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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성일 Sep 18. 2021

천덕꾸러기 잡초 씨앗

1화

겨울요정은 지루하고 따분해요. 오직 한색인 하얀색으로만 숲 속을 칠하거든요. 게다가 까칠하기까지 합니다. 한 번은 나무와 토끼가 “다양한 색으로 알록달록 예쁘게 꾸며도 보세요.”하는 건의에 “착한 내겐 하얀색이 어울려요!” 하고 앙칼진 답에 나무와 토끼는 모골이 서늘해졌어요. 그때부터 숲 속 가족은 겨울요정을 싫어했고, 빨리 떠났으면 한답니다.

겨울 요정이 나뭇가지를 또다시 눈으로 칠합니다.  

“이젠 조심하세요!”

요정의 말에 나무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얀색이 지겨운 나무가 가지를 살짝 흔들어 떨어뜨렸는데. 돋보기 눈을 가진 요정에게 들켰거든요.

“잠을 자다가 실수로 가지가 흔들러 떨어졌어요.”

나무의 변명에 요정은 의심스러웠지만, 증거가 없어 지나쳤습니다. 이렇듯 잠을 자는 시간 빼고는 감시를 합니다.        

나무는 요정이 낮잠을 자는 틈에 또다시 가지를 흔들어 하얀색을 떨어뜨립니다.  

“넌 좋겠다.”

흙들이 나무를 보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말을 계속합니다.

“우린 움직일 수 없어 떨어뜨릴 수도 없어.”

“떨어뜨리면 뭘 해. 또다시 하얗게 되는데.”

나무는 고개를 떨어뜨립니다.

“그래도 움직일 수 있는 토끼와 나무가 부러운걸.”

“그렇지 않아.”  

어느 틈에 나타난 토끼가 말합니다.

나무와 흙은 흠칫 놀랍습니다.  

“하얀색으로 덮여서 먹이도 찾을 수 없고, 또 차가워 밖에도 자주 나갈 수 없는 걸.”  

토끼는 불만을 토하고 흙들과 나무는 한숨을 쉽니다.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

나무의 말에 흙들과 토끼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언제 올지 모르잖아.”  

토끼의 푸념에 흙들과 나무는 한숨을 쉽니다.

흙들은 자신의 품속에서 잠자는 씨앗들이 가장 부럽다고 생각합니다.

“또, 떨어뜨렸네.”

요정이 나무에게 신경질을 부립니다.

나무는 찔끔대고 토끼는 황급히 집으로 갔으며 흙들은 무서워 떱니다.

“한 번만 더 이러면 베어버리겠어요! 다른 나무는 좋아라고 하는데 당신은 왜 이래요!”

다른 나무도 싫지만, 무서워 가만히 있는 것뿐입니다. 이렇듯 모든 걸 자기 생각대로 입니다.

요정은 나무를 협박하고선 하얀색으로 칠합니다.

“음, 좋아.”

겨울 요정은 만족한 웃음을 짓지만, 나무는 울상이 됩니다.

‘어서 빨리 봄이 와서 하얀색을 씻어내고, 울긋불긋 꽃을 그려주었으면 좋겠어.’

나무는 봄을 기다립니다.

해가 숲 속을 깨우며 한 바퀴 도는데 여행자 바람의 ‘헉헉’하는 숨찬 소리가 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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