며 사라집니다.
"할아버지는 알고 있죠.? 대답해줘요."
"그건 네가 죽어야만 돼."
잡초 씨앗과 친구들은 당황합니다.
"죽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잡초 씨앗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습니다.
바위 할아버지는 힘든 설명을 합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음. 새로운 나무가 태어나려면 한 나무의 생명이 죽어야 하는 것과 같은 거야. 모든 생명의 탄생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태어나고 살아가는 거야. 그보다 네가 척박한 환경에 생명을 태어날 수 있게 하는 능력이 있을까? 도박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아.”
잡초 씨앗은 더 알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바위 할아버지의 근심은 더욱 무겁게 내려옵니다.
며칠을 고민합니다.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니까요. 친구 모두 걱정하며 우리랑 계속 즐겁게 놀자며 말립니다.
‘아름답지도 않아서 어차피 쓸모없는 나인데. 죽은 들 무슨 상관이야.’
잡초 씨앗은 결심하고 친구들과 바위 할아버지에게 말합니다. 친구들은 눈물을 흘립니다.
“땅속으로 들어가면 흙들이 너의 소원을 들어줄 거야.”
바위 할아버지가 슬픈 목소리로 S말합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잡초 씨앗은 친구들과 바위 할아버지께 마지막 인사를 하고서 땅속으로 들어갑니다. 흙들이 사방으로 잡초씨앗을 압박해오자 잡초씨앗이 힘겨워합니다. 미묘한 숨조차 쉴 수 없습니다.
“아!”
잡초 씨앗은 외마디 비명만 남기고 깊은 어둠으로 갔습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고 슬픔은 점점 옅어져 갑니다. 친구들은 점점 잡초 씨앗을 잊어가고 재잘거리기 시작합니다. 바위 할아버지도 점점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해는 쓸모없는 일 했다는 듯 비아냥거립니다. 삼 일째입니다. 흙색이 문득문득 파랗게 변했으나 아직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흘째 지나고 파란색이 도드라지자 그제야 관심을 보입니다. 닷 셋째 되는 날 파란색이 절반이 되었고 무슨 일인지 호들갑을 떱니다. 엿새가 되자 예전의 밭처럼 사방이 파랗게 되었고 친구들은 좋아라 합니다.
바위 할아버지는 직감합니다.
‘잡초 씨앗이 해냈구나.’
바위 할아버지는 파란 밭을 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그건 잡초 씨앗이 자랑스럽다는 뜻입니다.
“네가 해냈구나!”
바위 할아버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립니다.
다음 날입니다.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부부는 마지막으로 밭을 보려 무거운 발을 힘겹게 옮깁니다. 부부의 얼굴에선 섭섭함과 추억이 몰려옵니다. 어린 시절 동무들과 재미나게 놀던 기억, 밭을 양식으로 커가던 부부, 마을은 부모와 친구였던 것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저씨는 눈앞의 광경에 놀라워합니다.
부부는 감격의 눈물을 흘립니다. 이제 떠나지 않아도 됩니다. 부부는 밭을 일구어 삶을 이어갈 것입니다.
해가 또다시 밭을 황폐시키려 뜨거운 열기를 퍼부으려 합니다,
“멈추세요!”
봄님의 불호령에 해는 잔뜩 움츠립니다.
“해냈군요. 질경이 군!”
그렇습니다. 잡초 씨앗은 질경이였습니다. 어떤 곳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을 봄님은 기다렸답니다.
“하비와 성직자를 쉬게 해 줘야겠군요. 수고했어요.”
바위 할아버지가 잡초 씨앗에게 묻습니다.
‘억울하지 않나?’
‘아니요. 부부의 눈물이 가장 큰 선물인걸요.’
하늘에서 잡초 씨앗이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